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9-06-12   935

[기고] 등록금, 공포의 2학기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성공회대에서 ‘엔지오와 사회운동’이라는 교양과목을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과 내밀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다. 갓 대학에 입학해 한 학기를 지내고 있는 한 1학년생이 “입학 때 겨우 학자금 대출받아 3월부터 3만원대의 이자를 내고 있는데, 2학기 때 또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울상 짓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학생은 “그렇게 되면 매달 내는 이자는 두 배로 늘고, 그 돈은 ‘알바’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학생은 “기말고사는 두렵지 않은데, 2학기에 당장 500만원을 마련해야 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온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공포의 2학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은 엇나간 교육정책과 그 비용 문제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는 2008년 기준 1.19명대로 추락한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엄청난 교육비는 당사자의 자살과 가족 몰락의 원인이기도 하면서, 사회 양극화의 고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반값 등록금’, ‘반값 사교육비’ 등을 공약으로 내놓아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집권 이후 1년 반 동안 사교육비는 오히려 두 배로 뛰고 있고, 반값 등록금에 대해서는 “그런 공약을 한 적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이명박 선거운동본부 아래 ‘반값등록금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었는데도 이를 부인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비비케이(BBK) 동영상 사태를 보는 것 같다.

2008년 통계를 보면 우리 국민들이 공식 교육비만 40조원을 썼다. 그중 절반이 사교육비, 절반이 공교육비다. 현재 등록금 총액이 12조원쯤이고 그중에서 2조원가량이 장학금이니, 실제로는 대학생과 학부모인 1000만명의 국민이 10조를 마련하느라 갖은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등록금뿐만이랴. 대학생들의 교재비, 실습비, 교통비, 생활비, 어학연수비, 주거비 등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고등학생의 85%가 대학에 진학하는 ‘대학교육의 보통교육 시대’에 살고 있다. 북유럽이나 프랑스처럼 무상교육은 하지 못하더라도 대학 등록금 문제는 사회가 나서 최대한 책임져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면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정부는 사용 가능한 재원을 총동원하고, 국회와 함께 입법에 나서서 당장 2학기부터 등록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부자 감세, 4대강 사업 같은 엉터리 정책에 쏟는 열정의 백분의 일만이라도 등록금 문제 해결에 쏟는다면 등록금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부자 감세액이 2012년까지 100조원대에 이르고, ‘4대강 죽이기’에도 무려 22조원을 쓴다는 데 제발 그 돈을 줄여서라도 교육에 투자하고, 서민에게 지원하자.

국회는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엠비(MB) 악법’을 처리할 것이 아니라 ‘민생 선법’인 등록금 상한제, 후불제, 차등책정제 법률을 통과시켜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전북도처럼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서울시에서도 등록금넷 등이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 제정 캠페인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자산은 뛰어난 인적자원이다.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곧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2학기를 공포의 2학기로 만들 것이 아니라 희망의 2학기로 만들기 위해서 이명박 정권과 교육과학기술부가 대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한시가 급하다.

※ 이 기고문은 6월 12일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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