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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상인공정
  • 2020.11.09
  • 295

 

 

자동차에 불이 나도 참는 사람들... 소비자 주권시대?

[경제민주화 119 연속기고 ④] 소비자들에게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

 

변웅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장

 

코로나19로 소득불평등과 부의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지금, 11월 9일을 경제민주화의 날로 선포하고 관련 정책을 적극 도입하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계와 중소상공인,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차례로 싣습니다. [편집자말]

 

[경제민주화 119 연속기고 ①] 공정경제3법이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

[경제민주화 119 연속기고 ②] 중소기업 사업주-노동자에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

[경제민주화 119 연속기고 ③] 원하청노동자에게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

[경제민주화 119 연속기고 ⑤] 평범한 시민들에게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

[경제민주화 119 연속기고 ⑥] 중소상인·자영업자들에게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이유

 

경제민주화. 얼핏 들으면 무척 거창한 구호다. 경제민주화가 대기업의 지배구조, 기업간의 하도급 거래 아니면 회사와 주주간의 관계에 국한된다면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시민의 소비생활에 구체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민의 소비생활에 있어서 경제민주화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소비자에게 있어 경제민주화란 한마디로 말해서 소비자와 기업간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소비자 주권시대라고 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기업과 비교해 가지는 힘은 미미하다. 

 

자신이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갑자기 불이 붙어도,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가 여러 사람이 큰 병이 들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어도, 유명 브랜드의 햄버거를 먹고 몸이 망가져도, 매일 몸을 부비며 사용하던 침대가 방사선 배출로 위험하다고 해도, 소비자는 진실이 언젠가 밝혀질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언론매체가 주목하는 이런 사건들도 그런데 하물며 언론 매체에 언급도 되지 않는 소비자의 피해들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경제민주화가 당신에게 끼치는 영향

 

소비자 주권시대에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그것은 기업과 소비자간의 힘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기업은 새로운 첨단기술과 사업모델, 마케팅 전략으로 무장해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서비스와 제품을 절묘하게 판매하는데, 소비자는 이에 대해서 식별하고 판단할 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은 회사 내외의 변호사들을 선임해 법률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피해액이 적다는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해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접근할 수도 없다. 기업의 고의과실을 입증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기업과 소비자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 잡고자 도입돼야 하는 제도가 소비자의 '집단소송 제도'와 '입증책임 전환' '징벌적 손해배상' 그리고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이다. 

 

소비자집단소송 제도가 도입되면 개별적 소비자의 피해가 작더라도 일부 소비자가 모든 피해 소비자를 대표해 소송을 할 수 있게 된다. 승소를 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모두 피해구제를 받게 된다. 

 

입증책임 전환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가 기업의 고의과실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기업이 자신들의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 악의적인 기업의 잘못에 대해서는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손해를 배상하게 돼 소비자의 실제 손해가 작다고 무시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이 조성되면 소비자에 대한 교육과 홍보, 피해구제를 위하여 소비자단체들이 보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 정도는 돼야 현재 심각하게 깨진 기업과 소비자간의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는 회복될 수 있다.

 

소송천국 된다고? 무슨 말씀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면 우리나라가 '소송천국'이 되고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설령 이런 제도들이 도입된다고 해도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와 같은 법적인 조치는 여전히 일반 소비자들이나 소비자단체에게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쉽게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이보다 가능성이 더욱 큰 상황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러한 제도들을 고려해 소비자들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보다 조심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어떤 상품이 소비자의 건강에 유해할지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과거엔 일단 판매하고 나서 상황을 관찰했다면 이후엔 섣불리 판매하지 못하고 품질관리도 더욱 엄격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 내에서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았던 소비자 담당 부서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진다. 문제 발생시 소비자 또는 소비자단체와의 협의와 조정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업하려고 하는 외국기업들도 우리나라에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더욱 신경 써서 보호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제도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외국기업들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 결과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다른 선진국 소비자들에 비해서 덜 보호되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소비자에게 필요한 경제민주화는 기업과의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집단소송 제도와 입증책임 전환, 징벌적 손해배상, 그리고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제도의 도입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다. 이런 제도가 도입돼도 관련 소송이 폭증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의 소비자 관련 업무의 개선과 경쟁력 증대, 외국기업의 우리나라 소비자에 대한 보호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오마이뉴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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