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09-03-30   1431

참여연대-한국일보 [등록금 빚더미 시대] <1-1> ‘학자금 신불자’ 1만명이 운다

참여연대-한국일보 공동기획 [등록금 빚더미 시대]



‘학자금 신불자’ 1만명이 운다

등록금 인상과 비례… 3년새 15배 증가
대출금리도 7%대… 정부는 ‘찔끔’ 인하
대학들 ‘돈 못내면 제적’ 강 건너 불구경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서울 S대 4학년 이정민(23ㆍ여ㆍ가명)씨는 결혼 시즌인 요즘 무척 바쁘다. 고교 시절 방송반에서 배운 비디오 촬영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주말 이틀간 결혼식장 4~5곳을 돌며 버는 돈은 8만원, 한 달이면 40만원 남짓이다. 이씨는 벌써부터 결혼 비수기인 6월 이후 돈벌이 걱정에 한숨이 나온다.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지난해 3월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탓에 추가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이씨는 “한 학기에 5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 생각만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며 “자살을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창 공부해야 할 대학생이 돈벌이에 찌들고 자살까지 생각하는 현실. 연간 등록금 1,000만원 시대,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학자금 대출로 인한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29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8년 12월 말 기준으로 학자금 대출이자 또는 원금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 신불자가 된 사람이 1만 118명에 달했다. 정부가 2005년 2학기 학자금 대출을 시작한 이후 2006년 670명이던 신불자가 3년 새 1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학자금 신불자 증가는 등록금 인상과 정비례한다. 국내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은 2005년 648만원에서 지난해 739만원으로 14%나 올랐다. 이 기간 연 6.5~6.7%씩 뛰었는데, 이는 그 해 물가 상승률(2.2~3.9%)의 2~3배에 달하는 수치다.

수입의 절반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들의 재정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다 해도 그 고통을 잠시 유예하는 것일 뿐 아니라, 자칫하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신불자로 전락하게 된다. 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가 7.3%로 지나치게 높은 탓이다.


500만원 대출에 월 이자 3만원 꼴로, 대출 2회에 6만원, 4회면 월 이자 부담만 12만원. 형편이 어려워 매 학기 대출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큰 고역이다.


학자금 금리는 다른 부처 대출 금리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영세민생업자금 금리는 연 3.0%, 행정자치부 농촌주택자금은 3.9%,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기금은 4.0%으로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12일 내놓은 학자금 대출 금리 0.73% 인하 대책에 대해 각계에서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치솟는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 부담에 대학생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서울 D대 4학년 정모(24)씨는 “대출금 이자 12만원을 석 달 연체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바람에 지난해 1학기에 휴학을 해야 했다”면서 “유서를 쓴 적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강 건너 불 구경’이다. 분할납부 기간도 대개 한두 달에 그치고, 신용카드 납부도 수수료 부담이 커 ‘그림의 떡’이다.


서울의 한 대학은 지난해 1학기 등록금을 못내 제적된 학생들의 명단을 학보에 게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대학들이 ‘돈 없으면 그만 두라’는 식의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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