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2020년 예산, 부실과 밀실 심의 관행 여전히 반복

제대로 된 예산 심의를 위해 잘못된 관행은 청산되어야

 

지난 12월 10일 512조 규모의 2020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본예산 기준 2019년 대비 9.1% 증가한 2020년 예산은 긴축적 기조로 일관하던 이전에 비해 다소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 심의에서 이루어진 감액 내역을 살펴보면 국고채 이자상환, 지방채 인수(융자), 예비비, 국민연금 급여 지급, 공무원연금 퇴직수당, 주택구입 전세 융자 등과 같은 회계적 감액이 다수였다. 동시에 그와 맞물려 SOC 분야의 예산이 0.9조 원 증액된 것은 국회가 손쉽게 증액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산 편성 때부터 그러한 여지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올해 역시 국회의 예산 심의는 법적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국회가 예산 심의의 법적 기한을 지키지 못 한 것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심의가 매우 부실했다는 점이다. 심의를 꼼꼼히 하느라 기한에 맞추지 못 했다면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기간이 짧았던 것에 더해 그 귀한 기간 내내 국회는 정쟁에 몰두했고 당연히 심의는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던 간에 이런 관행이 매년 반복되는 것은 현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약 7천 개에 달하는 세부사업으로 이루어진 예산안을 꼼꼼히 심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실제 국회의 예산 심의는 한 달 남짓 기간에 불과했다.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예산안의 국회제출 기한을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국가재정법이 2013년 개정되었고 올해도 120일 전에 국회로 예산안이 이송되었지만 국회는 심의를 한참이나 뒤로 미루었다. 국감을 이유로 예산심의를 뒤로 미룬 것이다. 이러한 예산 심의 관행은 자동적으로 부실 심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실 심의를 배경으로 이른바 ‘소소위’와 같은 밀실 회의가 가능했다. 밀실 심의를 통해 예산 심의의 주요한 사항이 결정되고, 각 당 실세들의 지역구 SOC예산이 손쉽게 반영되는 연례행사는 올해도 어김없었다. 과거 문제가 되었고 그래서 없애겠다고 했던 쪽지예산 관행이 밀실 심의를 통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실세 예산이 밀실에서 속전속결로 주고받기를 통해 결정되는 것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정집행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 이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사회를 허탈하게 만들고, 결국 지역구 예산을 많이 따오는 실세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저열한 정치의식만 강화된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구조적 문제와 불확실한 대외 경제 여건 등의 상황에서 재정이 가지는 역할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답습되고 있는 잘못된 행태가 청산되고 제대로 된 예산 심의가 이루어지기 위한 특단의 시스템 개혁과 인적 구성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식의 비상식적인 모습을 내년에는 더 이상 보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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