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칼럼(ta) 2010-03-11   3110

[칼럼] 참을 수 없는 조세정책의 가벼움

2008년 하반기 세계적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정부는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늘였고 여기에 부자감세까지 더해지면서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PIGS로 불리는 남유럽 몇몇 국가들의 재정적자로 인한 심각한 금융위기가 더 이상 먼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세출부분과 함께 국가재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조세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 2년의 조세정책에 대해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연구원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향후 세제정책의 변화여부를 확인코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는 조세연구원이 주최한 ‘이명박 정부 2년의 조세정책 성과와 향후과제’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부자감세 기조, 못 먹어도 ‘고(GO)’


토론회를 통해 드러났던 MB정부 조세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감세’입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소득세율 인하로 서민층의 가처분소득이 늘 것이며, 그로인해 소비가 진작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법인세율 인하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기업의 투자로 이어져 경기회복과 고용 확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빼 놓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MB정부 2년간 정말 소비가 늘었나요? 마음 놓고 마트에 장보러 다닌게 몇 번이나 되시나요? 작년 10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2009년 세제개편안 분석‘ 보고서에서는 “소득세율 인하가 민생안정에 미치는 효과 및 소비 진작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2010년 세법을 기준으로 볼 때, 소득 1분위의 가처분 소득은 4천원(0.09%) 증가한데 반해 소득 10분위의 가처분 소득은 107.5만원(1.37%) 증가 하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득세율 인하의 혜택이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게는 턱없이 적게 돌아가고,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에게 많이 돌아가니, 간단하게 생각해봐도 소비 진작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효과도 의문스럽습니다. 2009년, 기업의 설비투자 지수는 전년대비 8% 감소했고, 지난 1월의 고용률은 9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를 증가시키지도, 고용을 확대시키지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법인세율 인하는 전체 기업들 중에서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대기업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갑니다. 대기업들이 작년에 투자를 늘렸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15.7% 감소했습니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이 작년에 고용을 많이 창출했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신규채용을 32%줄였습니다. 대체 누구를 위해 이 혜택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렇듯 나라 곳간을 비우고 부자들과 대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것 외에 부자감세의 효과를 를 도무지 찾아볼 수 없음에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서민들은 못 먹어도 부자들을 위해 ‘고’ 하겠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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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돈을 더 걷기도 어렵고 쓰는 것을 줄이기도 힘들다?


국가재정건전성 문제 또한 토론회의 화두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작년 국가 부채는 전년대비 57조원이 늘어난 366조에 달합니다. 이는 MB정부 출범 직전인 2007년 한해와 비교해 보았을 때, 무려 67.1조원 늘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부채가 늘어난 데에는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막대한 재정지출을 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만, MB정부의 감세정책도 한몫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MB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른 국세수입은 2008~2012년 중 무려 99조원 감소합니다. 지난해 감면액만 28조원이고 국세 감면율은 14.7%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에서는 세수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세출 부분이 중심이 되어 국가재정건전성 회복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감세를 하면 국가재정건전성에 무리가 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재정건선성을 회복하는 것은 간단히 보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돈을 더 걷거나, 쓰는 것을 줄이면 됩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는 돈을 더 걷는 것은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조세연구원에서 같은 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현재의 조세부담률을 유지할 경우 급격한 노령화 등으로 인해 보건 및 사회복지분야 지출이 늘어나 2050년에는 국가 채무가 GDP대비 11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G20국가의 평균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80% 수준입니다. 즉, 쓰는 것도 줄이기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기관에서 같은 날 한쪽에서는 돈을 더 걷는 것은 어렵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쓰는 것을 줄이기 힘들 것이라고 하니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토론자로 참석했던 정필모 KBS 해설위원의 말처럼, 한국의 내수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데 대외의존도는 매우 높기 때문에 위험에 대비해 재정건전성은 확보되어야 합니다. 지난달 자본시장 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적정채무비율은 35.2% 정도입니다. 한국은 이미 이를 넘어서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돈을 더 걷는 것도 어렵고 쓰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세출 부분에만 책임을 전가한 채 지속적으로 ‘감세’주장을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오히려 그동안 실효성 없이 지속되어 왔던 임시투자세액 공제 같은 조세 감면 혜택을 줄여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세출 부분에서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세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재정정책 부실화는 다음세대에 쓰나미


토론회 발제를 했던 조세연구원 전병목 실장은 발제 끝에 조세정책의 향후 과제와 방향을 제시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경기 변동에 따라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 조세 정책의 과제와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앞으로 경기는 어떻게 변동할 것이며 어떤 위험이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한 예측은 발제를 통해서도, 발제문을 통해서도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세금수입은 경기가 활성화 되면 늘어나고, 침체되면 줄어드는 등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때문에 향후 경기변동을 예측해 조세정책을 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토론에 참여했던 기획재정부 주영섭 조세정책관 조차 “08년에 감세정책을 시행했을 때는 물론 재정적자가 있을 수 있으나 그동안의 성장지속성을 이어간다면 4년 이후에는 균형재정으로 돌아 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같은 해 고유가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큰 재정적자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렇듯, 앞날에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대입해 정책방향을 잡지 않으면 다치지 않고 지나 갈 수 있는 위험에도 상처를 입게 됩니다. 물론 경기 변동을 예측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며, 예측한 것이 실제현상과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에서 앞으로 경기변동에 영향을 줄 위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또한 그런 위험 요소를 얼마만큼 고려해서 정책방향을 잡았는지 밝히지 않은 점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감세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경기 전망도 배재한 채 그동안의 ‘넓은 세원-낮은 세율’ 기조를 유지하고 서민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없는 ‘감세’기조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은 무책임 한 것입니다.  
 
작년 10월에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신호가 감지되고 있으나 진정한 회복세로 보기에는 무리”라며 “상황에 따라 심각한 더블딥에 빠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더블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옛말이 있듯이, 이러한 위험이 벌어 졌을 경우도 충분히 고려하고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국책연구기관의 역할 아닐까요? 쓰나미는 오기 전에 대피해야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김진욱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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