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시민권리 2001-08-17   1314

“사법부가 아닌 정부가 하는 인터넷 규제는 검열일 뿐”

정통윤 해체운동 시작한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정책실장

8월3일 아침, ‘사람들.net

(www.saramdl.net)’에서 웹호스팅 하고 있는 90여개 홈페이지들이 한꺼번에 폐쇄됐다. ‘사람들.net’이 회선제공업체인 데이콤, 서버제공업체인 웹데이터뱅크로부터 사이트 접속을 차단당했기 때문. 이와 같은 초유의 사이트 폐쇄 사태는 ‘사람들.net’에서 웹호스팅을 하고 있는 전국농민회총연맹, 통일연대 등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구국의 소리’가 지난 7월 19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통윤)에 의해 불온통신으로 심의·결정된 것에서 비롯됐다.

정통윤은 같은 달 31일 이 사회단체에 회선을 제공하거나 서버를 제공하는 업체에 ‘해당정보 삭제’ 요구를 전달했다. 정통윤의 시정조치로 이들 업체는 ‘사람들.net’의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다행히 “정통윤의 ‘시정조치’가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사람들.net’의 설득을 받아들인 웹데이터뱅크가 차단조치를 풀어 같은 날 오전 10시쯤 90여개 홈페이지 운영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또한 대표적인 동성애자 사이트 ‘이반시티닷컴'(www.ivancity.com)은 동일한 경로를 통해 지난 7월 31일 사이트가 폐쇄됐다. 이반시티닷컴은 최근 재오픈 하면서 만 20세 이상의 회원만이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공지사항을 띄웠다.

동성애자·사회단체 사이트 잇따라 폐쇄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정책실장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단지 불온하다는 이유로 사회단체들의 홈페이지가 폐쇄되거나 그럴 위협에 처해있다”며 “이는 명백한 검열 행위”라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또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인터넷은 규제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법에 의해 합당한 절차를 거쳐 규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여경 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정통윤이 서버제공업체나 회선업체에 직접 시정요구를 하는 것이 민간업체를 통한 길들이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들었다.

“정통윤이 회선제공업체나 서버호스팅업체에 시정요구를 하는 것은 새로운 경향이다. 이는 결국 민간기업 스스로의 검열을 부추기는 신종 검열행위다. 정통윤은 이미 지난해 ‘구국의 소리’ 게시물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센터로 직접 시정조치를 내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삭제 요구를 거부하자 자신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회선업체를 통해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러나 정통윤의 시정조치는 강제력이 없지 않나.

“전기통신사업법 상 사업자들은 정통윤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시정요구를 받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요구에 불응하면 정통윤은 정통부 장관에게 이를 건의할 수 있다. 윤리위의 권고를 받은 장관은 전기통신사업자법 53조에 따라 사업자에게 불온통신의 취급을 거부, 정지, 제한하도록 명령할 권한이 있다. 그래도 사업자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2년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정통윤의 권고를 받아들 수 밖는 구조다.”

– 정통윤은 스스로 민간단체이며 인터넷내용등급제는 하나의 서비스/상품이며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민간단체이지만 정통윤의 심의위원 및 심의위원장은 정보통신부 장관이 위촉하고 승인한다. 또한 정통윤의 업무는 장관에게 20일 이내에 보고해야 하고 정통윤의 시정조치를 사업자가 거부했을 경우 장관에게 이 서비스 중단을 건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정통윤은 다른 위원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또한 정통윤은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오는 9월 24일부터 PC방에 차단 소프트웨어가 의무적으로 설치된다. 이러한 강제는 학교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보기 힘들다.”

– 그렇다면 인터넷상의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인가?

“나도 여성으로써 포르노사이트 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인터넷은 규제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른 매체와 동일한 방식으로 법에 의해 규제돼야 하며 그 판단은 정부가 아닌 사법부가 해야 한다.

즉 형법에서 규정한 ‘음란물’의 기준을 인터넷에도 규정해 재판을 거쳐 사이트 폐쇄 등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은 정통윤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불온’하다면 구제절차도 거치지 않고 일단 사이트를 폐쇄해 버리고 만다.

게다가 정통윤의 존립 근거인 정기통신사업법 제 53조는 의견청취권, 구제절차 등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지난 99년부터 위헌 소송에 계류돼 있다.”

인터넷 검열기구 정통윤을 해체하라!

한편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17일 강남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폐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인터넷은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것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정통윤은 국민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정통윤 앞까지 행진을 벌인 뒤 정통윤 현판 앞에 레드카드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공동행동은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매 격주 금요일마다 정통윤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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