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속 빈 강정’ 2012년 세법 개정안

2012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복지재원 확충 노력 부재한 ‘속 빈 강정’ 세법개정안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2013년 재원조달액 3.8%에 불과한 ‘증세 흉내내기’

 

오늘 정부는 2012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였고, 이를 19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발표된 새누리당의 조세공약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복지재원 확충 노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는 ’12년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가 2013년도 1천9백억원, 향후 5년간 합계 1조6천6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재원조달 공약으로 제시한 2013년 세수증가 5조원, 향후 5년간 합계 26.5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내년도 세수효과로 기대되는 1천9백억원은 한 해 국세수입의 0.1% 정도로 그나마 자연증가분을 제외한다면 세수증대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수십 조 원에 이르는 감세규모와도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비과세․감면 정비와 금융세제 개편 등을 통해 마치 대기업과 슈퍼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증세 흉내내기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을 악화시켜 온 감세 정책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물론 민생안정과 복지지출 확대를 위한 과세 기반 확립과 세원 확충을 위한 실질적인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국회의 철저한 역할을 촉구하는 바이다.

 

우선 정부는 대기업이 과도한 조세감면을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조세부담의 적정화를 위해 과표 1,000억원 초과기업에 대해 최저한세율을 1% 포인트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다수의 기업들이 최저한세율을 초과하여 조세를 부담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일부 재벌대기업의 조세부담은 최저한세율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도 지적한 바와 같이 각종 조세감면 등의 세제혜택이 재벌대기업에 편중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작 1% 최저한세율 상향은 저조한 실효법인세율을 올리는 적정한 방안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더러 이로 인한 세수 효과도 미미하다. 최저한세율에 못 미치는 대기업들에게 담세력에 맞는 적정 세율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최저한세율을 대폭 상향해야 함과 동시에 최저한세제의 틈새를 빠져나갈 수 있는 최저한세율 적용제외 세액공제를 정비해야 한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jpg△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조정 내용

 

다음으로 정부는 일반기업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에 대해서 기본공제율을 고용감소시 축소적용하고 고용과 연계된 추가공제율은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공제율은 그대로 두는 반면, 일반기업 즉 대기업을 위주로 하는 공제율에 대해서는 고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설비투자에 대해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추가공제율도 상향조정했다. 고용이 감소되었음에도 설비투자를 명분으로 여전히 감소인원에 대한 축소분 외 기본 공제를 해주겠다는 것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다. 결국 임시투자세액공제의 부활이 될 우려가 크다. 임시투자세액공제가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대부분의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폐지시키기로 했음에도 이와 거의 유사한 취지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유지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이미 중소기업을 위한 고용정책 차원에서의 과세특례 및 세액공제가 있는 만큼 대기업에 조세혜택이 편중될 우려가 큰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및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해 양도세와 관련한 세제를 대폭 삭제하거나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주택의 단기양도에 대한 세율 인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법인이 주택․비사업용 토지 양도시 추가과세 제도 폐지 등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부동산 부자 감세 정책을 대표적으로 추진해 왔고, 또한 주택거래활성화를 명분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분양가상한제 완화, 강남투기지구 해제 등 각종 투기를 조장하는 부동산 정책들을 수차례 남발해 왔다. 여기에 거주가 목적이라 볼 수 없는 다주택자, 단기양도나 비사업용, 법인의 주택․비사업용 토지 양도에 대해서까지 세제혜택을 추진하는 것은 서민 주거안정 목적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이다. 오히려 건설사나 개발사업시행사, 다주택자 등을 부추기는 투기 조장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되는 정책들이다. 정말 서민을 위한 정부라면 부동산 부자 감세를 중단해야 하며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국내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이 턱없이 낮아,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사립대학들의 민자기숙사 건설 지원을 위한 부가가치세를 완전히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대학들이 수백억대의 건축 적립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자 기숙사를 지은 뒤 기숙사 건립·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상당 부분 학생들에게 부담시키고 있고, 그렇다보니 기존 기숙사에 비해 신축 기숙사의 입사비가 2배에 가까운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회적 문제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하기 보다는 사립대학과 건설용역의  배만 불리는 낙후한 정책을 제시한 것은 유감이다. 

 

정부는 유가증권시장에 한해 주식양도차익이 과세되는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담세력이 분명히 존재하고, 과세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문제가 분명히 있는 만큼 더 이상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수준에서의 비과세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한국조세연구원 역시 OECD국가들 중 우리나라와 같이 대주주냐 개인이냐에 따라 과세를 달리하는 국가는 없으며, 상장주식이냐 비상장주식이냐에 따라 과세를 달리하는 국가 역시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대부분의 투자자가 개인으로 구성된 코스닥시장에서 실적 및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투명하고 건전한 주식시장을 형성하고 불투명한 자금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코스닥시장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을 주면서, 주식거래에 대해 전면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활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과세형평성 및 주식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다른 금융상품과의 과세형평 등을 감안하여 선물 0.001%, 옵션 0.01% 라는 파생상품 거래새를 과세하되 3년간 시행유예를 두기로 하였지만, 이 역시 낮은 세율을 통해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굳이 3년의 유예기간을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올해 일몰 예정이었던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또 다시 3년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 법에 따른 교통세 수입은 본래의 도입 목적을 상실하고 도로 등 토건사업에 집중 투입되어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민적 논의도 없이 또 다시 자동 연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라도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본래 목적과 용도에 대해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가재정이 올바르게 쓰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에 참여연대는 과세형평성 추구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복지지출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세법 개정을 제안한다. 

 

첫째, 이명박 정부 들어 무리하게 낮춘 법인세율을 2008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한편 과세표준 구간을 현실 경제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수익창출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적정한 성장 지원을 위하여 낮은 과세표준 구간의 세율은 그대로 유지하되, 재정건전성과 능력에 따른 적정한 과세를 위해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부분에 대해 27%의 최고세율 신설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3단계 과세표준 구간에 적용되는 10%, 20%, 22%의 법인세율을 10%, 22%, 25%, 27%의 법인세율로 수정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둘째, 재정수요의 충족과 과세형평성을 위하여 현행 5단계인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중 8,800만원 이하 3단계 구간은 그대로 두되, 상위 2구간인 8,8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구간, 3억원 초과 구간의 과세표준을 8,800만원 초과 1억 2,000만원 이하 구간, 1억 2,000만원 초과 구간으로 수정하고, 최고세율도 38%에서 42%로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셋째, 세 부담 능력이 있는 대기업들에게 과도하게 혜택을 주는 조세감면제도의 개선을 통해 과세형평성을 꾀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다만 지원이 필요한 100억원 이하 부분과 중소기업 및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는 현행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되, 과세표준이 100억원 초과인 법인에 대하여 11%, 1,000억원 초과 법인에 대하여 14%로 되어 있는 최저한세율을 각각 15%, 20%로 상향 조정할 것을 제안한다. 

 

넷째, 주권상장법인․코스닥상장법인의 주식과 출자지분에 대해 예외적으로 부과되던 양도소득세 과세를 일반화해야 한다. 다만 양도소득기본공제를 두어 양도차익에 대한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시행일 역시 3년간의 지나치게 긴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그 동안 불합리하게 존재해온 소득간 불공평한 과세를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작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위해 상속 및 증여세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세후영업이익 기준과 기본공제율 등에 있어서 계속된 허점이 다각도로 지적되어 왔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과세를 위해서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주식가치 상승분을 증여가액으로 보아 이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적정한 방식일 것이다. 또한 증여세 외에 일감몰아주기 행위가 있었던 법인의 지배주주가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역시 그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적극 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당장 주식가치상승분을 기준으로 하는 과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면, 현행 일감몰아주기 과세 방안에서의 사업거래비율, 주식보유비율 등에 대한 공제율 적용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가 사업거래를 차용하여 부의 무상이전이라는 편법적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입법강화를 제대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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