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대소득 과세 완화, 안된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6·4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커다란 정치일정 하나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진정한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표(票)퓰리즘이 난무했다. 앞으로 7월에 미니 총선급의 재·보선이 기다리고 있어 당분간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도 그 첫 단추는 부동산쪽이 될 것 같다. 당장 5일 오전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건설업계 조찬간담회’를 개최한다고 하고, 11일에는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이 주택 임대소득 과세 완화 방안을 놓고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겉으로는 과세 강화 방안을 얘기하지만, 속으로는 과세 완화 방안에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아직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재위 간사인 김현미 의원조차 여기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임대소득 과세 완화는 잘못된 것이다. 왜 월급쟁이 소득에 대해서는 “거위 가슴털 뽑듯이” 꼬박꼬박 세금을 거두어가면서 집을 두 채, 세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임대소득은 과세를 아예 안 하거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해 주어야 하는가. 왜 국가 재정이 취약해서 국민연금을 많이 낸 월급쟁이들에게는 노인연금을 덜 줘야 한다고 입에 침을 튀기면서, 국민연금을 제대로 냈는지 불확실한 자산가들에게는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깎아주어야 하는가. 왜 이들에게 세금을 깎아줄 때는 국가재정이 갑자기 튼튼해지고, 월급쟁이 돌볼 때에만 국가재정이 취약해져야 하는가. 자산 계층이 주된 정치적 지지층인 새누리당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은 도대체 누구를 쳐다보고 있는 것인가.

 

 세금은 국가가 합법적으로 개인의 재산권 일부를 침해하는 행위다. 따라서 국민은 한편으로 국가 운영의 필요성을 위해 국가의 과세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대의기구인 의회가 그 과정을 통제하도록 하여 국가의 과세권이 정의롭고, 형평에 맞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방향으로 행사되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민주사회의 큰 약속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큰 약속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우선 임대소득 과세 완화는 정의롭지 않다. 국가가 특정 계층에게 세금을 깎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계층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여야 한다. 그런데 집을 세 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의 표상이 될 수 있는가. 이들의 소득은 모두 종합소득에 합산하여 과세해야 한다. 이들을 특별히 미워하라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똑같이 대접하라는 것이다.

 

 둘째, 임대소득 과세 완화는 형평에 맞지 않는다. 14% 분리과세 방안이 그 예이다. 이것이 “세제 혜택”이라는 뜻은 뒤집어 말하면 이 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여 누진과세하면 일반적으로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5월만 되면 종합소득을 신고하고 누진세율로 세금을 내는데, 집을 두 채 또는 심지어 세 채 가진 임대소득자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런 조세 정책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 월급쟁이와 사업소득자는 경제활동을 통해 생산과정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임금이나 이윤 등을 소득으로 얻는 것이다. 이에 비해 임대소득자는 약간 다르다. 주택 임대소득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고정된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얻는 지대(렌트) 소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가 굳이 특정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면 노동의 공급이나 사업경영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옳다.

 

 예를 들어 두 채 이상 집을 가지고 임대소득을 얻는 사람들의 소득은 모두 종합소득에 합산하여 과세하고, 그 대신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경감해 주는 정책은 어떤가. 이렇게 해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임대소득자에서 근로소득자로 변신하고, 그래서 국가의 총생산이 증가한다면, 그래서 최종적으로 내수도 늘어나고 세수도 늘어난다면, 그것이 잘못된 경제정책인가.

 

 정치 이벤트를 앞둔 정치권에 국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하는 것은 순진한 말일 수 있다. 자산가 계층을 위하기로 한 정당이야 그렇다 치고, 정녕 이 땅에는 월급쟁이를 위하는 정당은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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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고문은 6월 4일자 경향신문 지면과 인터넷판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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