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08-01-30   1373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3-1] 수천억 굴리며 “재정 없어 인상” 변명만

막대한 ‘누적이월적립금’

적립금 따로, 등록금 따로. 대학들은 학교 재정상태가 나빠 매년 큰 폭의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립대학과 그 재단은 특별한 목적없이 수백억~수천억원의 누적이월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돈을 풀면 등록금인상률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립대의 누적적립금은 얼마나 될까. 29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2006년 155개 사립대학 및 학교법인은 4년(2002~2006년)간 1조6574억원의 이월적립금을 추가로 조성했다.





▲ 등록금 인상철을 맞아 연세대 도서관 앞에서 학생들이 학교 측의 14.5% 등록금인상안을 반대하는 대자보를 쳐다보고 있다. ⓒ경향신문
▲ 등록금 인상철을 맞아 연세대 도서관 앞에서 학생들이 학교 측의 14.5% 등록금인상안을 반대하는 대자보를 쳐다보고 있다. ⓒ경향신문

앞으로는 학교 재정 부족을 거론하지만 뒤로는 막대한 누적적립금을 쌓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불거지는 배경이다.사립대학회계정보시스템을 통해 사립대학 재정상태를 분석한 결과 155개 사립대의 누적적립금은 2006년 현재 6조8503억원이었다. 평균 441억원이다. 지난 4년간 누적적립금 증가율이 31.9%나 됐다.

양극화 현상도 있다. 소위 상위권 대학들은 전국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 재학생 1만명 이상인 서울소재 19개 사립대의 경우 학교당 누적이월적립금이 2055억원(2007년 현재)이었다. 5488억원을 적립한 이화여대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홍익대 2965억원, 연세대 2397억원, 고려대 1622억원, 경희대 1367억원 등의 순이었다.

그럼에도 이들 대학은 지난해 등록금을 평균 7.8% 올렸다. 지난해 국내 사립대 평균 등록금 인상률은 6.6%였다. 물가상승률은 2.5%였다. 상대적으로 재정사정이 좋은 대학들이 ‘등록금 1000만원시대’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등록금 총액은 연세대 243억원, 고려대 221억원, 한양대 171억원, 경희대 163억원 등이었다. 연세대나 고려대가 누적이월적립금의 10~15%만 등록금 대신 사용했더라도 등록금을 동결시킬 수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 ⓒ경향신문
▲ ⓒ경향신문

그럼 대학들은 막대한 누적이월적립금을 어디에 사용하려고 하는 것일까. 대학들은 이월적립금에 대해 ‘학교발전을 위한 돈’이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모 사립대 법인 관계자는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제2캠퍼스 시설 확충 등 앞으로 막대한 돈이 필요한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유없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미래를 위한 저축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재단 관계자는 “하버드대의 경우 20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며 “세계적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금 적립금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대학의 이런 논리에 부정적이다. 정수환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이월적립금과 기부금을 활용해 학생·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면서 등록금 동결투쟁을 벌일 뜻을 밝혔다.

또한 대학들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수익용 기본재산도 도마에 오른다. 수익용이지만 수익이 거의 없어 학교 살림에 보탬이 되지 않아 결국 등록금을 인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들 재산을 처분하면 등록금 인상률을 낮출 수 있다.

단국대의 경우 수익용 자산 평가액이 288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토지평가액이 2423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단국대는 수익사업으로 6억여원의 이익을 얻는 데 그쳤다. 성균관대도 101억원의 수익용 재산 전부가 토지다. 수익사업체나 건물, 주식은 전혀 없다. 홍익대 역시 899억원의 수익용자산 중 토지가 815억원어치다. 지난해의 경우 주식과 예금 운영수익으로 13억원을 벌었다.

19개 사립대는 여의도 면적(840만㎡)의 20배에 달하는 1억6929만㎡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용 토지의 연간 수익률은 1%에도 못 미친다. 연세대는 최근 개발이 진행 중인 경기 남양주시 등 전국에 걸쳐 167만㎡의 땅을 갖고 있다. 고려대 역시 개발이 한창인 경기 고양시 관산동 일대 등 전국에 88만㎡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사립대들 소유의 땅 가운데 상당수는 수도권과 충청권 일대에 집중돼 있다. 최근 10년간 많게는 10배까지 가격이 뛰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고 팔지 않는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대학설립·운영규정시행규칙’에 따르면 학교법인은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전입금·기부금 제외)에 해당하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해야 하고, 총액의 3.5%에 해당하는 연간 소득이 발생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교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은 규정 위반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학교법인들은 수익이 나지도 않는 부동산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어 대학재정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용도가 불분명한 토지는 팔아서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누적이월적립금
대학이 한 해 동안 운영한 뒤 남은 수입을 다음해 계정에 옮겨놓은 돈. 장학금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쌓아놓아야 하지만 우리나라 사립대의 누적이월적립금은 목적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등록금만 바라보는 대학들

우리나라 사립대들의 등록금 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해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이 조사한 결과 2006년 4년제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운영수입 총액대비 등록금·수강료 비율)은 77.4%였다. 2001년 70.1%에서 6년 새 7.3% 상승했다. 반면 기부금은 10.2%에서 4.1%로, 국고보조금은 4.4%에서 1.5%로 각각 낮아졌다.

대학의 재정운용방식은 나라마다 달라 일괄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발달한 미국에 비해서도 우리나라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너무 높다.

미국 국가교육통계센터의 2000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사립대의 재원 가운데 등록금 비중은 43%였다. 다른 재원 비중을 보면 주정부·지방정부 보조금이 14.5%, 민간기부금 등은 9.1%였다. 나머지 21%는 법인이사회의 교육사업과 수익사업체 운영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미국 주립대들의 등록금 비중은 평균 18.8%에 불과했다.

또한 영국 전체 고등교육기관 총수입은 2000년 기준으로 128억파운드였다. 이 가운데 재정평의회 교부금이 51억파운드(40%), 정부기관 보조금이 26억파운드(20%), 비정부기관(수업료, 재단법인 지원금)의 자금이 51억파운드(20%)였다.

2005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고등교육(대학) 재정규모는 OECD 국가 평균인 국내총생산(GDP) 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4%에 불과했다. 선진국의 절반도 안되는 돈이 대학에 지원된다는 의미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볼멘소리를 할 만한 수치다.

하지만 대학이 얼마나 자구책을 실현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순영 의원실에 따르면 2006년 4년제 사립대 중 35곳은 재단전입금이 한 푼도 없었다. 재단전입금 비율이 5% 이상인 대학도 3곳뿐이었다.

대학법인의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법정전입금 총액은 1895억원이었지만 실제 법인이 납부한 금액은 970억원에 불과했다. 학교법인이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그만큼을 등록금으로 충당했다는 의미다.

최의원실 이원영 보좌관은 “현재 초·중·고등 교육에 투입되는 재정은 GDP 대비 4.9% 수준인데 이를 6%로만 끌어올려도 대학등록금을 절반 가까이 내릴 수 있다는 산술계산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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