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폐지는 0.7%의 특권층을 위한 정책



과세형평성을 침해하고 대다수 국민에게 허탈감 주는 상속세 완화 말아야


재벌 등 소수 특권층의 변칙, 불법 상속 막는 것이 정부역할 

어제(7일) 김규옥 기획재정부(재정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 도중 ‘상속 증여세 제도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며, 세제 개혁을 통한 합리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상속세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최영태 회계사)는 재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조세형평성을 더욱 무너뜨리고, 상속세와 상관없는 대다수의 국민에게 박탈감을 주게 될 것이라 판단한다. 재정부가 언급한 대로 “대다수 국가는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가의 상속세 세율도 우리나라보다 낮지 않다.


국가재정의 속성상 한쪽에서 세금을 감면해 주면 다른 쪽에서 세원을 보충해줘야 한다. 그런데 국세청에서 발간한 ‘2007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에 상속세를 한 푼이라도 낸 사람은 불과 0.7%에 지나지 않는다. 부모사망 등으로 인해 상속요인이 발생한 피상속인 30여 만명 중, 상속세가 과세된 사람은 불과 2,221명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도 상속인들이 기초공제(2억원), 일괄공제(5억원), 배우자공제(5억~30억원), 금융재산공제(최고 2억원), 신고세액공제(10%) 등의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수십억 원의 자산가 0.7%만이 내는 세금을 줄이겠다는 것은 부족한 세수대책도 없이 재벌 등 소위 1%의 특권층만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의 상속세제로도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통해 공정한 출발선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라고 해서 실제로 부를 상속하는 과정에서 50%의 자산이 세금으로 걷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불과 자산의 4%만 상속세로 납부할 뿐이다. 2006년에 상속요인이 발생한 피상속인의 전체 상속재산가액은 18조 원에 이르지만 과세미달과 각종 공제를 제하고 상속세로 납부해야할 금액은 불과 7천 5백여 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현재 최고세율 50%도 미국 45%, 프랑스 60%, 일본 50%, 독일 50%와 비교해도 높은 세율이 아니다.


자본이득세가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상속세 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 재계가 주장하는 대로 캐나다는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는데 캐나다 소득세 최고 세율은 50%에 이른다. 상장주식 양도차익소득이 비과세로 되어 있는 등 자본이득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의 부작용을 말하기 전에 실현되는 자본이득에 대해서 과세가 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옳은 순서이다.


더군다나 지금도 상속세를 물납하거나 분납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서 그 부작용은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해 도입된 가업승계에 대한 혜택을 대기업도 누리기를 주장하는 것은 경영권과 재산권도 구별하지 못하는 전근대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다.


상속세 폐지론자 들이 주장하는 대로 미국이 상속세를 폐지하고자 논의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과는 다르다. 미국은 2010년 한 해 동안 상속세가 폐지되나 2011년부터는 다시 현재처럼 상속세가 과세되게 되어있다. 이는 한국의 상황과는 매우 상반되게도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같은 미국의 거부(巨富)들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들과 같은 미국의 부자들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지나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기회균등을 실현하는 것이 시장경제를 유지, 발전하기에 도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수 특권층에 특권을 주는 것 보다 상속세를 통해 정당한 부의 세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일이다. 지금 정부와 과세관청이 집중해야 할 일은 재벌 등 소수 특권층이 변칙, 불법적인 상속을 통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건전성을 해치는 일을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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