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수 받을만한 가계소득 증대 방향,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치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박수 받을만한 가계소득 증대 방향,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치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소득주도형 성장, 좌표는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제는 없어

 

 오늘(8/6) 기획재정부는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소장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활성화와 세법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철저하지 못하고, 세법개정안의 전반적인 내용은 정책방향을 구체화시키기에 미흡한 것으로 판단하기에 우려를 표한다. 더욱이 어제(8/5) 정부가 발표한 「제1차 사회보장 기본계획(‘14~’18)안」의 실행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 이번 세법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정부가 강조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고용과 복지’가 다시 표류하지는 않을지 재차 우려를 표한다.

 

 세법개정안에서 드러난 정부의 인식처럼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사회적 여건은 매우 어렵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가계소득 위축과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내수부진과 그로인한 경기침체, 날로 심각해지는 소득불평등, 취업자 증가세 둔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고령층의 빈곤율 등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 가계소득 증대 등을 통한 민생안정을 세제 측면에서 적극 지원하며, 아울러 공평과세 실현 및 납세편의 제고 등 세제합리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방향은 분명히 옳다. 

 

 그러나 세법개정안에 드러난 정부의 인식 이상으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사회적 문제는 심각하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로 인해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저하되면서 지속되고 있는 ‘고용없는 성장’과 노동생산성은 증가하지만 실질 임금은 줄어드는 ‘임금없는 성장’은 ‘소득주도형 성장체제’에서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넘어가야 하는 절박하고도 시급한 구조적인 문제다. 특히 실질임금의 감소는 노동소득분배율을 떨어트리고 가계소득을 위축시키는 반면, 늘어난 기업소득은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못해 내수위축, 고용정체, 근로소득 감소, 소득불평등 및 양극화 심화라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고용증대와 임금향상이라는 난해한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높이는 조치가 절실하다. 그러나 정작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기업 위주의 경기 활성화를 강조함으로써 세법개정 방향에서 내세운 가계소득 증대와는 괴리가 발생하고 말았다.

 

 먼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3년간 시행을 발표한 3대 패키지(근로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전반적으로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제시한 정책목표인 가계소득 증가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투자나 배당, 임금 인상 등에 충분히 돈을 쓰지 않은 기업에 대해 법인세 외에 추가로 과세하겠다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경우, 그 적용대상이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고 일정 비율의 당기 소득에서 제하는 배당과 투자에 대해서는 임금증가분과는 달리 지출 총액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과세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소득을 가계로 제대로 흐르게 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적용대상을 중소 하청기업까지 확대하고 과세표준에서 제하는 배당과 투자 역시 임금증가분처럼 3~5년 기간의 증가분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대·중소기업 협력 관련 지출(상생협력기금 출연금)보다는 하청업체가 직접 이익을 보는 성과공유제에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근로소득 증대세제 역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는 하지만 중소기업보다는 임금상승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게,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귀속될 가능성이 커 기대했던 만큼 가계로 소득이 흐를지는 불확실하다.

 

 또한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제공되는 세제혜택이 대주주를 비롯한 고액자산가로 귀결될 여지가 매우 크고, 그로인해 우리사회의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소액주주에게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5% 포인트(14⟶9%) 낮춰서 세부담을 경감시켜 주겠다는 방안의 경우, 실제로 정부가 기준으로 제시한 고배당 기업에 투자할 여력을 가진 서민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다. 또한 이자소득이 전무하고 배당 수익률을 1%로 가정 시, 세제혜택을 받는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액은 최대 20억 원에 달해서 개미투자자로 대표되는 소액투자자들과는 거리가 멀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 해당하는 대주주에게 선택적 분리과세(25%)를 허용하는 방안 역시 배당수익이 높은 고액자산가일수록 세제혜택이 커진다는 점에서 가계소득 증대라는 정책목표와는 상충한다. 이처럼 소득증대가 필요한 서민·중산층과 전혀 상관없으면서 또 다른 부자감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한 배당소득 증대세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요건마저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책의 대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조치다. 또한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세습과 집중을 완화하여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한다는 상속 및 증여세 본연의 기능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재산의 취득에 따른 세금 부담과 경영권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한다. 오히려 생산성의 측면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바람직하다면 반드시 가족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야 할 하등의 이유는 없으며, 기업경쟁력의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그간 중소기업의 계속 유지 및 성장을 통해 고용과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업승계를 위한 세제혜택의 필요성이 인정되었으나 이번에 가업용 자산유지 조건과 고용유지 조건마저 폐지하면서 그 명분 역시 많이 퇴색되었다. 일각의 주장대로 많은 국가들이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업승계를 위한 상증세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하나, 동시에 이를 충분히 감당할 만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상속 및 증여세의 부담은 단순히 명목세율보다는 전반적인 세 부담 구조를 고려하여 평가하는 게 옳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실질적인 조세부담이 타국에 비해 대단히 낮다는 점에서 가업승계를 위한 세제완화만을 주장하기엔 그 정당성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더욱이 가업승계의 확대가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실증적인 근거도 찾기 어렵다. 이상 가업승계를 위한 세제혜택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확대·완화보다 강화되는 방향이 옳은 만큼 이번 조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임차인·임대인에게 주어지는 세제혜택은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의 핵심이 민간임대시장 양성화에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필요성은 인정된다. 주택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견고히 유지하면서 다주택 소유자들을 매입임대나 준공공임대 사업자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정책적 필요성에 따른 세제혜택과는 별도로 조세형평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소득이 발생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건 그 자체로 탈세행위이며 임대소득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간 걷지 않아 생겨난 ‘임대소득은 불로소득’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고 과세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명분 없는 분리과세가 그 대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제도는 53개로 약 7조 8000억 원 규모다. 비과세·감면제도를 손질해 향후 5년간 18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목표에 비춰보면 지금이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 그간 적극적인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를 약속했지만 중요한 정부정책마다 각종 세금감면혜택을 추가·양산함으로써 정부의 원칙을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그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개선이나 중고차 부가가치세 의제매입세액공제 축소와 같은 일부 긍정적인 정비사례도 있었지만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대부분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불안한 세수 여건과 급증하는 국가부채 등으로 만성적인 재정적자의 위험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드러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수준으로는 과세형평성 재고나 세수확충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반면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노력은 일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역외탈세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탈세행위를 적발하는 확률을 높이고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종 조세정보에 대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현행 10억 원인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 금액을 낮춰서 그 대상을 확대하는 동시에 해외 금융계좌 보유나 국제거래 사실을 미신고한 개인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현금이 아닌 부동산이나 고가의 미술품도 신고대상으로 분류하고, 당사자에게 역외탈세 입증의 책임을 지우는 등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한편,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정부가 추산한 세수효과는 전년대비 기준 총 5,680억 원에 달한다(아래 표1 참조). 그러나 전체적인 규모나 세부적인 내용면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세수효과

 먼저 새 경제팀의 경기확장 기조를 담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세법개정안의 세수효과는 너무나 미미하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세법개정안에서 제시한 세수효과 2조 4,900억 원의 1/4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에서 2015년에 국세 수입으로만 약 11조 1000억 원을 충당해서 공약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더욱이 어제(8/5) 정부가 발표한 「제1차 사회보장 기본계획(‘14~’18)안」에서 제시된 2015년도 사회보장 투자규모 60조 3,000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이다. 향후 증가할 재원소요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예견되는 대규모 세수부족 사태 등을 감안해보면 걱정되는 대목이다.

 

  세목별로 세수효과 역시 그 구성에 있어서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2017년까지 중간 합계를 산출해보면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전년대비 기준 총 2,150억 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하는데, 그 중 1,990억 원(92.6%)을 간접세인 부가가치세가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동 기간 내 법인세는 겨우 120억 원(5.6%) 늘어나는데 그치고 있다. 물론 법인세의 경우 전체 3,060억 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2019년 이후에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 소득세 역시 760억 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하지만 배당소득 증대세제처럼 서민·중산층보다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이 이루어졌고, 재산과세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세제의 공평성보다는 효율성에 치중한 개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새 경제팀이 내세운 ‘소득주도형 성장’이라는 기조를 따라 이번 세법개정에서는 가계소득 증대를 세제개편의 큰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증가해야 성장률이 함께 오르는 전형적인 ‘소득주도형 성장체제’의 특징을 보이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는 강력한 분배·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지와는 달리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세제개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가계소득 증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근로소득이다. 보다 세밀하게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향으로 다양한 세제를 강구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보장세의 도입을 포함하여 「제1차 사회보장 기본계획(‘14~’18)안」에서 제시된 재원조달방안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야심차게 제시한 세법개정의 방향이 그럴싸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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