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2013 국가재정전략회의에 바란다

 

2013 국가재정전략회의 개최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약가계부 수립, 

공평과세와 공공자원의 균형적 배분을 실현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바란다. 

 

오는 16일(목), 박근혜정부의 첫 국가재정전략회의가 개최된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용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주요 재정전략을 논의하는 중요한 회의이다. 현재 진행되는 대표적인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도 이 회의를 통해 결정된 전례가 있다. 이번 역시 향후 새 정부의 5년 중기재정운용계획 및 총지출안에 대한 기본 골격이 논의되는 자리인 만큼, 그 내용과 결정에 대한 중차대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의는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되고, 인지부족으로 인해 언론에서도 크게 주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향후 5년간의 국가재정 방향과 전략을 결정지을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출한다. 박근혜 정부는 시민사회 의견 수렴에 충실하여, 향후 국가재정 의제 설정 및 운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 우선 국가재정전략회의의 투명성 제고,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참여정부에서 각 부처가 예산총액에 대한 자율적 편성을 할 수 있는 톱다운제도가 도입되면서, 2004년 처음 도입되었다. 이를 통해 국무위원들이 부처별 예산에 한정되었던 요구나 주목을 넘어서서 5년 국가재정 운용에 대한 통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그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단기적 성과를 상대적으로 중요시하다보니 중장기적 틀을 논의하는 본래의 기능이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따라서 국가재정전략회의의 도입 취지와 관점을 최대한 살리고 이 회의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참여연대는 향후 5년의 재정위험요인의 정확한 파악, 민생안정을 위한 대책 수립과 실효성 제고, 재원배분의 효율성 제고, 분야별 부처별 총액한도의 명확한 설정과 이를 엄격히 지켜야 하는 원칙 등을 제대로 수립하기를 바란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회의는 5년 중기재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예산안의 기본 틀을 결정짓는 중요한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비공개로 진행하는 폐쇄성을 지니고 있다. 재정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원칙이 바로 투명성이다. 즉 재정활동의 투명성 제고 노력은 정부의 기본적 책무이다. 그렇기에 국가재정전략회의와 같은 기초적인 예산배분 과정부터 국민적 참여를 이끄는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국무위원과 소수의 민간전문가들에 의해서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현재의 회의 진행은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보다 민주적인 회의 형태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2.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공약 가계부 실행 목록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재정전략회의에서 공약가계부라는 공약 실행 목록을 작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올해 예산안과 2013년 추경예산안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을 일부 반영했으나,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공약 이행 과정은 더디거나 심지어 일부 공약은 이행 가능성 자체에 대해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국민과 약속했던 재정 관련 공약 및 지출 이행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도출되어야 한다.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고 한다. 추상적인 정치적 슬로건이나 거대 정책목표에 가려져 구체적인 정책에서 예산안이 심히 변형되는 불행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일부 여당 정치인들은 복지포퓰리즘이 재정건전성 위기를 초래한다며, 대선에서 약속했던 공약에 대해 후퇴를 거론하거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국민적 신뢰를 저버리는 것인 동시에 국민이 원하는 시대적 요구 자체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또한 복지 확대 정책을 곡해하고 재정건전성에 대한 편협한 정보를 전달하는 무책임한 발언들이기도 하다. 참여연대는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도출될 공약 가계부 내용이 헛된 공약의 공약(空約)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실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약(公約)이 되기를 희망한다.    

 

한편, 이미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의 재원조달 공약 자체가 지출 계획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고 우려를 표명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재원없이 공약없다’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실제 재원 마련 방안은 추상적이거나 근거가 매우 빈약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만큼은 구체적인 가계부 실행 목록을 국민 앞에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여기에는 현실성 있고 국민적 신뢰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세부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3. 세입 측면에서는 공평과세 실현을, 세출 측면에서는 공공자원의 균형적인 배분을 통해 국민행복을 높여야 한다. 

 

우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해야 한다. 특히 재벌대기업과 금융‧부동산 등의 자산이 많은 고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세 특혜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 부자감세와 같은 인기영합주의의 유혹을 거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특히 이러한 감세정책으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어떻게 위협 받고 있는지 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강력한 실현 의지를 피력했던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를 비롯한 고소득 자영업자나 대기업의 탈루소득 과세 강화 등의 공약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재정을 알고 판독할 수 있는 사람은 국가의 운명을 해명할수 있다’라고 갈파했다. 따라서 한 나라의 지도자는 예산을 이해하고 개혁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 만약 재정지출 약속에만 집중하고, 이에 수반되는 재정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산더미처럼 국가부채만 쌓아놓은 정부라는 오명이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세입측면에서는 공평과세 실현을 통한 재정건전성을 바로 잡고, 세출 측면에서는 과도한 토건 및 국방지출 등의 재정지출 불균형 개선과 효율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구조를 보면 국방과 경제사업, 그리고 주택 및 지역개발 관련 사업에 재정지출이 편중된 반면 사회보장 관련 지출은 매우 낮다. SOC분야의 재정지출 효율성도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임기 말인 2007년, 18조4천억원이 편성되었던 SOC분야 예산이 이명박  정부 들어 2009년에는 25조5천억원까지 치솟았다. 2013년 올해 예산안 역시 24조3천억원으로 여전히 전반적으로 증가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임기에 편성된 2013년 예산안에서는 복지예산 비중이 2012년 28.5%에서 2013년 28.3%로 오히려 감소했다. 그 이유는 정부 예산안이 전년도에 비해 5.3% 증가했지만, 그에 비해 복지예산은 4.8%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추후 정부예산 증가율은 5.1%, 복지예산 증가율은 5.2%로 소폭 조정되었지만, 여전히 복지예산 규모 및 비중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동안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출 감소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예산 자체가 열악하다보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함에도 불구하고 수급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사회복지지출은 OECD 국가 평균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이러한 저수준 복지국가를 벗어나기 위한 정책들을 적극 다루어야 한다. 

 

덧붙여 예산 낭비를 방지하면서 재정민주주의를 제고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동시에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국민소송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4. 지속가능한 재정건전성을 추구해야한다.

 

지난 7일, 17조3천억원의 대규모 추경예산안이 통과되었다. 여기에는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성장률 저하, 인천공항 매각 등을 전제한 세입 예측 오류에서 발생한 세수감소 보전액이 12조원이나 차지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러한 단기적인 현실인식과 대처가 단순히 숫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채 증가에 대해서는 특별히 정부가 아래와 같은 점들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부채는 원금이 아니라 이자가 더 문제이다. 2012년 현재 우리의 국가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902.4조이다. 물론 자산은 1,581조로서 순자산은 678조이다. 그러니 정부는 아직은 안심할 단계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계산방식에 따라 너무나도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최대 1,200조가 나올 정도이다. 최소한으로 잡으면 국가부채가 443조, 여기에 8대 공기업의 부채 324조를 합하면 767조원이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이자만 4%로 잡았을 때, 30조가 넘는다는 말이다. 아무리 자산이 많아도 이만큼의 이자를 감당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국방예산이 34조원이고 보건복지부의 예산이 41조원 정도라고 볼 때, 감당은 둘째 치고 이자에만 치르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둘째, 국가부채는 역진적이라는 것이다. 부채의 이자는 전체국민이 골고루 부담해야 한다. 전체재정에서 기계적으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이 부담한 이자는 어디로 지출되는가? 주로 금융 및 채권소유자들에게 지출된다. 정리하자면 우리의 세금이 부유한 사람들의 이자수입으로 들어가서 그들을 더 부유하게 해주는 역진성이 존재한다. 

 

셋째, 감세를 통해 줄어든 세입을 국채발행으로 충당한다는 처방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취해진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정책을 철회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 발표한 4.1 부동산 대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전히 부동산 감세정책을 통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논리는 이명박 정부와 닮은꼴 이다. 박근혜 정부의 이 같은 땜질 식 처방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켜 중병으로 키우겠다는 것과 같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이 감세로 낙수효과를 거두었다는 어떠한 실증연구도 없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참여연대는 재정규모를 적정국가 규모로 확대하는 국가발전 계획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땜질식 국채발행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재정전략회의에서 적정한 재정규모와 세입 확충 방안을 위해 제대로 진단하고, 그에 합당한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5. 끝으로, SOC사업의 삭감을 일단 환영한다.

 

14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16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재정전략회의에서 복지예산 확대를 위해 교통 SOC에 투입할 예산을 4년간 15조 원 감축하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대선 공약 실현을 위한 예산 134조 5천억 원 중 82조 원을 예산 삭감 등 세출 조정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그 중 18.3%가 교통 SOC의 예산 삭감액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줄이는 SOC 예산 15조 원을 분야별로 보면 철도(6조 원·40%)의 감축액이 가장 많다. 이어 도로(5조 원·33%), 수자원(4조 원·27%) 등의 순이다. 올해 이들 교통 SOC에 투입한 예산은 총 21조1000억 원 수준이다. 이러한 감축은 그동안 분야별 배분에서 SOC예산이 과도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기에,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장기적인 대안없이 단기적인 사업유예에 불과하거나, 미래세대에 부담을 넘기는 방식이 될 수 있는 민간투자사업을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입장 원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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