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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희망본부    서민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민생대안을 제시합니다

  • 반값등록금
  • 2008.01.29
  • 1948
서울의 사립 ㅅ대 박모씨(22·기계공학과 2년)는 요즘 조마조마하다. 지난 7일 신청한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돼서다. 심사요건에 미비한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지난 학기에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해 2번 연체한 이력이 걸린다. 올해만이 아니다. 벌써 이태째 매년 1월과 6월이면 되풀이되는 일이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는 학부모·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됐다. 2005년 2학기부터 시행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비경감 공약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 전에도 학자금대출제도는 여럿 있었다. 학생과 정부가 이자를 절반씩 부담토록 한 ‘일반 이차보전 대출제도’가 대표적이다.
▲ ©경향신문
▲ ©경향신문

종전 학자금대출제도는 상환기간이 5~7년으로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상환기간을 늘린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제도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문제가 적지 않다. 전체 대학생 230여만명중 대출을 신청, 혜택을 받는 학생은 지난해 2학기 60만명선이었다. 대출이자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라 상환에 부담을 준다. 그나마 정부가 관련 예산을 삭감해 수혜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은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무이자·저리(이공계 대상) 대출과 일반 대출로 나뉜다.

둘 다 학기 시작 전 ‘학자금 대출’ 사이트에 신청하면 이를 심사해 대출 승인여부를 결정한다. 대출 직전 학기 이수학점이 12학점 이상이어야 하고,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성적평점이 70점 이상이 돼야 한다. 신용등급이 9~10등급인 학생은 대출 신청을 할 수 없다. 이렇게 빌린 학자금은 대출 직후부터 10년간 이자를 갚아야 하며(거치), 10년 뒤부터는 원금을 바로 상환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은 금리다. 지난해 말 건설회사에 취업한 직장인 황모씨(27)는 대학 4년 내내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매달 20여만원을 꼬박꼬박 이자로 내야 했다. 대출이자를 내기 위해 돈이 되는 거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취업을 한 지금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월급에서 생활비를 빼고 대출이자를 내면 저축은 생각하기 어렵다. 황씨는 “10년 후부터 원금을 갚아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하다간 원금 갚을 돈이 마련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자금 대출금리는 증가 추세다. 2005년 2학기 6.95%였던 이자율은 올 1학기에는 7.65%로 뛰었다. 사상 최대다. 대출금리는 국고채, 시중 가산금리와 연동돼 결정된다. 매학기 연속대출을 한 학생의 경우 이자 부담이 녹록지 않다. ‘취업하기도 전에 빚쟁이가 된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학자금 신용보증 수탁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담보로 빌려주는 제도임을 감안하면 비싼 이자가 아니다”라며 “한정된 예산 안에서 시중금리와 연동시키다보니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방안을 연구한 홍익대 신성환 교수(경영학)는 “가장 가시적으로 금리를 낮출 방안은 정부 예산 지원”이라고 제시했다.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당초 정부의 올해 학자금대출 신용보증기금안 규모는 3907억원이었다. 그러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1000억원이 깎였다. 학자금 대출 지원대상 학생이 당초 예상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연히 심사요건이 강화될 것이다. 박씨의 우려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후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해 신규 대출을 거부당하는 학생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3개월 이상 계속 연체하거나, 1개월 이상 연체가 3번 이상인 ‘빈번한 연체자’는 2006년 2343명에서 2007년 9948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대출을 못받은 학생도 2007년 2461명으로 2006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학생들은 결국 사설 대부업체에 손을 뻗게 된다. 인터넷에서 클릭만 하면 손쉽게 학자금을 대출해준다는 대부업체만 10여곳이다.

2005년부터 4차례, 총 1500만원을 대출받은 고려대생 박종천씨(26)도 이자 때문에 고민이다. 대출금이 늘어나면서 월 이자만 10만원씩 낸다. 박씨는 “다른 대출금리에 비해서는 싸지만 대상이 돈없는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싸다”며 “사설 대부업체도 아니고 정부가 운영하는데, 학생들을 상대로 돈놀이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이경미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학자금 대출금리는 정부의 다른 시책사업자금 대출금리의 2배꼴”이라며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서민에게 무거운 부담이 되는 학자금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상환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죽기 살기로 알바, 자기계발 꿈도 못꿔"

단국대 2년생 김윤경씨(21)는 대학을 1년 늦게 입학했다. 고3때 수능을 본 뒤 ㅅ여대에 추가로 합격했으나 등록할 돈이 없었다. 일용직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에게서 등록금을 기대할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어머니는 입학을 말렸다.

▲ 단국대 2학년에 재학중인 김윤경씨가 지난 21일 모 은행 창구에서 정부보증학자금대출을 신청하고 있다. 김씨는 7%가 넘는 연이율에 뛰는 등록금 인상률까지 생각하면 졸업 학기 때까지 자신이 안게 될 채무가 얼마나 될지 걱정스럽다. /박재찬기자 ©경향신문
▲ 단국대 2학년에 재학중인 김윤경씨가 지난 21일 모 은행 창구에서 정부보증학자금대출을 신청하고 있다. 김씨는 7%가 넘는 연이율에 뛰는 등록금 인상률까지 생각하면 졸업 학기 때까지 자신이 안게 될 채무가 얼마나 될지 걱정스럽다. /박재찬기자 ©경향신문

김씨가 추가합격 당시에는 정부대출제도도 잘 몰랐고 이미 대출 신청기간이 지난 상황이었다. 돈을 구할 방도가 없었다. 포기해야 했다. 김씨는 1년간 남들에게는 재수를 하는 것으로 했지만 사실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무보조원, 극장 매표소 직원 등 기를 쓰고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애썼다.

김씨는 1년뒤 단국대에 합격했고 첫 학기부터 360여만원 정부보증 대출을 이용했다. 지난 1년간 번 돈은 수능 교재 구입 및 생활비를 쓰고 나니 끝이었다. 문서입력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으나 몇백만원씩 하는 등록금을 내기에는 무리였다.

벌써 대출제도를 이용한 지 4학기째. 그 사이 대출 이자율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다 이번 학기에는 7%를 훌쩍 넘겼다. 매년 등록금은 10% 가까이 인상되고 이자율까지 오르고 있다. 김씨가 대충 인상률을 계산해봤을 때, 4년간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면 대학 졸업하는데 등록금만 4000만원 정도였다. 이자만 해도 누적돼서 매달 20여만원이다. 결국 졸업해서 취직을 하고도 학자금 대출 상환금만 1년에 700만원을 내야 하고 10년간 상환을 하고 나면 서른살이 훌쩍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길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김씨의 가장 큰 목표는 “빨리 졸업해서 돈 벌고 빚 갚는 것”이다. 사실 김씨의 관심은 취업보다는 학업에 있다.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맨손의 자신이 꿀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다.

당장은 취업을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친구들은 취업준비로 학원에서 토익점수를 올리거나, 해외 영어연수를 다녀온다고들 하지만 김씨는 아무 것도 손을 못댔다. 교재비, 교통비 등 하루 생활비 버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돈벌면서 해외나가는 인턴제도 등도 알아봤으나 최소 몇 백만원은 필요했다. 돈을 마련하는데 휴학을 하면 다시 취업이 최소 1년 이상은 늦어질테니까 결국 손해라는 생각에서 김씨는 마음을 접었다.

김씨는 “등록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그 시간에 자기계발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당장 이자 부담만이라도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자 내기도 버거운 취업난 '88만원 세대'

정부보증학자금대출제도를 통해 400만원을 대출받은 대학생 ㄱ씨(22)는 이자로 월 7만~8만원을 꼬박꼬박 낸다. ㄱ씨는 학원에서 사무보조일을 하며 한달에 40만~50만원을 번다. 이 돈으로 대출금 이자를 갚고, 교통비와 교재비, 식비까지 해결해야 한다. 지금 감당하는 이자도 버거운데 올해는 이자율이 6.65%에서 7.6%로 올라 걱정이 태산이다. 박씨는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오르고, 대출이자율도 오르니 막막하다”면서 “이자 상환이 1주일만 늦어도 당장 독촉우편이 날아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제도가 ‘88만원세대’의 목을 조르고 있다. 취업난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대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이들에게 이자율 인상은 엄청난 부담을 준다. 대학 1학년을 다니다 휴학 중인 ㄴ씨는 “정부학자금 대출제의 취지는 알지만 이자에서 약간의 지원을 받는 것일뿐 결국은 빚”이라고 말했다. 현재 텔레마케터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ㄴ씨는 주유소, PC방 등 가능한 모든 아르바이트를 찾아보고 있지만 “대출제도를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200만원을 대출받아 한달에 20만원씩 갚고 있는 직장인 ㄷ씨(27)는 “나는 취직을 해서 그나마 부담이 덜한데 취직못한 친구들은 이자가 이자를 부르는 상황”이라며 “가능하면 빌리지 않거나 적게 빌리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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