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1-04-06   933

서울은 세입자의 도시다 ⑦ 집에 살고 싶은 비주택 거주자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 주거복지센터에서 일하는 김선미라고 합니다.

 

서울시 주거복지센터는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에 관해 상담을 비롯한 주거지원서비스를 수행합니다. 특히 지역사회 내에서 주거 유지가 어렵거나 주거 상실 위기에 놓인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대한 상담과 가구에 맞는 주거지원서비스를 수행하고 있어 집 문제로 걱정이 큰 시민을 주로 만나고 있습니다.

 

세입자를 위한 주거정책은 어디 있나요?

집에 살고 싶은 비주택 거주자

 

서울시는 지난해 말 고시원, 쪽방, 여인숙, 지하방, 창고 등 ‘비주택 거주자’ 1241명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시의 주거 상향 지원사업으로 461명이 입주를 완료했고, 그에 두 배 가량 되는 780여명은 대기 중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780명은 누구일까요. 무주택자를 위한 공약이 쏟아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저는 ‘비주택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집’을 기다리는 비주택 거주자 780명

 

2018년 11월 일어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사건을 기억하시는지요. 당시 비주택의 대명사인 고시원에 살던 이들 가운데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습니다. 2018년 레일라니 파르하 UN 적정 주거 특별보고관의 방한과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사건 이후, 비주택 거주자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출범 이후 쪽방·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자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 물량을 꾸준히 늘려 온 문재인 정부는 2020년도부터 비주택 거주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3년 동안 5500호 공급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5500호는 충분할까요. 국토교통부와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오피스텔, 기숙사 및 사회시설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율은 3.9%로 총 37만가구 정도라고 합니다. 이 중 약 15만 가구가 고시원·고시텔에, 여관·여인숙 등에 약 3만 가구, 판잣집·비닐하우스에 약 7천 가구, 일터의 일부·PC방 등에 약 14만 가구가 ‘살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비주택 가구가 19만 가구에 달한다고 합니다. 비주택 거주자의 규모에 견줘 정부의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가장 많은 비주택 거주자가 있는 서울시의 정책 지원도 미흡합니다. 서울시는 2020년 4월부터 5개 기관을, 2021년부터 4개 기관을 추가하여 총 9개 기관을 통해 비주택 거주자 이주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가 개별 운영하는 2개 기관을 포함하면 11곳입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비주택 주거 지원이 없는 자치구가 14곳에 달한다는 뜻이지요.

 

비주택은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어디에나 있습니다.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자치구 11곳에만 비주택거주자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25개 자치구 어디에서나 지하방, 고시원, 옥탑, 쪽방 등 비주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주택 거주자에 대한 안정적인 주택 이행을 돕는 기관이 11개 자치구뿐인 것은 해당 기관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지역 거주자가 배제되는 현상을 낳습니다.

 

투룸만 공급하면서 기준은 스리룸?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비주택 거주자에 대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은 현실과 괴리돼 있어 실제 ‘주거 사다리’로 기능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2019년 10월 중앙정부의 ‘아동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강화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거 환경에서 만18세 미만의 아동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무주택세대(아동주거빈곤가구)를 대상으로 해마다 매입임대주택이 공급됩니다. 2021년 2월 말 현재, 아동주거빈곤 가구에 대해 매입임대주택 다가구형 131호라는 물량이 너무 적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 물량 자체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 대부분이 투룸으로 까다로운 입주 기준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6세 이상 자녀가 부모와 분리되어야 하고, 8세 이상의 이성 자녀가 상호 분리되어 침실을 구성해야 하고, 노부모의 침식을 분리”해야하는 것이 최저 주거기준이지만, 그런 공간이 확보되는 매입임대주택을 찾는 것은 힘듭니다. 결국 주택 입주를 포기하거나 자녀들 각각에 방을 내어주고 부모가 거실을 침실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에스에이치가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을 신청할 때 “타 자치구로 이주가 불가할 경우 추천을 자제하도록” 하는 내용과 “한 번 신청한 가구가 주택 선정을 포기한 경우 재공급의 기회가 없음”을 명시하는 등 신청 당사자의 주거권을 고려하지 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토부가 비주택 거주자에게 다양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에스에이치가 ‘전세임대주택’(에스에이치가 집주인과 계약을 맺고, 해당 주택을 재임대하는 형태)을 공급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전세임대주택이 다른 유형의 임대주택에 비해 점유 안정성 측면이 현저히 낮으나, 비주택이라는 열악한 주거 환경을 벗어남과 동시에 도심에서 일자리 및 학교 등의 생활권역을 유지해야 하는 주거 취약계층에게는 요긴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공급하는 전세임대주택이 전부라 물량이 충분치 않습니다. 비주택 거주자의 비중이 매우 높은 곳이 서울시임을 고려한다면, 에스에이치가 전세임대주택 공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서울 25개 구에 있는 비주택 가구를 위한 공약

 

중앙정부는 공공임대 우선 공급 대상이 되는 비주택 거주자 범위를 꾸준히 확대했습니다. 2020년 말 현재 쪽방, 고시원, 여인숙, 비닐하우스, 만화방, 피시방, 컨테이너 움막, 그리고 노숙인시설에 3개월 이상 거주한 자, 18세 미만 아동 포함 최저주거기준(방수) 미달 가구, 출산 예정 미혼모, 침수 우려 지하 거주 가구 등이 우선공급 대상입니다. 이들을 모두 포괄하는 서울시 공공임대 물량은 얼마나 되야 할까요.

 

서울시장 후보님, 우리사회에서 매우 열악한 거처에서 살아가는 취약계층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정책이 지금보다 세밀해질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서울 25개 자치구 어디에서도 동일한 주거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제도이기를 희망합니다. 

 

김선미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종로주거복지센터장

 


오는 4월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집값과 전월세 문제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들끓는 민심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앞다투어 부동산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실상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 선거’입니다. 하지만 자가 소유 주택에서 거주하는 자가점유율이 42.7%로 전국 최하위에 그치고, 세입자 가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에는 ‘부동산 선거’ 이상의 선거가 필요합니다.

 

지난 3월 3일, 서울지역 세입자들과 주거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집걱정없는 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집걱정없는서울넷’)가 출범했습니다. “서울은 세입자들의 도시”라는 선언과 함께, 각 후보들의 주거·부동산 공약을 평가하고, 부동산을 넘어, 주거권이 보장된 서울을 위한 시민들의 요구를 함께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한겨레>와 ‘집걱정없는서울넷’은 ‘부동산 선거’에 소외된 세입자들의 주거권 보장에 대한 목소리를 7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한겨레 원문보기

 

① 임대인 꼼수에 쫓겨나는 월곡동 쌍둥이 아빠

② 공공임대 살고 싶어도 못 사는 취약계층 

③ 방이 아니라 집에 살고 싶은 청년 세입자

④ 전셋집으로 사기 당해 본 깡통전세 피해자

⑤정부보다 “센” 집주인에게 주거 안정 위협받는 홈리스 

⑥연남동 사회주택에 계속 살고 싶은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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