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규제 풀어서 창조경제하자는 대통령님, 약속하신 경제민주화는 어디 숨기셨나요

경제민주화가 사라진 창조경제, 남은 것은 규제 완화뿐

공공부문 개혁·가계부채 대책·노동 등 각론에서 핵심 정책 빠져

 오늘 박근혜대통령이 공공부문 개혁, 창조경제, 규제혁파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한국 경제의 체질개선 필요성에는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으로 경제민주화와 복지확충이 아니라 경제민주화가 빠진 창조경제, 그리고 이를 위한 규제 완화가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공공부문 개혁, 가계부채, 노동, 민생 등의 개별 분야의 계획에 있어서도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약이 변질·축소·폐기되거나 지지부진한 이행 상황에 있음에도 이에 대한 추진 계획이 빠지는 등 대부분 핵심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은 창조경제다. 대선공약에서의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가 필수·선행 조건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경제민주화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도 재벌 문제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 가계와 기업 소득의 불균형 문제, 비정규직 차별, 장시간 노동, 현저히 낮은 최저임금 문제 대신에 GDP의 5% 수준에 달하는 R&D투자와 해외시장 개척지원 등이 제시되었다. 경제민주화가 빠진 창조경제는 기업 활동의 자유보장을 통한 투자확대라는 기존의 성장논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담화에서 목표로 밝힌 한국경제의 체질개선과는 큰 괴리가 있다.

저기..근데 창조경제가 뭔가요?

 특히 기존의 성장담론으로 변질된 창조경제와 함께, 내수확충을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풀겠다는 계획은 매우 우려된다. 모든 규제는 성장에 나쁘고 경제에 해가 된다는 접근방식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박근혜대통령이 강조한 공정한 시장경제확립을 위해 요구되는 규제가 있으며, 반드시 보완해야 할 규제 또한 적지 않다. 창조경제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촉진’이라는 과거의 공식보다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국민경제의 균형적인 발전, 임금 현실화를 통한 내수 진작으로 기업의 투자의지 확대, 고용창출이라는 선순환의 흐름이 더욱 적합해 보인다.

 개별 분야의 공약을 보더라도 변죽을 울리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강력하게 외친 공공부문 개혁은 핵심을 비켜 절반의 해법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정보공개 확대·구분회계 도입·공사채 총량관리·입찰비리 근절 등 제시한 대책은 나쁘지 않았지만 기존의 공공기관 개혁방안을 발췌·요약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에 논란을 빚고 있는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또한 공공기관이 떠안은 수십조 원의 국책사업 비용에 대한 정부의 책임 대신 12개 기관에서 5년간 발생했다는 과도한 복리후생비 3천억 원을 지적하는 부분은 본말이 크게 전도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부실한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진단과는 달리 내민 처방전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에 있어서도 일부 진일보한 내용이 있으나 핵심을 비켜간 것은 마찬가지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현재보다 -5%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정책방향이 나온 것은 진일보한 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파산과 개인회생제도의 활성화 없이는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문제가 있다. 또 근본적으로는 가계부채가 과도한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통신비, 생필품비 등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계에서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주요 공공적 지출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민생·복지대책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그런 점들이 자취를 감춘 것도 큰 문제라 할 것이다.

 

 정규직 고용 확대, 사내하도급 노동자 보호,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보험 확대, 최저임금 산정기준 개선, 고용안정 및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 많은 노동 관련 공약들 중에서 제대로 이행된 것은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는 방안 하나뿐이다. 그럼에도 이번 3개년 계획에서는 공약 추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비정규 일자리 확대에 불과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 홍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제대로 된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전반적으로 박근혜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시했던 대선 공약에서부터 인수위, 작년의 공약가계부와 올해 신년 기자회견,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까지를 종합해보면 애초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노동존중, 민생 살리기 등에서는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진정 창조경제가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해법이라면 각 경제 주체들의 창의성과 생존력이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 즉 매우 강력한 수준의 경제민주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동시에 개인의 창의성 발휘를 위한 노동과 다양한 갈등 해소를 위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개혁안이 함께 담겨야 한다. 이런 고민 없이 경제 활성화를 앞세워 과거 ‘줄푸세’ 기조로 회귀하고 있는 변질된 창조경제는 결코 달갑지 않다.

TA20140225_논평_경제혁신3개년계획관련.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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