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사태와 KTX 민영화
안진걸 |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성공회대 외래교수
요즘 말로 정말 ‘깜놀’ 했습니다. 지난 2월에도 150원이나 올라서 그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 느닷없이 네달 만인 6월에 또 500원을 올린다고 합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이용 요금이 몇 달 사이에 무려 73%쯤 오르는 셈입니다. 비정부기구(NGO) 실무자 이전에 한 사람의 서민으로서 ‘멘털 붕괴’ 상태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민자업체인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은 서울시의 강경한 반대와 시민들의 들끓는 분노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상을 강행하겠다고 오히려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한남용을, 후안무치함을 주었을까요.
극심한 교육·주거·의료·통신비 고통과 가계부채, 일자리 대란 등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그동안 서울 지하철 9호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명박 대통령이 2005년 서울시장 재직 당시, 사업실시협약을 통해 이례적으로 매우 높게 ‘세후 실질사업수익률’을 8.9%까지 보장해 주고, 그것도 모자라 ‘이 협약 종료시점(2039년)까지 변경되지 아니한다’라고 특혜를 규정해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당시 서울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제에 따라 예상 운임수입의 90%까지를 보전해 주기로 약속했고, 실제로 2009년부터 작년까지 90%에 달하지 못한 차액에 대해 무려 700억원대의 혈세를 민자업체에 지급한 바 있습니다.
요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합의’가 아니라 ‘협의’만 하게 규정해 놓은 것도 큰 문제입니다. 바로 그 2005년의 실시계약 때문에 지금 지하철 9호선 민자업체가 투자자에겐 무려 15%나 되는 이자 수익을 보장해 주면서도 시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요금 폭등을 강행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서울시 및 서울시의회는 매년 수백억원의 혈세를 지원해주면서도 민간 회사라는 특성 때문에 9호선 민자 업체의 운영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도, 장부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도 없는 황당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지하철 9호선의 1대 주주는 현대로템(지분율 25%)이고 2대 주주는 맥쿼리한국인프라(24.5%)입니다. 현대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과 연관 있는 현대 자본이 중간에 1대 주주로 변경되고, 2대 주주도 현 정권 실세들과의 특수관계로 수십여 민자 사업에서 큰 수익을 거두어들이고 있는 맥쿼리가 중간에 끼어들었기에 더더욱 특혜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의 서울시는 이런 특혜 계약을 변경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음에도 이를 변경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9호선 요금인상 추진은 중단돼야 합니다. 모든 것이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서울시도 이번 문제만큼은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2005년 이명박 시장 시절의 사업실시협약 과정의 문제점을 전면 감사하고, 지하철 9호선의 공영화 검토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번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사태를 보면서 공익이나 서민의 삶에 대한 단 한 줌의 고민이나 배려도 없이 내 주머니만 불리려는 자본과 특권층의 탐욕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이명박 정권은 일방적으로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요금폭등, 민자특혜, 사고위험 증가 등 숱한 우려와 걱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9호선 사태를 보면, KTX가 민영화될 때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이 뻔히 예상됨에도 중요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시도를 중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삶이 너무나 피곤하고 위태롭기만 합니다.
– 이 글은 경향신문 2012년
4월 21일자 <오피니언>에 실린 글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4202106465&code=9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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