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노무현 ‘비극’을 불러온 장본인은 바로…

본 칼럼은 지난 2.15일에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이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3021517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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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비극’을 불러온 장본인은 바로…

 

국세청(國稅廳)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중앙 행정 기관의 하나. 기획 재정부 소속으로, 내국세의 부과·감면 및 징수에 관한 사무를 맡아본다”라고 간단하게 적혀있다. 하지만 국세청이 그리 간단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국세청은 국정원, 검찰, 경찰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린다. 국세청이 어쩌다 4대 권력기관까지 됐을까.

 

국세청은 세금을 징수하는 것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나라가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관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세금을 징수하는 기관이 그냥 권력기관도 아니고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국정원, 검찰, 경찰과 함께 4대 권력기관이 되어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세청이 4대 권력기관이 된 이유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권력층·정치권과 재벌·대기업의 뿌리 깊은 탈세와 비자금 등을 통한 불법과 유착의 역사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결국 우리나라의 지배계급, 지배층들의 비리와 어두운 이면을 파헤칠 수 있는, 그래서 그들의 권력 유지 여부와 생사여탈을 결정할 권한과 능력이 있는 기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4대 권력기관으로까지 ‘과도한 위상’이 부여된 것이다.

 

그리고 이 책 <국세청 파일>(한상진 지음, 보아스 펴냄)을 보면 국세청을 왜 4대 권력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금세 알 수 있게 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던가.감시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정(不正)하기 마련인가. 이명박·새누리당 정권 5년 국세청의 모습을 보면 그런 말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최근 5년 국세청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는데 그 권력을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에 철저히 충성하는 방향으로, 주요 지배층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만 행사되었다는 게 문제다. 그 결과 국세청은 매우 추악한 기관이 되고야 만 것이다.

 

<국세청 파일>은 서두에서부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국세청은 시끄러웠다.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력이 국세청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논란도 계속됐다.인사 관련 잡음도 이어졌다. 그 중심에는 한상률, 백용호 전 청장과 이현동 현 청장 등 ‘이명박의 남자’를 자처한 세 사람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국세청은 ‘한상률 게이트’로 시작해 ‘이현동의 코드 인사’로 막을 내렸다. 이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의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1장 도입부)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그렇다. 국세청은 그동안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이명박 정권 5년을 거치면서 문제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 책은 국세청이 망가지게 된 계기가 된 사건과 주요 의혹들을 매우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국세청 파일’이라는 책 제목이 ‘국세청 X파일’로 읽혀지는 이유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비극은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한상률이 이명박 정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히 이명박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권한을 남용하여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비극을 낳은 사건일 것이다. 그 중심에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상률이 있었던 것이다.

 

한상률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매우 불순한 목적으로 전 정부에 대한 사정(司正)성 세무조사에 나섰고, 그 타깃은 최종적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을 것이다. 결국 한상률은 2008년 11월 박연차의 태광실업, 정산개발 등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 결과를 들고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하게 된다. 민정수석도 보고체계에서 배제됐다. 그리고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국세청이 대단하다”라고 칭찬했다고 한다.(31쪽)

 

부산에 본사가 있는 회사(태광실업 등)에 대한 세무 조사를, 누가 보기에도 이례적으로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동원해서 진행한 주인공이 한상률이었다. 그 때 조사4국장이 조홍희였다. 청와대에 보고할 때 이명박 대통령과 한상률이 민정수석 등의 보고라인을 건너뛴 것처럼 한상률은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조사국장을 조사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하고 조홍희를 통해 이 세무조사를 직접 챙겼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한테 “대단하다”라고 칭찬까지 받은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본 후 ‘한상률이 이명박 정권에 온갖 코드를 맞추고 유임에 성공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목표로 한 불순한 목적의 사정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이를 치밀하게 이행했고, 그것은 결국 너무나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즉, 이명박 대통령과 한상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극으로 몰아간 주범이었다는 판단이다. 물론, 이명박의 정치 검사들과 함께.

 

그래서일까. 특히 조홍희는 2008년 10월~11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대대적인 감찰을 받고 여러 가지 비위혐의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12월 말 경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구두경고만 받는다.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된다.(이 책 320쪽에는 조홍희와 조홍희를 봐주기 했던 당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에 대한 참여연대의 고발장도 수록되어 있다.) 오히려 조홍희는 곧이어 단행된 국세청 인사에서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이라는 요직으로 승진하게 된다.(162~163쪽)

 

청와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국세청을 운영하는 한상률과 조홍희를 비호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들은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과 너무 많은 비밀과 음모를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는 한상률이 이명박 당선자의 뒷조사를 한 파일, 즉 ‘MB파일’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정황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책 64쪽부터 ‘안원구의 고군분투’ 중) 한상률은 이명박 대통령의 어두운 이면을 추적한 ‘MB파일’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고, 또 이명박 정권에 코드를 맞춰 국세청이라는 공적 기관을 동원에 이명박 정권의 사적인 전 정권 사정에 ‘올인’했던 것이다.

 

그런 한상률을 당연히 권력과 검찰이 제대로 처벌했을 리가 없다. 한상률의 온갖 의혹과 추문에도 불구하고, 또 결정적으로 8억 원 가까운 돈을 그룹 계열사 등으로부터 받은 것을 밝혀내고도 봐주기로 일관했다. 이 역시 이 책에 자세히 잘 기록되어 있다.

 

국민들은 지금 국세청을 매우 불신하고 있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 정부들의 책임도 작지는 않겠지만, 결정적인 책임은 이명박 정권과 ‘이명박의 남자’를 자처한 이명박 정권의 국세청장 3명에게 있다 할 것이다. 그뿐인가. 2013년 2월 15일자 신문에는 “국세청 직원들이 세무조사 대상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이를 국장급 간부들에게까지 상납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이 아무개 조사관이 2010년 말께 세무조사 중이던 한 사교육 업체로부터 2억여 원을 받아 이 가운데 수천만 원을 당시 국장과 과장에게 상납했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2월 14일 경찰이 밝힌 것이다. 이 조사관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업체로부터 받은 2억여 원 가운데 수천만 원을 국장과 과장, 담당 실무자인 사무관에게 건네고 나머지 금액을 자신의 몫으로 챙겼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한 식품회사와 해운회사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직원 6~7명을 소환조사한 바 있다.(2013년 2월 14일 <한겨레신문> 보도 요약)

 

작금 국세청의 실체가 이러하니 어느 국민이 국세청에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는가. 누가 또 국세청을 곱게 봐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국세청을 개혁하지 않고 그대로 둘 수 있겠는가. 박근혜 당선자는 <국세청 파일>을 보고 국세청에 대한 제대로 된 개혁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국세청에 대한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어떤 내용인지 묻기도 전에 그런 책을 내고도 괜찮겠냐며 필자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사람들은 이렇게 국세청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처음으로 국세청과 연관된 사건을 다룬 이 책의 에필로그에 저자 한상진이 쓴 말이다. 탈세할 일이 없는 직장인도, 세금을 제대로 낸 기업도 ‘세무조사’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움찔해진다. 국세청은 그렇게 두려운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사실 국민들이 부여한 정의롭고 공평한 세금 징수라는 신성한 권한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충분히 정당함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편함은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권력의 개가 되어서 권력이 원하는 대로 권한을 남용하여 사람을 죽이는 그런 국세청이라면, 기업들과 유착하여 사실상 조세정의와 공평과세를 포기한 그런 국세청이라면,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필자는 국세청 개혁과 국세청에 대한 꼼꼼한 감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몸서리치게 깨닫게 됐다.

 

그동안 검찰, 경찰 등의 이면을 다룬 책이나 기사는 있었지만 국세청의 내부를 이렇게 자세하게 다룬 책은 <국세청 파일>이 처음일 것이다.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미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저자는 국세청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애정 어린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고, 필자도 그런 마음은 동일하다. 다만, 그런 국세청이 되기 위해서는 국세청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제도적인 감시 시스템이 반드시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국세청은 규모로 보면 공공조직 중 경찰 다음으로 크다. 직원이 2만 명이 넘는 거대 조직이고, 모두가 알고 인정하듯 그 영향력은 그 어떤 개인이나 기관보다 크다. 그런데 국세청에 대해서 사람들은 아직도 잘 모른다. 그렇게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국세청의 문이 ‘지난 5년 국세청의 행적을 추적’한 이 책을 통해 살짝 열리게 된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을 발휘해 국세청에 대한 신뢰할 만한 보고서를 세상에 내놓은 저자(한상진)와 신생 출판사이지만 문제의식이 뛰어난 책을 계속 펴내고 있는 보아스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만큼 국세청은 중요한 곳이고, 반드시 정권의 국세청이 아니라 국민의 국세청으로 거듭나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그 배경을 아주 자세히 잘 보여주었다. 권력 문제, 세금 문제에 관심이 있는 누구에게라도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이유이다.(참고로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올해부터 국세청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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