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회적 토론·합의 없는 인기투표 핑계댄 일방적 정책 추진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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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TOP 10 결과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제20대 대통령실이 7월 21일부터 진행한 국민제안 TOP 10이 어제(7/31) 마감되었다. 과제 선정 기준과 절차도 알 수 없고, 구체적인 내용 설명도 생략한 채 진행된 국민제안 TOP 10은 경품을 내걸고 진행하는 인기투표에 가깝다. 정책의 수립과 이행 과정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이견과 반발을 조정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정책의 정당성을 얻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국민제안 TOP 10에서는 그러한 과정을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이는 우리 사회의 합의 및 논의 구조를 배제하고, 정치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없다. 윤석열 정부가 이번 투표결과를 일방적인 정책추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선정 기준·내용·절차·방식 모두 불투명, 시민 갈라치기에 불과

이번 국민제안 TOP 10의 투표 대상 정책을 살펴보면, ▲반려견 물림사고 견주 처벌 강화 및 안락사, ▲외국인 가사도우미 취업 비자 허용, ▲소액 건강보험료 체납 압류 제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9,900원 K-교통패스(가칭) 도입, ▲백내장 수술보험금 지급기준 표준화, ▲전세계약 시 임차인 세금 완납증명서 첨부 의무화, ▲콘택트렌즈 온라인 구매 허용, ▲최저임금 차등 적용,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 등이다. 이들 정책 중에는 간단한 행정조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부터, 법·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사안까지 서로 수위가 다른 정책이 뒤섞여 있다. 

 

노동자·중소상인 생존권 보장을 투표에 부치는 자체가 부적절

게다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의 문제는 인기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제도화 되기까지 많은 공론 과정을 거친만큼, 정책을 거꾸로 돌리려면 그만큼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이 문제는 결과에 따라 노동자와 중소상인의 생존권 등 기본권의 침해가 초래될 수 있는 만큼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을 허용하는 문제 등과는 결을 달리한다. 이러한 대목에서 윤석열 정부가 경중이 다른 사안을 모두 묶어 인기투표하는 엉뚱한 방식을 통해 일방적인 정책 추진의 빌미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배제한 비겁한 방식에 따른 정책 추진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정치의 책임을 국민에게 미루는 비겁한 정책 추진 중단해야 

한편, 인기투표방식으로 정책을 결정하자는 식의 접근 방식도 문제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치의 역할을 제한한다. 행정부가 정치의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특히 개인은 마땅히 자신의 편리함과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할 수 있지만, 정치는 특정 개인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방향과 정책을 제시하고 토론해야 하는 주체다. 따라서 정치가 배제된 채 개인의 편의에 기댄 의사결정은 결코 사회 전체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것과 직접 연결될 수 없다. 만약 모든 것이 개인의 편의에 따라 인기투표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면 정치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와 디지털화 등으로 인해 노동환경은 물론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시기와 마주하고 있다. 그 와중에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차별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공공성이 강조되고, 국가와 정치의 책임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많은 문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또 그 안에서 최선의 합리적 선택을 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형마트가 유통시장을 독과점할 개연성이 높다”며 대형마트 7곳이 의무휴업 제도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에 정부도 동의한 바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과 같이 이미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난 사안까지 인기투표방식으로 허물어 버리겠다는 발상을 하는 윤석열 정부가 매우 우려된다. 시민을 갈라치고, 약자를 벼랑으로 내모는 정책을 정부가 투표 결과라며 민심으로 포장하여 추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자신의 역할과 정치를 부정하는 악수를 두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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