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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빈곤정책
  • 2020.11.09
  • 435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2주기, 

집 없는 이들의 생명과 안전은 누구의 책임인가

 

2년 전 오늘,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국일고시원을 덮친 화마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걷잡을 수 없이 크게 일렁이던 불길로 인해 발생한 그을음도, 창문 하나로 생사가 갈리는 고시원에 살아야 했던 이들의 삶과 처지도 모두 지워버린 그 곳에는 현재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있을 뿐이다. 그러나 화재의 흔적은 지울 수 있을지 몰라도 화재가 남긴 상흔은 여전히 남아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이들의 죽음을 추모하며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한다.

 

참사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국일고시원 참사의 책임을 가리기 위한 법적 조치들이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중이다. 검찰은 참사의 책임을 철저히 참사 당일 화재를 중심에 둔 채 책임소재를 가렸다. 고시원의 소방안전시설을 소홀히 유지·관리한 국일고시원장과 참사 당일 불씨가 시작된 전열기구를 사용한 고시원 거주민을 이 참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과연 이 참사의 최초 책임이 추운 겨울밤을 전열기구에 의지해 버텨야 했던 발화자, 당일 다치고 사망한 이들과 같은 처지에 있던 고시원 거주민에게 있을까? 단지 추위를 피하기 위해 켠 전기난로가 자신과 이웃의 목숨을 위협하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화재 발생 전 고시원장이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을 신청해 선정됐지만 건물주인 한국백신 회장이 이를 거부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없었다. 공공이 비용을 지원하는 시설개선조차 거부한 건물주에 대해선 아무런 법적 책임이 지워지지 않았다. 고시원 소방안전시설 점검시 비상벨과 화재감지기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점검표에 ‘이상 없음’이라고 허위 기재한 소방공무원 2명도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소방안전에 대한 전문성도, 건물에 대한 권한도 없는 고시원 운영자에게만 법적 책임이 지워졌다. 다시 묻고싶다. 국일고시원 참사는 지금 법이 지목하는 책임자들의 과실만으로 발생했는가.

 

‘화재’를 중심에 두면 보이지 않는 문제들

참사 당일 생사를 가른 것은 단돈 4만원 차이로 방에 창문이 달려있는지 여부였다. 화재감지기가 정상작동 하지 않았고, 비상벨도 울리지 않았다. 화재 직후 작동할 스프링클러도 물론 없었다. 출입구 외엔 비상대피로조차 확보되지 않아 화재를 인지한 고시원 거주민들은 탈출을 위해 2층, 3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불사했다.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이미 안전하지 않은 건물, 건물주의 재량에만 달려있는 안전설비 설치와 책임을 강제할 수 없는 허술한 정책, 이러한 곳을 거처로 삼을 수밖에 없는 주거취약계층을 방치하는 주거대책 모두가 참사의 공동책임자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부분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그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

 

공공의 대책은 여전히 제자리

종로구청에 의하면 국일고시원 화재로 발생한 이재민은 총 33명이었다. 이들에게 공공이 내민 대책은 SH공사와 LH공사가 보유한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한 긴급주거지원이었다. 새벽 인력시장과 동떨어진 서울 외곽지역에 위치한 입지, 6개월에 불과한 긴급주거지원 임대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마련해야하는 집기와 가구 구입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면 대부분 일용노동 수입으로 생활해온 이들에게 아무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었다. 결국 14명만이 해당 주택에 입주하고 나머지는 다시 목숨을 담보로, 국일고시원과 마찬가지인 인근 고시원으로 흩어졌다.

이처럼 사고 발생 직후에도 그 미흡함에 대해 비판받아온 공공의 대책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있다. 구체적인 정책 수립에 앞서 언론 보도를 통한 선전에 급급했던 서울시의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은 서울시에서 진행한 고시원 리모델링에서조차 지켜지지 않았으며, 기존 노후 고시원들에게는 강제할 어떠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또, 지난 4월 국토교통부는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을 개정하며 고시원이나 고시텔 등 ‘다중생활시설’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그 취지로 밝혔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제3조(지역별 기준 설정)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2조의 기준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중생활시설의 최소실 면적, 창 설치 등의 기준을 정하여 권장할 수 있다’를 신설한데 불과하여 어떠한 의무조항도 없이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맡겨 중앙정부의 책임을 면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집답지 못한 집’이 죽음이 되지 않도록

전국에 국일고시원과 다를 바 없는 곳들이 쪽방, 여관·여인숙, 고시원, 고시텔 등 다양한 이름으로 국일고시원 참사 사상자들과 다를바 없는 처지에 있는 이들의 거처로 쓰이고 있다. 때로는 열악한 난방에 전열기구 사용으로 인한 화재, 때로는 열악한 취사환경으로 인한 가스폭발 등으로 발생하는 사고에서 국일고시원과 마찬가지로 스프링클러도, 비상대피로도 없어 발생하는 죽음이 참사 이전에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그리고 기초적인 대책은 열악하고 취약한 주거환경에 처한 이들에 대한 주거대책이다. 여름에는 폭염에, 겨울에는 혹한에, 지금과 같이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는 방역에 취약한 ‘집답지 못한 집’이 거리노숙보다는 낫다며 차악의 선택이 되지 않도록 적정한 입지와 임대조건을 갖춘 임대주택의 충분한 공급, 모든 비적정 거처에 대한 예외없는 신속한 주거 환경 개선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집이 아닌 거처들이, 그럼에도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강제할 정책이 필요하다. 집이 없어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는 동짓날을 앞두고 모인 우리는 이처럼 국일고시원 참사와 같은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는 바이다.

 

2020년 11월 8일

2020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

건강세상네트워크,공익인권법재단공감,금융피해자연대해오름,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나눔과나눔,노동당서울시당,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돈의동주민협동회,동자동사랑방,두루두루배움터,빈곤사회연대,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사단법인길벗사랑,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사회적파업연대기금,사회진보연대,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옥바라지선교센터,용산참사진상규명및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원불교봉공회,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재단법인동천,전국공공운수노조사회복지지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학생행진,정의당서울시당,진보당,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천주교서울대교구빈민사목위원회,한국도시연구소,한국주민운동교육원,홈리스행동,화우공익재단,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후원) / 이상 35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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