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시민권리 1999-04-01   764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지시에 대한 진상조사 요청

민간인 불법사찰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징계·처벌 촉구

서울지검의 ‘공안출소자 동향파악 지시’의 진상조사 요청서

1. 국리복민을 위한 대통령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 참여연대는 지난 94년 출범한 시민단체로서 국민 각계각층의 자발적인 참여로 권력을 감시하고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며, 실천적인 시민행동을 통해 자유와 정의, 인권과 복지가 실현되는 참여적 민주사회 건설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입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실행위원장 김칠준 변호사)는 시민들이 생활속에서 잘못된 제도나 관행으로 침해받는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노력하는 기구입니다.

3.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는 수년간 경찰의 지속적인 동향파악과 감시에 대해 국가배상 및 민사배상을 청구한 음영천씨의 소송을 진행하던중 이같은 동향파악이 서울지방검찰청의 ‘공안출소자동향파악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4. 다음과 같이 위 지시의 경위 및 동향파악 내용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1. 사실개요

음영천씨는 서울 강북구 미아8동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음영천씨는 민주화 항쟁이 한창이던 1987년 6월 12일 서울 을지로에서 시위도중 체포되어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구속이 되었습니다. 6월 17일 검찰로 송치되었다가 6월 29일 6.29 선언과 동시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석방되었습니다. 당시 음영천씨는 건국대학교 전기공학과 3학년에 휴학중이었습니다.

시위에 참여하게 된 것은 특정한 사상적 이념을 같고 있었거나 학생운동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을 비롯하여 당시 국가권력의 부도덕성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의분을 참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후 음영천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다니게 되었는데 그동안 선거때나 큰 시국사건이 발생할때면 주소지 관할 경찰서 경찰관이 전화를 하거나 집을 방문하는등 동태를 살피는 일을 당해 왔습니다. 이처럼 근 10년간 동태파악을 당하던 음씨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뒤 98년 12월 10일 지난 10여년간의 동태파악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고 더불어 99년 1월 15일 민사배상청구소송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3월 서울 지구배상심의위원회는 음영천씨의 국가배상지급신청에 대하여 기각결정을 내리면서 결정서에 “서울 종암경찰서 보안과 소속 임수광은 1994년경부터 신청 인(음영천)이 강북구 미아 5동에서 미아 8동으로 1997년 7월 21일 전출시까지 강북구 미아 5동 담당자로서 서울지검의 공안사범 출소자 동향파악 지시에 의거 2월에 1회씩 신청인에 대한 동향을 파악, 보고하였다”고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민사소송 변론과정에서 이 지시가 서울지검의 공식문서를 통해 이루어진 사실이 국가를 대리하여 소송 수행인으로 출석한 위 임00에 의해서도 확인되었습니다. 이로인해 음영천씨는 지난 10여년간 자신에 대해 이루어진 경찰관의 동태파악이 검찰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2. 경찰의 감시와 동태파악 행위

음영천씨에 따르면 경찰의 동태파악은 1990년경 최초로 시작된 이후 1997년 대통령 선거가 있던 12월까지 계속되었다 합니다. 경찰관은 동태파악을 할 때마다 음영천씨의 직업유무, 직장명, 출퇴근시간, 자주만나는 사람등의 사항을 조사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 1990년경에는 당시 주소지(당시 서초구 반포동에 거주)로 경찰관이 찾아와 음영천씨가 없자 어머니를 만나 “어디 있느냐”, “뭐 하느냐”, “직장은 다니냐” 등의 질문을 하고 동태를 파악해 갔습니다. 그리고 음영천씨가 결혼한 후에는 부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서 전화를 받았는데 그 때마다 전화를 건 경찰관은 “지금뭐하느냐”, “어느 회사에 다니냐”등의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에 부인은 음영천씨에게 “형사에게 전화왔었다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면서, 무슨 큰 죄나 지은 것처럼 걱정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1997년 5월경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전화를 걸어서 “지금 뭐하냐”, “어느 회사에 다니냐”, “누구를 만나느냐”등의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1997년 12월 경 대통령 선거를 1주일 정도 앞둔 시점에서는 서울 종암경찰서 보안과 2계 소속 경찰관 임00이 다시 집으로 전화를 해서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 주었습니다.

이에 음영천씨가 전화를 해서 위 임00을 종암동 부근 다방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임00은 원고에게 일정한 양식의 종이를 주면서, 직업, 직장, 출퇴근 시간, 자주 만나는 사람등을 양식대로 적게 했습니다. 음영천씨는 요구하는 대로 적어서 건네주었고 위 임00으로부터 명함을 받아두었습니다.

3. 경찰의 감시로 인한 음영천씨의 피해

음영천씨는 그동안 경찰로부터 계속적으로 감시를 당하고 동태를 파악당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그러한 일들은 정상적인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꾸려 나가려는 음씨에게 엄청난 정신적 고통과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끊임없이 경찰로부터 동태를 파악당하고 감시를 당한다면, 그리고 선거때와 같은 민감한 시기에 경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거나 경찰관을 만나 동태를 파악하는 양식에 자신의 현재 처지와 행동을 기록해야 한다면, 불안감에 휩싸이지 않을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경찰로부터 계속 감시와 동태파악을 당한 나머지 음씨는 자신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던 것이라고 착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단순히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이라면 자신을 이토록 감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영천씨는 경찰청에 찾아가서 컴퓨터 조회신청까지 하고서야 비로서 자신이 받았던 혐의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영천씨는 단순히 시위에 참가한 사람에게 국가보안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 할 만큼 순진하고 선량한 사람입니다. 급기야 자신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던 것인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구속되었던 것인지를 실제로 혼동하게 되었고 조회를 신청해서 확인할 만큼 경찰의 감시와 동태파악은 집요하고도 큰 고통이었던 것입니다. 음영천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전력을 알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야 했고, 때가되면 걸려오는 경찰의 전화에 가정생활의 평온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매 선거시기에 동태파악을 해옴으로 인해 선거권 행사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이처럼 음영천씨는 지난 10년간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평온의 자유를 침해받으면서 자신을 감시하고 동태를 파악하는 존재로부터 큰 중압감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4. 경찰의 동태파악 및 검찰지시의 위법성

음영천씨는 보안관찰법에 따른 보안관찰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음영천씨처럼 한 차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을 특별히 관리하면서 감시할 근거 법령은 대한민국의 어느 법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영천씨는 지난 10년동안 경찰의 감시 대상이 되어야 했습니다.

자신이 왜, 무엇 때문에 동향파악을 당해야 하는지 일말의 설명도 듣지 못한채 말입니다. 음영천씨의 동태를 파악하고 감시한 경찰의 행위나, 이를 지시한 ‘서울지검의 출소자 동향파악 지시’는 법령의 근거가 없는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인 것입니다.

5. 결론

이상의 경찰의 감시, 동태파악은 비단 음영천씨 한 사람에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위 서울지검의 지시 내용과 성격으로 볼 때 민간인에 대한 보다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사찰이 이루어 졌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피해의 범위는 휠씬 광범위할 것이며, 지금도 어디서 누가 또 이와같은 피해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를 것입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는 위 음영천씨 사건으로 드러난 서울지검의 출소자 동향파악 지시의 경위와 배경, 대상 및 범위등 내용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청하며, 그 책임소재를 밝혀 경중에 따라 엄중히 문책, 징계, 처벌할 것을 아울러 촉구합니다. 또한 각 지방검찰청 및 경찰의 이같은 동향파악 여부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최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인권법 제정과 국가인권기구 구성안을 의결한 바 있습니다. 이는 그 세부적인 쟁점을 떠나 더 이상 과거 정권하에서처럼 국가권력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을 방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 표현으로써 기본적으로 환영할 일입니다. 인권법 제정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은 이제 협박, 구타, 고문, 도청, 사찰과 같은 구시대적 인권침해와 유린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 시기에 발생한,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될지 모르는 각종의 인권침해 사건들이 올바로 규명되고 진상이 가려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과 국민의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반영하여 철저한 조사와 규명을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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