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기획재정부장관이 승인만 하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국책사업, 기획재정부장관이 승인만 하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시행령 개정으로 사실상 무효화된 국가재정법 예비타당성조사제도
국회는 법률의 위임범위 넘어선 시행령 개정에 대해 강력 대처해야

국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이 있는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3월 17일 국무회의를 거쳐 이미 시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최영태 회계사)는 이번 시행령 개정이 대형신규사업의 신중한 착수와 재정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를 실질적으로 무효화한 것으로, 향후 무분별한 대형 국책사업 남발로 인한 국고낭비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점에서 이번 시행령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기 전에 정부가 시행령을 재개정하여 관련 조항을 폐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참여연대는 지난 1월 28일 장관의 승인만으로 법률상의 의무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제외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의견서에서 참여연대는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는 국가재정법 제 38조 제 1항에 따라 총 사업비가 500억원이 넘는 국가사업이나 국가의 예산이 300억원 이상 필요한 사업일 경우 그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함으로 대형신규사업의 신중한 착수와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라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는 의견서를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도입된 1999년 이후 2007년까지 제안된 전체 335개 대형국책사업 중 44%에 해당하는 147개의 사업들이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돼 폐기 및 정리되었다는 사실도 병기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 사회적 상황대비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사업’이라는 모호한 예외조항을 빌미로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4대강 유역 정비 사업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비롯한 국가정책사업을 아무런 사전조사없이 강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 사회적 상황대비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사업’이라는 모호한 조항은 모법인 국가재정법(제 38조 제 1항)과 헌법 제 75조의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는 구체적 범위 및 위임한계를 명백하게 위반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 현행 국가재정법 제38조 제1항의 ‘예비타당성 실시의무’조항은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에 있어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지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2006년 10월 4일에 법률로써 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시행을 강제한 제도인데,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정부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법률로써 시행을 강제한 제도를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판단으로 시행 여부 자체를 면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국회법 제98조의 2 ‘대통령령등의 제출’ 조항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이나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훈령·예규·고시등이 제정·개정 또는 폐지된 때에는 10일 이내에 이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특히, “상임위원회는(중략) 그 소관중앙행정기관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이하 이 조에서 “대통령령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법률에의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여 당해 대통령령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행령이 통과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 아무런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행령 입법예고 당시 사회적 논란이 컸던 점을 감안할 때, 기획재정부의 보고가 의도적으로 누락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경제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미명하에 정부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와 법률을 무시한 이와 같은 처사가 조속히 시정되기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나라 살림을 살아가는 정부가 무분별한 재정지출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아무런 견제와 감시도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금언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정책과 재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첨병이 될 것임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에 개정된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즉각 재개정하기 위한 조처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사상초유의 대규모 추경안을 심의중인 국회는, 추경안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는 것과는 별개로, 법률로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시행령을 마련해 국가재정을 자의적이고 편의적으로 운영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국민을 대표하여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국회가 정부정책의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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