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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
  • 2020.12.31
  • 1110

한겨레·공공임대두배로연대 공동기획

모두를 위한 공공임대 ⑤공공임대 정책의 문제

 ‘공공임대주택 두배로 연대’(두배로연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두배로 이상 확대하고 질적 개혁을 활동을 펼치기 위해 지난 11월 19일 출범했습니다. 두배로연대와 한겨레는 공공임대가 300만호가 되는 ‘새로운 상상’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중산층의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전세난 해결책의 하나로 질 좋은 공공임대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산층도 선호할 수 있는 질 좋은 공공임대, “평생주택”을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어느 정부 부처에서도 평생주택의 컨셉인 공공임대의 품질개선이나 양적 확대를 위한 주거재정 확대와 신도시계획 변경 등 적극적인 정책전환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에도 커뮤니티시설 넣은 비엔나

지금까지 공공임대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많이 공급하기 위해 외관디자인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중산층이 선호하는 커뮤니티 시설, 체육·문화시설 등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유럽의 공공임대는 공급대상을 소득 8분위까지 하고, 1층에는 공연장, 수영장, 극장, 상담소, 파티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비엔나 등 유럽의 대도시는 공공임대 단지별로 설계를 공모하여 공공임대의 품질을 개선하였다. 비엔나의 경우 1980년대 ‘본퐁스 빈’이라는 별도의 주택품질 개선기금을 설치하여 신규 분양주택의 설계 공모와 이에 따른 기금지원 사업을 하였다. 공공임대의 품질을 개선하여 중산층도 입주를 희망할 수 있는 계층혼합(Social Mix)형의 공공임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건축비에도 상당한 추가 투자를 해야 한다.

평생주택 취약계층 입주하려면 임대료보조정책 필수

계층혼합형 주택에서는 임대료 보조정책도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가족 단위로 거주할 경우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고 주변에 혐오시설로 낙인찍혀 있던 영구임대 공급을 중단하고 계층혼합형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공급정책을 추진하였다. 지금 국민임대는 소득 1-4분위 저소득층이 입주하는 취약계층용 공공임대가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소득 6분위의 중산층까지 입주하는 공공임대로 설계되었다. 그런데, 영구임대에서 국민임대로 이주한 주민들은 국민임대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영구임대주택으로 돌아가겠다는 민원을 제기하였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에 거주하는 저소득 계층에게 임대료를 낮게 차등부과하는 임대료 보조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런 내용의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낸 의원이 지금 여당 대표인 이낙연 의원이었다. 단 임대료 차등부과 정책보다는 임대료는 ㎡당 책정하여 면적에 따라 균등하게 부과하되 취약계층에게 임대료를 보조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공공임대 부족한데 남아도는 주택도시기금

공공임대의 양·질적개선을 위해서는 택지비, 건축비, 임대료보조 등 많은 재정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임대의 주요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주택도시기금은 조성액의 40% 이상이 매년 사용되지 않고 이월된다. 예를 들면, 2015년 기금조성액 80조원 중 불용액은 45%인 36조 원이나 되었다. 불용액은 2017년 41조까지 늘어났다가 2019년 36조8299억원으로 줄었으나, 전체 조성액 74조5935억 원의 48%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청약저축의 경우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른 대량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불용액을 쌓아 두는 것이라고 하는데, 시중은행이 예금인출에 대비하여 쌓아 두는 지급준비율이 7% 수준인 점에 비추어 보면, 불용액이 45%나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기재부의 재정안정주의가 주택도시기금 운용에 반영되어 공공임대의 양·질적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기금투자가 필요한데도 기금을 쌓아 두고만 있는 것이다.

 

주택도시기금 사업의 핵심은 공공임대 공급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공임대 건설에 지원되는 기금은 그리 크지 않다. 박근혜 정부 말인 2015년 장기공공임대 지원에 지원된 기금은 4조8천억원(국민 0.6조, 영구 0.2조, 행복 1.0조, 공공임대 3.0조 등) 원으로 전체 기금조성액 80조 원의 6%에 불과하다. 융자사업비 15조6178억 중 임대주택건설 융자는 4조1806억으로, 공공임대 지원보다는 전세자금대출, 생애최초 주택구입 지원 등에 주로 사용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장기공공임대주택 예산이 2017년 7조7천억원, 2018년 13조1천억원 2019년 15조6천억원으로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9년 장기공공임대(국민, 영구, 공공, 다가구매입, 행복) 지원 비중은 9조5780억으로 조성금액 74조5935억의 12.8%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의 4.8%보다는 늘었으나 주택도시기금이 여전히 기금 조성의 주된 목적인 공공임대 지원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평생주택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도시를 개발할 때 토지 강제수용을 통해 마련한 공공택지의 40% 정도를 민간 건설회사에 매각하여 그 자금으로 신도시를 개발하는 교차지원 방식을 추진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임대와 같은 공공주택을 건설할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된다. 현행 제도에서 신도시의 공급 비중은 민간분양 40%, 공공분양 25%, 공공임대 35%으로 민간분양보다도 공공임대 비중이 적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는 공공임대 비중이 40%였다. 공공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토지를 강제수용한 뒤에 거꾸로 민간에 매각하는 것은 토지 강제수용의 정당성에 어긋난다. 이러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공공택지 매각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결국, 공공임대 건설이 정부재정이나 공적자금의 지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엘에이치가 수익사업을 벌여 거기서 얻은 이익으로 공공임대 사업을 하는 소극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11대책으로 2017년까지 200만호의 공공임대를 공급하고, 공공임대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계층혼합형 공공임대, 국민임대 10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었다. 바로 다음 해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대책을 뒤집고 분양주택 위주의 공급정책으로 전환하고 소득 6분위의 중산층도 입주하는 질 좋은 공공임대에서 소득 1-4분위 저소득층용 공공임대로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공공임대 질적, 양적 개선대책을 계승하여 문재인 정부발 공공임대 개혁의 종합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공공임대의 양적, 질적 개선을 위한 재정·택지 공급 확대, 품질개선 모델 등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만 ‘평생주택’이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다.

 

작성 : 김남근 변호사(민변 개혁입법추진위원회 위원장)

 

한겨레 원문보기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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