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고] 법인세 개편 ③ 최고세율 27%를 제안합니다

27%는 되어야 적절하다고 하지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재정지출이 시장수요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로서도 마냥 적자 재정에 의존할 수만은 없다. 국가부채의 팽창은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정책 자율성을 제약하며,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소비세와 소득세를 인상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유독 법인세는 성역으로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법인세 감면이 투자와 고용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세수 결손만 늘렸음에도 법인세는 올려서는 안 될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다. 왜 그런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 브레인들이 여전히 개발시대의 자본 우대와 노동 경시 풍조에 사로잡혀 있고, 강력한 법인 이익집단이 정책 의제에 개입하는 재벌체제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부는 정치권력으로 전화되고, 정치권력은 감세와 탈규제 등을 통해 더 큰 부로 보답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사내하청과 간접고용을 통한 임금 비용 절감, 골목상권 진출 등으로 대기업들은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다수의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처해 있고,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서 현재는 물론 미래의 삶까지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근로빈곤층의 소득을 지원하기 위해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고, 두루누리사업을 통해 저임금계층과 영세사업자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 재원은 전부 세금으로 조달하고 있다. 대기업이 부담해야 할 임금 비용과 사회보험료를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법인의 실질적인 세 부담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고,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기업의 세 부담은 중소기업 정도에 불과하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낮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세금 감면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2013년에 법인세액 공제·감면액 9조3197억 원 중 84.8%를 대기업이 차지했다.

 

재계에서는 자본 이탈과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지만, 기업의 낮은 조세 비용과 대기업에 쌓인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고려할 때, 자본 이탈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적자 기업들은 법인세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자액은 흑자가 발생했을 때 과세 대상 소득에서 빼준다. 경제가 좋지 않을수록 오히려 흑자 기업이 세금을 좀 더 부담해야 한다. 그래야 돈이 돌아 내수도 살고 기업도 살 수 있다.

 

법인은 개인들에게 이익을 배분하는 단순한 도관(導管)이 아니다. 법인은 생산 주체로서 공공투자와 공공서비스의 막대한 혜택을 보고 있다. 특히 재벌체제로 표현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기업지배구조와 취약한 자본소득 과세를 고려할 때, 담세 능력이 있는 대기업에 높은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그래야만 증세에 대한 국민적 동의도 얻어낼 수 있고, 재정여력도 확충하여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대기업에 집중된 법인세 공제·감면을 대폭 축소하고, 1천억원을 초과하는 과세표준에 27%의 최고세율 적용을 제안한다. 주요 선진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고려할 때 대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처다

 

 

 

강병구 인하대학교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강병구 인하대학교 교수,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본 기고문은 11월 26일자 한겨레 지면과 인터넷판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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