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11-04-22   1918

학부모님들 ” 등록금 걱정에 잠이 안와요”

올해 대학가에서는 눈에 띄게 활발한 등록금 투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각 대학교에서 이색 등록금 투쟁이 벌어지고, 5~8년만에 학생총회가 성사되었으며, 지난 4월 2일에는 약 2,000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반값등록금’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등록금은 매년 올라왔으며, 학생들도 매년 투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등록금 투쟁이 ‘개나리 투쟁’이라는 오명을 벗고 활기를 띠는 이유에 대해 많은 언론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등록금 투쟁이 활발해진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이 100도가 되어야 끓듯이, 20년간 쌓여온 등록금에 대한 분노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세대란, 물가대란, 실질임금하락, 가계부채 급증 등 삶을 옭아매는 다양한 사회구조적 문제와 함께 대학 등록금은 대학생과 학부모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이상은 못참겠다”는 분위기가 대학가에서도 만연하면서 투쟁 열기가 끓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등록금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등록금 문제가 개별 대학의 투쟁으로 매몰되어 등록금 투쟁이 아무리 잘 되어도 인상률의 일부를 돌려받는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 등록금넷 결성을 비롯해 등록금 문제가 개별 대학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와 국가적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됩니다. 더불어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이 주요 정책이슈가 되고 올해부터 실시되자 등록금 문제도 다함께 요구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도 등록금 투쟁의 열기를 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학생들도 학자금대출,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많은 학생들은 학부모님으로부터 등록금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즉,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할 또 다른 주체는 바로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는 학부모님들 입니다. 결과적으로 등록금을 대 주었느냐의 문제를 떠나, 자녀가 지금 당장 대학생이냐를 떠나, 대다수 부모님들이 등록금 걱정으로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와 등록금넷 공동기획으로 진행되고 있는 등록금 분투기에는 학부모님들의 글도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가칭 ‘등록금 걱정에 잠 못 이루는 학부모 모임’을 만들어 등록금 해결의 주체로 학부모님들이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4월 21일 첫 모임을 마련했습니다. 이 자리에 약 10명의 학부모님들이 참석해 주셔서 등록금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 학부모 1 :”딸은 대학생이고, 아들은 소설가가 되는데 대학교육이 불필요하다며 대학진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아이 진로보다는 등록금 부담을 덜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학부모 2 :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아이 1명에 대한 등록금 지원이 됩니다. 그런데 아이를 늦게 낳아서 아이가 대학교 2학년이 되면 남편이 퇴직을 해야 합니다. 나머지 2년은 어떻게 할지 막막해요.”

– 학부모 3 : “아이 1명은 다행히 국립대를 갔는데, 그래도 등록금이 만만치 않아요. 제 친구들도 아이들에게 국립대 아니면 못 보낸다는 얘기를 많이해요.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은 또 어떻게 보내야 할지…”

– 학부모 4 : “싱글맘이 된지 4년째예요. 100만원 안되는 양육비 받는거랑, 제가 비정기적으로 버는 수입으로는 물리적으로 아이 두 명 대학 보내는게 불가능해요. 그래서 학비 안드는 유럽으로 학교를 보내고 기러기 엄마 생활을 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 학부모 5 : “지금처럼 학비가 오르면 한 명당 연간 2,000만원은 등록금이 들텐데, 아이가 3명입니다. 게다가 다 딸이어서 아들처럼 교대로 군대를 갈 수 없어요. 부모들 사이에서 우스개 소리로 대학보내는데 아이들 성별도 중요하다는 얘기도 합니다.”

이러한 답답함은 비단 학부모 모임에 온 분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참여연대는 학부모님들이 등록금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등록금 문제에 힘겨워 하고 있는 부모님들, 하루종일 일하느라 바쁘시죠? 그렇지만 등록금 문제 더이상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적극적인 참여로 등록금 문제 함께 해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음은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팀장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부모님들께 드리는 제안입니다. ‘등록금을 걱정하는 학부모 모임’ 추후 일정은 잡히는 대로 공지하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오마이뉴스 기사 원문 읽기


“둘째 왜 안가지냐고? 알면서 왜 물어”
미친 등록금과 교육비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을 제안하며


안진걸(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 )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지금의 등록금 문제가 현재 대학생과 학부모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초·중·고등학생들과 학부모들 모두에게 곧 닥치게 될 엄청난 부담이라는 안호덕님의 글 그리고 <미친 등록금의 나라> 서평을 빌려 등록금과 교육비 문제로 인한 우리 국민들의 고통에 대한 분석과 성찰의 글을 써주신 최재천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그 글들을 읽고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제 주변에 있는 ‘학부모’인 시민들을 열심히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분들께 등록금 투쟁을 학생들(자식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반응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들은 다들 교육비 문제만큼은 이제는 국가가 철저히 해결해 줄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등록금만 생각하면 속이 타들어 간다”는 부모님들

“둘째 왜 안 가지냐고요? 알면서 왜 물어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둘째를 어떻게 낳아요? 애 하나 키우기도 이렇게 힘든데…. 진짜 나라가 교육만큼은 챙겨준다면 그때는 생각해볼게요. 앞날을 생각하면 갑갑해요. 일단 반값 등록금, 아니 2/3등록금이라도 됐으면 좋겠네요.”(박○○, 초등 4년 학부모)

“우리 아이들 등록금 때문에 수고 많아요^^ 이번 목요일은 교회 행사로 참석 못합니다~ 또 연락주세요. 애가 둘인데 교육비 문제만큼은 무상교육으로 해결해야 합니다.”(등록금-교육비를걱정하는학부모모임 초대 문자에 한 교회 집사님의 회신, 윤○○)

“젊은 분들, 절대 애 낳지 마십시오. 미친 등록금,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집 첫째 아이가 올해로 고3이 됐습니다. 저는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끊임없이 인식시켰습니다. 대학은 국립대학으로 가야 한다. 전공은 뭘 하든지 간에 대학은 반드시 국립대학으로 가야 한다.”(이윤기 시민기자의 글 중에서)

“큰 애가 국공립대를 가서 다행이지만 국공립대도 예전에 비해 엄청 올라서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고등학생이라 앞으로 들어갈 아이 두 명의 등록금과 고등교육비용을 생각하면 걱정이 많습니다. 어떤 때는 잠을 자다가 깨서 우두커니 근심에 빠져있는 제 자신을 보기도 합니다.”(아이 둘의 학부모, 정○○)

제가 사전에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등록금넷 카페에 띄운 공지사항만 보고 이렇게 연락을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등록금과 교육비를 걱정하는 학부모모임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저는 홍○○입니다. 현재 통인카페에서 자원활동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락주세요~”(한 학부모, 홍○○)

어떠신지요. <오마이뉴스> 독자분들께서도 이런 비슷한 생각이나 말을 해본 적이 있지 않으세요? 올해 초 목숨을 끊은 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는 “아이들 등록금만 생각하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고 동료들과 함께 고뇌했었다고 합니다. 정말 참혹한 세상입니다. 장시간-저임금 노동과 불안한 일자리에, 엄청난 교육비와 생활비로 우리 국민들이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을 키우고 살리는 교육이어야 하는데 그 교육 때문에, 부모는 부모대로 고통 받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심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힘겨워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사람이 제일 소중하고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교육비로 인한 고통을 방치할 수 있는 것인지.

저는 그래서 미친 등록금의 문제, 살인적인 교육비의 문제가 다른 이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됐고, 살인적인 교육비의 나라를 바꾸기 위해서 대학생들에게만 ‘등록금 투쟁’ ‘교육재정확대 운동’을 맡겨놓지 말고 모든 학부모들이 궐기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국가가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데…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1일 밝힌 최근 5년간의 대학생 자살 통계를 보면,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5년 198명, 2006년 191명, 2007년 232명, 2008년 332명, 2009년 249명의 대학생이 자살을 했고, 그중 신변비관이 원인인 경우가 2005년 97명(전체의 49%), 2006년 115명(60%), 2007년 142명(61%), 2008년 138명(42%)에 달하고 있습니다. 신변비관은 학업과 취업 등의 문제를 포함하는 분류라고 하니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고통스러운 처지와 자살간의 연관관계를 엿볼 수 있는 통계라 할 것입니다.

그들이 모두 등록금과 교육비 문제 때문에 자살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최근 카이스트 대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의 배경에도 듣도 보도 못한 ‘징벌적 등록금제’가 배경이 됐다고는 하지만, 이명박-이주호-서남표의 경쟁과 서열 위주의 교육 강요가 큰 원인이 됐던 것처럼 대학생들의 자살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등록금이나 교육비 때문에 해마다 수십 명의 대학생들이 자살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대다수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등록금과 교육비 문제, 스펙과 경쟁강요, 청년실업과 일자리 불안 등의 문제로 극도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울증을 앓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또, 등록금을 마련하려다 보험사기 범죄행위에 연루돼 입건된 대학생에 대한 기사도 서글프게 보아야만 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등록금넷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미친 등록금의 시대, 등록금 분투기 공모전’에 올라온 글들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글들이 대부분입니다. 독자들도 다른 글에 비해 공감의 폭이 컸던지 독자점수와 독자 원고료를 몰아주고 있기도 하고요.

국가가 기본적으로 책임져야할 가장 중요한 공적 영역인 교육 문제 때문에 국민들과, 청년들이 이토록 크게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우리가 언제까지 용인해야 하겠습니까. 무상교육은 물론이고 ‘학생수당’까지 지급하며 교육을 지원하고, 배우는 젊은이들을 배려하고 응원하는 유럽의 어떤 나라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겐 도저히 불가능한 꿈에 불과한 것일까요?

고등교육을 철저히 학생, 학부모 책임과 부담에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고등교육 정책은 즉시 폐기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이 그 나라의 미래이고 백년지대계라면 당연히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심지어 냉혹한 자본주의 국가의 상징인 미국마저도 대한민국보다 훨씬 더 좋은 고등교육에 대한 공정한 접근 환경을 갖춰놓고 있습니다. 당장 포털에 ‘미국의 사립대학 중 등록금이 없는 대학’을 검색해보시면 ‘교육비 걱정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거나 대학 공부를 못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철학을 내세우고 있는 많은 사립대학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등록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게 아이들만은 아니죠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은 등록금을 대부분 마련해주고, 나아가 1년에 3천만 원 안팎의 제반 교육비, 생활비까지 대부분 지원해주느라 등골이 빠지고 있습니다. 우골탑이 아니라 인골탑, 사실은 정확히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부모님 등골탑’이 돼버린 것이죠.

어떤 이들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사람대접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지 등록금 투쟁이 최선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주십니다. 네. 당연히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죠. 그러나, 지금 당장의 이 고통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다. 또 나중에 그런 사회가 와도 고등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고, 거기에 대한 공정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반값 등록금 투쟁, 무상교육운동은 필연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대학가에서 등록금 투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이 너무나 절실하고, 나아가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논의할 때가 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원내대표 등도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이 근본적으로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비용들의 일부가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것이고, 학생들도 맘 놓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되고, 결국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는 지금보다  밝아질 것입니다.

그래서, 전국의 학부모들께 제안 드리는 것입니다. 1980~1990년대에 못 끝낸 등록금 투쟁, 우리가 학생들과 함께 ‘승리’로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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