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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
  • 2020.12.18
  • 767

한겨레·공공임대두배로연대 공동기획

모두를 위한 공공임대 ④주거복지 선진국 사례

 

 ‘공공임대주택 두배로 연대’(두배로연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두배로 이상 확대하고 질적 개혁을 활동을 펼치기 위해 지난 11월 19일 출범했습니다. 두배로연대와 한겨레는 공공임대가 300만호가 되는 ‘새로운 상상’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자가소유율이 높으면 살기 좋은 나라인 것일까. 자가소유율이 높은 나라들의 리스트를 보면, 갸우뚱해질 것이다. 자가소유율이 90%가 넘는 나라들은 루마니아, 싱가포르,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중국, 쿠바 등이다. 이 나라들도 나름 주권국가로서 국민들이 원하는 체제를 잘 운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는 나라들은 아니다. 리투아니아, 네팔, 러시아, 인도, 멕시코, 태국, 일본 등도 자가율이 80%가 넘는다. 70%를 넘는 경우는 스페인, 체코, 브라질, 그리스, 벨기에, 스웨덴 등이 있는데, 역시 한 두 나라 빼고는 오히려 자가율이 높을수록 국민소득이나 복지제도 측면은 더 열악해지는 것만 같다. 오히려 흔히 복지국가로 알려진 나라들은 자가율이 한국보다 낮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복지국가는 자기집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입자도 마음편하게 살 수 있어서 복지국가인 것은 아닐까. 최근 일각에서는 공공주택정책을 비판하며 ‘월세소작농’을 키운다고 하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자가가 많을수록 더 살림살이 형편은 안 좋아지는 것 같으니 무슨 까닭일까. ‘내집 마련’을 지원하겠다면서 사실은 서울 신규주택의 77.6%가 유주택자에게 돌아간 2013-2016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면, 진정 ‘내집 마련’과 ‘복지국가’의 상관관계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공임대도, 사적임대도 아닌 제3지대

 이른바 주거복지 선진국들은 한국처럼 전 국민이 집값이든 전셋값이든 주택 가격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별로 없다. 그 이유는 공공과 민간 사이에 있는 ‘사회임대’라는 공공성 강한 임대주택 유형이 안전판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소셜하우징(Social Housing)’이라는 용어로 일컬어지는 ‘사회임대’는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사적임대주택과 달리 가격이 안정돼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널리 쓰는 공공임대 개념과 유사하다. 유럽에선 19세기부터 정치적 좌·우를 막론하고 지역의 풀뿌리 주택협동조합, 종교단체, 노동조합 등 시민사회영역에서 공공성이 강한 주택을 공급하다 보니 공공주택 대신 사회주택이라는 표현이 친숙하다.

 

이러한 사회주택이 전체 주거점유형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1~3위 국가들은 순서대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이다. 네덜란드 주거점유형태를 보면 자가점유율이 54%로 한국보다 낮은 대신, 사적임대 비중이 11%에 그치고 사회주택 비중이 35%에 달한다. 오스트리아도 자가점유율 55%, 사적임대 20%, 사회주택 25%로 사회주택 비중이 사적임대 비중보다 높다. 덴마크는 자가점유율 52%, 사적임대 17%, 사회주택 21% 수준이다. 그밖에 스웨덴(20%), 영국(18%), 프랑스(17%) 등 사회주택 비중이 한국의 공공임대 비중 7% 수준을 훌쩍 넘는다. 한국에선 민간임대라는 표현이 더 친숙하지만, 사실 유럽에선 민간이라 하면 사회주택도 포함될 수 있는 개념이기에, 사회를 제외한 부분은 직역하여 ‘사적임대’라고 표현했다. ‘민간’이라 하면 오로지 ‘사적임대’만 있는 사실상 한국에는 없는 유형인 셈이다.

가장 살고 싶은 도시 1위 비엔나 사회주택 비중 43%

네덜란드는 약 300개의 ‘주택협회’들이 사회주택 240만 여호를 운영하고 있다. ‘주택협회’들은 각각이 한국으로 치면 사회적 기업과 유사한 조직으로서 전국단위의 연합회인 에이데스(Aedes)를 통해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와 소통한다. 구체적인 공급계획은 권역별 연맹체가 지방정부와 수행협약을 통해 수립, 집행한다. 예컨대 암스테르담 권역의 주택계획은 사진의 9개의 주택협회가 모인 암스테르담 주택협회 연맹(AFWC)을 통해 지방정부와 협의한다.

 

주택협회들은 매년 성과보고서에서 6개 분야를 평가하는데, 부담가능한 임대료를 책정하는 것은 기본 사항이고, ‘근린주구’의 삶의 질에 기여하는지 항목이 1997년에 추가되었다. ‘근린주구’는 거주자가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주택 입지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초등학교와 점포, 녹지 등을 구성요소로 한다. 2011년에는 주택을 제공할 때 ‘돌봄서비스’를 결합해야한다는 항목이 추가됐다.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개별 주택의 면적이나 품질이라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거 커뮤니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소프트웨어의 차원도 반드시 고려하라는 것이다.

 

대도시일수록 사회주택의 비중이 크다보니 암스테르담의 경우는 40%를 상회하는데, 주택협회별로 개성있는 다양한 형태와 유형, 컨텐츠를 가지고 공간적으로 고루 분포한다. 단순히 물량만 많은 것이 아니라 유형별로 골고루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계층분리(segregation)이나 슬럼화 현상을 보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연방제 국가인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는 사회주택의 비중이 전국 평균 25%를 크게 상회하여 43%에 달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오스트리아가 네덜란드에 이어 2위이지만, 도시 차원에서 현재는 비엔나의 사회주택 비중이 암스테르담보다 크다. 비엔나의 문화 인프라나 자연환경 등도 큰 영향을 주겠지만, 이렇게 사회주택과 공공주택이 병존하며 부담가능한 주택이 시내에 고루 퍼져있는 것 역시, 비엔나가 지난 10여년간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1위’를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배경일 것이다.

 

덴마크의 사회주택은 네덜란드·오스트리아와 달리 조합원이 조합비를 내고 협동조합의 지분을 공유하는 방식에 따라 임차인과 소유주의 성격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제한적으로 재임대를 주거나 사후에는 동거 가족에게 상속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국가에서는 소유주의 권리에 해당하는 것을 덴마크의 사회주택 입주민들은 누리는 것이다. 초기 목돈이 없는 입주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매계약을 한 뒤 입주하고, 분양을 원할 시 장기간에 걸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도 있다. 소유를 원치 않으면 이자만 임대료 성격으로 납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분적립형 주택, 공공자가주택 등 자산이 없는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 공급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주거복지 선진국에서는 사회주택이라는 형태로 비슷한 유형의 주택 공급이 이미 이뤄진 바 있는 것이다.

 

전후복구 위기 상황에 나왔던 사회주택, 한국은…

내 집값 올라봤자 팔지 않으면 시세차익도 없다. 팔아도 새로 이사갈 집도 같이 오르면 남는게 없다. 자녀가 있으면 내가 얻은 이익보다 자녀 독립시키는 데 드는 돈이 더 들 수도 있다. 최근 ‘부동산 민심’이라고 일컬어지는 부동산 대책 비판 여론을 보면, 혐오와 갈등에 기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불로소득이 주는 박탈감 차원이 아니라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 같다. 한국의 ‘부동산 위기’는 기후 위기, 팬데믹 위기에 못지 않은 사회적 위기인 것이다.

영구임대주택 도입으로 한국 공공주택역사의 기점이된 1989년은, 임대차 계약기간이 2년으로 정해진 해이기도 하다. 31년의 역사가 흘러 임대차 계약기간이 2년에서 한번 더 연장할 기회가 생겼다. 유럽의 공공주택과 사회주택 발전은 유행병과 전후복구의 비상한 시기에 위기에 대응하고자 국가와 사회가 힘을 합친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도 이 위기를 ‘공공주택(+사회주택) 두배로’로 극복할 수 있다.

 

최경호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정책위원장

 

한겨레 원문보기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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