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08-02-06   1443

[대학등록금 1000만원 시대 4-1]“돈 아까워 하루 두끼만 먹어”




◇‘서울 유학생’들 생활비 이중고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대학생들에게 생활비는 ‘또 다른 등록금’이다.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등록금 외에 생활비도 스스로 벌어 충당해야 한다. 피자가게, 주유소, 공사판 막일, 번역 등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한다. 하루에 4개 이상의 알바를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면 휴학과 군 입대 등 일시적 ‘도피처’를 찾는다. 이러니 ‘본업’인 학교 공부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화여대 2년 정모씨(20)는 화장품을 쓴 적이 없다. 동료가 값비싼 장신구를 하고 외제 화장품을 사용하는 걸 보면 부럽지만 국산 로션 하나 쓰는 것도 그에게는 사치다. 정씨의 서울 생활비는 월 35만원. ‘서울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돈’이다.

대학 첫 등록금도 친척들이 내줬다. 부모가 막일을 하는 형편에 등록금은 너무 벅찼다. 딱하게 여긴 친척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돈을 만든 것이다. 눈물 나도록 고마웠다. 더 이상 손을 벌릴 수는 없었다. 첫학기 개강 한 달 전인 2006년 2월 서울로 올라왔다. ‘돈’을 찾기 시작했다. 알바인생의 시작이었다. 생활비도 등록금도 모두 정씨 몫이었다. 친척 집에 머물며 피자가게, 뷔페식당, 번역센터 등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일감을 구했다. 개강 후엔 모든 수업을 오전에 들었다. 이후 밤 1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많을 때는 5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가게 주인에게 꾸지람을 들을 때면 서러움이 북받치지만 부모님을 떠올리며 이를 악문다. 첫 여름방학 때까지 월 40만원씩 벌었다. 자연히 공부는 소홀해졌다. 대학생인지 알바생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첫 여름 방학 때 과외 자리를 얻었다. 소득이 월 50만원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등록금(350만원)이 맘에 걸려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생활비 중 식비가 가장 많다. 아침을 거르고 하루 두 끼만 먹는데도 그렇다. 학교 밖 식당은 5000원 이상이어서 2000원짜리 구내식당 밥을 먹는다. 월 10만원이다. 하루 두 번 타는 전철비 5만원, 과외 후 귀가 때 타는 택시비 등 교통비로 9만원을 쓴다. 여기에 커피값·야식비 등 8만원, 통신비 4만원, 의류 등 잡화비 3만원을 더 지출한다. 시민단체에 월 1만원씩 기부금도 낸다. 남은 15만원은 꼬박꼬박 은행에 넣는다. 정씨는 “선배가 되니까 ‘품위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3학년 1학기를 마친 뒤 휴학할 생각이다. 올해 서울 사립대에 진학한 남동생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다. 남동생이 입대하면 복학해 사법시험 공부를 할 계획이다.

                                         
                                                               ▲ ⓒ경향신문

부산 출신 이종은씨(24·경희대 국문3)는 정씨보다 형편이 낫다. 입학후 3학기 동안 하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군 제대 후 2006년 복학한 뒤부터는 친구와 함께 학교 앞 원룸에서 자취를 한다. 이씨의 생활비는 월 40만~50만원. 월세와 밥값이 대부분이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0만원짜리 원룸은 친구와 반반씩 부담한다. 하루 평균 식사비는 6000~7000원. 부모가 보내주는 월 60만원으로 교재를 구입하고 친구와 어울리려면 턱없이 부족하다. 군 입대 전에는 시간당 3500원짜리 맥주집 아르바이트를 했다. 복학 후엔 과외교습이나 이벤트 업체 진행 보조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_PSPDAD_##]



32년간 물가 8배 뛸때 등록금은 26배 ‘껑충’



◇ 물가통계로 본 등록금


김민성씨(25·서경대 유럽어문학부 3학년)는 이번 겨울방학 기간에 ㄹ마트 의정부점에서 보안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2년 전 제대후 부모 도움 없이 등록금을 벌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복학해보니 등록금이 너무 올랐다. 올해도 학교측은 8%를 올린다고 한다. 주 6일 동안 매일 9시간 근무하고 버는 80만원 중 20만원만 지출하고 나머지는 저축하지만 아무래도 등록금 마련은 빠듯할 것 같다. 결국 올해 휴학하기로 했다. 김씨는 “매장 진열대 위의 생필품 가격의 인상폭도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은데 등록금만 왜 이렇게 많이 오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시 한 대형 마트에서 방학기간 동안 보안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민성씨(25)가 손님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김세구기자>

지난 32년간 물가가 8배 오르는 동안 대학 등록금은 26배나 뛰었다. 쌀 6가마니 값이었던 한 학기 등록금이 지금은 20가마니 값이 됐다.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준으로 가격이 오른 품목은 돼지고기, 담배, 기차요금 등이다. 담뱃값은 15배, 기차요금은 17배(최우등석 기준) 인상됐다.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같은 기간 동안 사립 4년제 인문계 기준으로 25.7배가 올랐다. 물가상승률의 300%가 넘는다. 한 학기 등록금에 해당하는 다른 상품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실감난다. 예전에 금 44을 모으면 낼 수 있었던 등록금이 지금은 그 3배가 넘는 138을 모아야 한다.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기름값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1년에 휘발유 694ℓ를 소비하는 차를 가진 아버지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1975년에는 1년만 차를 타지 않고 기름값을 모으면 4년제 사립대 인문계에 재학중인 자녀 1명의 한 학기 등록금을 낼 수 있었다. 당시 대학생이 학부모가 된 2008년에는 꼬박 3년간 차를 굴리지 않아야 등록금 납부가 가능하다.


김상균씨(가명·58·서울 중랑구)는 7년 전 가구회사에서 퇴직한 후 튀김닭집을 운영한다. 둘째딸이 올해 공립대 2학년이 된다. 등록금이 사립대보다 싼 편이지만 힘에 부친다. 가게 한 달 순익은 200만원이 못된다. 가격경쟁이 붙은 튀김닭의 가격은 마리당 5900원. 딸의 등록금은 튀김닭 300마리가 넘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의 2005년 등록금을 ‘100’이라고 가정할 때 1996년 등록금은 물가인상 등 다른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약 62에 불과했다. 9년 만에 66%가 오른 것이다. 2007년에는 약 14%가 올라 113.9로 나타났다.
 
 ▲ ⓒ경향신문

저소득층의 등록금 부담은 더 크다. 소득 10분위로 나눈 통계에서 최저소득층인 1분위와 중간인 5분위, 최상위인 10분위의 소득과 사립대 연간 등록금을 비교해봤다. 2000년과 2006년을 비교했을 때, 10분위는 ‘0.74개월치 소득→0.79개월치’로, 5분위는 ‘2.39개월치→2.30개월치’로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비교적 작은 변동폭을 보인 반면, 1분위는 ‘6.63개월치→7.1개월치’로 부담이 늘어났다.



– 경향신문 · 참여연대 공동기획 –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