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1-03-25   675

서울은 세입자의 도시다 ②공공임대 살고 싶어도 못 사는 취약계층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마포주거복지센터장 박정엽입니다.

서울시 주거복지센터는 서울시민의 주거안정에 관한 다양한 상담을 수행합니다. 특히 지역사회 내에서 주거유지가 어렵거나 주거상실 위기에 놓인 저소득·취약계층에 대한 상담과 가구에 맞는 주거지원서비스를 수행하고 있어 집 문제로 걱정이 큰 시민을 주로 만나고 있습니다.

 

민간시장의 임대주택은 높은 주거비를 부담해야하므로 사실상 서민들이 전세주택을 구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시의 저소득층은 전월세주택을 구하기 어려워 서울을 떠나거나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반지하, 옥탑방 등 비주택에서 살게 됩니다.

세입자를 위한 주거정책은 어디 있나요?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싶어도 못 사는 취약계층 

 

공공임대 선정되어도 입주까지는 첩첩산중

 

50대 여성 ㄱ씨는 마포구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보증금 천만원, 월세 100만원의 오피스텔에 2015년부터 거주하며 살았는데 임대료가 체납된 탓에 임대인이 명도소송을 제기하여 올해 3월 말 퇴거명령을 받은 상황입니다.

 

ㄱ씨는 자영업자인데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급격히 적어지고, 특히 최근엔 신용상태이 매우 나빠졌다고 합니다. 가압류되어 있는 소규모 상가는 처분조차 어려워 파산면책도 받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었습니다. 10여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과 생활하는데 아들은 건강이 좋지 않아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못해 매우 힘든 상황에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소득이 급감한 탓에 LH전세임대주택을 신청했고 마침 선정되어 60㎡이하 주택을 물색하게 되었습니다. 공사의 보증금 대출 1억1천만원에 본인 부담 월세 50만원 수준을 알아보는데 퇴거 시점을 앞두고 조건에 맞는 전세임대주택이 나오지 않아 결국 임시로 머물 수밖에 없는 숙박업소나 찜질방까지 찾는 중입니다. 공공임대 입주자로 선정이 됐는데 실제 입주가 어렵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공공부문의 임대주택 중 민간임대를 빌려 사용하는 전세임대주택은 LH가 제공하는 게 아니라 LH가 전세 보증금 대출 등을 지원하고 실제 세입자가 입주할 임대주택은 민간에서 세입자가 직접 물색해야 합니다. 문제는 대출 지원 한도액이 전년도 9천만 원에서 1억1천만 원으로 2천만 원 증액되었지만, 마포의 경우 이 보증금으로 갈 수 있는 주택은 반지하방, 아니면 40년 이상 된 노후주택 뿐이라는 점입니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들은 주변시세가 올라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높은 주거비를 받는다는 것은 세입자에게 서울을 떠나라는 통보밖에 되지 않는 듯합니다.

 

졸지에 방화범 의심을 산 공공임대 입주민

 

‘사회적 낙인’도 공공임대 입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60대 남성 ㄴ씨는 마포구의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한 지 약 15년째로, 오랜 기간 혼자 거주하고 있습니다. 시력이 좋지 않아 생활의 불편함이 많지만 평범하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집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하며 평온한 일상은 달라졌습니다. 화재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애서 본인의 부주의로 발생한 실화라는 소문이 주변에 나자 심리적인 압박감도 매우 큰 상황에서 우리 센터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관리주체인 SH공사는 화재로 피해를 입은 해당 가구에 임시로 머물 수 있는 공가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해당 주택이 장기간 비어있던 곳으로 전기, 수도에 이미 문제가 있었고 특히나 보일러가 고장 난 채여서 지난 겨울 혹한기에 무척이나 힘든 겨울을 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1년 넘게 임시 거처에 거주하면서 당사자가 거주하던 주택으로 이주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SH공사는 주택의 복구가 완료되고 3개월이 지나도록 원가구 입주를 못하게 막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주민들의 반대로 절차를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임시 거처에 거주하면서도 화재가 난 주택의 재계약도 무리 없이 진행했던 터라, 소문에 근거한 ‘방화범이 어떻게 함께 살 수 있냐’는 주민의 민원을 아무런 설명없이 SH공사가 수용했다는 것 자체를 당사자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습니다.

 

저희 마포주거복지센터도 주거 약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SH공사를 비롯한 관리사무소와 수차례 설득하고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화재발생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을 경찰서와 소방서 등 관계 기관에 확인했고 결국 ㄴ씨의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원주택에 다시 입주하였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당사자는 억울하기 그지 없었을 것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이 갖는 ‘주거안정성’이란 뭘까요? 오히려 저소득 가구라고, 빈곤한 가구라고 무시당하는 반인권적 행태를 지켜봐야 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공공임대 공급부족 부추기는 주거 이기주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이런 사회적 편견과 배제는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부족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2020년 8·4대책, 2021년 2·4대책 발표로 서울시에 10만호 이상의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건설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치인과 공공기관,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공급 일정이 불투명한 것입니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안 된다는 지역이기주의의 만연으로 영구임대주택을 비롯하여 장기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의 확보가 매우 어려운 현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가 퇴거하지 않는 이상 신규 입주자 입주가 어려워 오랜 기간 대기를 한 후, 그야말로 운 좋게 들어갈 수 있고, 입주해도 20년 이상 사용이 되어 노후한 시설설비와 소음 등 다양한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울시장 후보님들에게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많은 세입자 중 저소득층, 우리 사회에서 취약계층이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을 위한 안정된 공공임대주택을 확실히 공급하기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현재 공사가 개입하고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관리 또한 ‘주거권’ 인권적 차원으로 접근되길, 그것을 위한 예산 편성 또한 부족함이 없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박정엽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마포구주거복지센터장

 


오는 4월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집값과 전월세 문제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들끓는 민심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앞다투어 부동산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실상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 선거’입니다. 하지만 자가 소유 주택에서 거주하는 자가점유율이 42.7%로 전국 최하위에 그치고, 세입자 가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에는 ‘부동산 선거’ 이상의 선거가 필요합니다.

 

지난 3월 3일, 서울지역 세입자들과 주거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집걱정없는 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집걱정없는서울넷’)가 출범했습니다. “서울은 세입자들의 도시”라는 선언과 함께, 각 후보들의 주거·부동산 공약을 평가하고, 부동산을 넘어, 주거권이 보장된 서울을 위한 시민들의 요구를 함께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한겨레>와 ‘집걱정없는서울넷’은 ‘부동산 선거’에 소외된 세입자들의 주거권 보장에 대한 목소리를 7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한겨레 원문보기

 

서울은 세입자의 도시다 ① 임대인 꼼수에 쫓겨나는 월곡동 쌍둥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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