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10-11-24   3384

[기고] 우리는 왜 SSM 규제 촉구 운동에 나서게 됐는가?

안녕하세요. 참여여대 민생희망본부입니다. min@pspd.org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의 “우리는 왜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를 촉구하는가?”라는 취지의 글이 한겨레신문 ‘맞대면’ 코너에 11월 22일 실렸습니다. 한겨레 사이트에서 기사 보기 :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449910.html

아래는 한겨레신문 편집 전의, 안진걸 팀장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시민여러분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민생희망본부 드림>

천민 자본주의 탐욕의 상징 ‘SSM’
– “해도 해도 너무 하는” 유통대기업의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행태

재벌슈퍼 SSM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이럴 수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대형마트는 그렇다 쳐도 재벌들이 동네까지 슈퍼를 개설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재벌들에게는 없어도 그만인 SSM 한 개가 인근 슈퍼 및 자영업자 수백여 명에겐 엄청난 재앙이 되고 있다.

그래서 상인·자영업 단체들은 물론이고, 경실련, 민변, 참여연대, 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일반 시민들까지도 SSM의 탐욕스러운 진출에 대해서 ‘이건 아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는 국회와 정부에서의 SSM에 대한 규제논의로 이어지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상인들에게 찾아가서 ‘그것 규제하면 위헌이다’라고 중소자영업자들의 속을 뒤집어놓기도 하셨지만, 상식을 가진 누구라도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서 일정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기에 ‘강부자’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과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논의가 진척되어온 것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으로 이미 막대한 이윤을 취하고 있음에도, 유통대기업들의 SSM 진출의 배경은 ‘원천적으로 게임(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 동네 상권을 장악하여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탐욕(貪慾)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게 SSM은 벌써 전국에 830여개가 넘게 진출했고, 주변 상권은 초토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대기업들은 수백여개를 더 진출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자영업자 수치는 2007년 604만9천명이었으나 2009년 571만1천명을 기록하여,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2년 동안 33만 8천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1월 수치를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자영업자의 숫자가 55만 명 가까이 줄어들어 자영업자 숫자가 547만5000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550만 명’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대형마트와 SSM 개수와 매출은 나날이 늘어나고,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의 매출과 개수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04년 대비 2008년의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매출액의 증감을 보면, 이 기간 동안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9.2조원이 증가한 반면, 재래시장의 매출액은 그만큼인 9.3조원이 줄어들었다. 이는 전국의 중소자영업자들과 종사원들의 대규모로 감소로 이어져 그만큼 실업자 숫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SSM업계의 빅3라 불리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삼성테스코), 롯데슈퍼, GS슈퍼는 2009년 한 해 동안만 무려 200개의 SSM을 개설하였고, 올 해 상반기에도 114개의 점포를 개설하였다. 이에 따라 빅3 기업의 전체 슈퍼마켓 시장 점유율도 높아져 2006년 6.2%이던 점유율이 2009년에는 11.2%를 기록했다.

반면, 동네 슈퍼마켓의 점포수와 매출액은 급감하였다. 2009년 소형 슈퍼마켓(매장면적 150㎡이하)의 점포수는 7만 9천 2백개로 2005년에 비해 2만개 이상이 줄어들었으며, SSM 인근 소매 점포들의 매출액은 평균 48%가 감소했다. 전날 대형마트가 늘어나는 만큼 재래시장이 죽게 됐듯이, 이젠 SSM이 늘어나는 만큼 둥네 슈퍼가 죽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이마트 피자’로 유명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중견기업 나우콤의 문용식 대표 간의 트위터 설전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SSM에 대한 논쟁이었다.지난 달 30일 트위트 여론조사 툴인 트윗폴에서 즉석 여론조사도 있었다는데, ‘누구의 논리가 공감이 가는지’ 물은 결과 73%(1분 동안 292명 투표 참여, 215표 득표)가 문 대표에 공감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아무리 경쟁만능의 자본주의라고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래도 ‘함께사는 대한민국’과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을 위해 지켜야할 ‘예의’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의 70% 이상이 SSM 규제에 일관되게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민들도 처음에는 SSM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이웃들의 생존이 무참히 무너지는 것을 보고, 또 유통대기업들만 살아남게 되면 결국 그것이 유통생태계의 다양성 훼손과 독점 심화로 인한 경쟁 저하와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사실들을 파악하고는(실제 사례들이 있고, 지금도 품목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비싸다는 조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SSM에 대한 규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119조 2항도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23조 2항과 3항은 더 직접적으로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우리 사회를 시장의 강자나 대기업의 횡포와 무분별한 이윤 추구행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권능과 의무로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중소상인들은 뭐 대단한 대책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들어오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신도시나 재개발 지역처럼 새로 상권이 형성되는 지역은 유통대기업들도 들어갈 수 있겠지만, 기존에 상권이 형성된 지역까지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일만큼은 자제해달라는 것이다.

또 경쟁과 혁신을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재래시장, 전통상가, 중소유통업, 동네 슈퍼 간에도 입지, 가격, 위생, 친절, 서비스, 이벤트 등을 통한 치열한 경쟁이 있고, 나름의 혁신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상대도 할 수 없는 공룡자본이 들어와 경쟁이 아예 불가능한 조건임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는 것도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반복되는 경제위기와 일자리 부족이 만들어놓은 조건인데, 그 책임을 생존을 위해 자영업을 위해 뛰어든 노동자, 서민에게 전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해도 자연스럽게, 연착륙을 해야지 지금처럼 공룡자본에 의해서 강제 퇴출되는 방식은 너무나 폭력적이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재벌 및 유통대기업들이 최근 통과한 유통법 개정안과 11.25일 통과하게 될 상생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중소상인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감안하여 일정 기간 출점을 중단하거나 자제하고 중소상인들과 함께 상생과 공존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

더욱이 피자집이나 스시뷔페라고 속인 후 SSM을 기습 개점하는 등 온갖 편법도 마다하지 않으며 부도덕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지탄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당분간 SSM 출점을 중단하고 중소상인들과의 상생과 공존을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면 우리 국민들도 대기업들의 결단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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