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R&D 예산 증액이 상위 대기업들 특혜 집중 우려

 

「2014년도 예산 요구현황 및 예산편성 방향」참여연대 입장

 

창조 경제 구현에 따른 R&D 분야 재정 투입 계획 타당성 갖춰야, 상위 대기업들에게 특혜 집중되는 재정 수단으로 전락해선 안 돼 

복지 공약 실현과 그에 따른 재원조달 방안 여전히 신뢰성 부족

SOC 세출 구조조정이 국민 부담 가중시키는 민자사업 확대로 이어져선 안 돼

 

 지난 9일(화), 기획재정부는 ‘2014년도 예산 요구현황 및 예산편성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예산 편성 방향에서 눈여겨 볼 점은 정부의 국정 철학이 ‘창조 경제 구현’임을 다시금 분명히 밝히고, 그에 따른 R&D분야의 재정 투입 확대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효율성, 합리성 등을 분명히 따져야 하며,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로서 타당한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 과정 또한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복지 분야 예산이 크게 증액 되었다고 하지만, 공무원‧군인 연금 등에 대한 의무 지출 증가분이거나 변질된 기초노령연금안에 따른 증액에 기반하고 있어, 이를 두고 정부의 복지 패러다임이 진일보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8일, 정부는 처음으로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개최하고,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심의·확정하여 R&D분야에 향후 5년간 92.4조원을 투입하고 일자리 64만개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이명박 정부 5년간 R&D분야 총 정부 투자 금액이 약 68조원 규모였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 증가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GDP대비 R&D 개발비 비중이 2011년, 세계 2위일 정도로 R&D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한 효과, 타당성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금을 둘러싼 부당한 사용 및 횡령, 비리 등의 문제들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최근 감사원에서는 SOC 및 R&D사업 45개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정부 예산 30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2011년도 연구개발활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업 연구개발비 중 대기업 연구개발비는 기업 전체의 74.2%,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연구개발비는 각각 7.6%와 23.5%에 불과하다. 이렇듯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R&D에 필요한 자금 여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보니, 정부의 조세지원 역시 일부 상위 대기업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재 조세지출예산서에서 가장 감면액이 큰 세액공제가 연구인력개발비세액공제이고, 2012년 총 감면액은 2조 5천억원에 가까웠다. 이와 같은 대부분의 감면 몫이 일부 대기업들에게 집중적으로 주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가 중점적으로 실시할 R&D분야 투자 계획이 국가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정책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들 위주의 특정 계층 이익을 실현해 주는 재정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더구나 R&D 분야 투자를 확대하여 5년 간 6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그 실현가능성조차 거의 희박해 보인다. ‘연구개발 분야’ 자체가 모호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 역시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근거없이 64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는 태도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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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정부는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11조원 증액 요구안을 밝혔고, 일부 언론에서는 복지 예산이 100조원대를 넘게 되어 무분별한 복지 지출 확대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박근혜 정부는 대선 때 국민과 약속했던 복지 공약들을 날이 갈수록 후퇴시키고 있고, 점점 실현할 의지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예산안에서도 차등적 지급으로 변질된 기초노령연금이나, 공무원‧군인‧사학 등의 연금 급여를 위한 의무지출 증가분이 주된 증액 요인으로 제시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저수준 복지국가를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담았다거나, 복지 공약들을 잘 실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정부가 복지 공약을 위한 재정 지출 부분이 후퇴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재원조달방안이 미흡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과세감면 정비나 지하경제 양성화 등 실현여부가 불명확한 방안에 의존하면서 앵무새처럼 ‘증세없는 세입확충’만을 강조하는 태도는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 취해진 감세정책 철회 등 공평과세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이는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끝으로, 참여연대는 지난 5월 15일, 국가재정전략회가 개최되기 하루 전, SOC 분야 예산 삭감 계획을 환영한다고 밝히며, 이러한 조치가 장기적인 대안 없이 단기적인 사업유예에 불과하거나, 민간투자사업을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SOC세출 절감을 민간투자사업으로 보완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당장의 재정 지출 부담을 덜고자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방안을 취하겠다는 것은 마치 국민에게 독배인 줄은 알지만 맛이 달다고 그냥 삼키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는 이번 SOC 분야 예산 삭감이 그동안의 토건과 국방 중심인 개발연대시대의 재정지출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느냐 마느냐의 시험대에 올라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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