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20-12-03   1319

[기자회견] ‘노숙인 등’ 의료 공백 대책을 요구합니다

2020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2020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2001년부터 매해 동짓날을 기해 진행되는 홈리스추모제를 함께 진행하는 단체들의 연대체로 그해 돌아가신 홈리스의 죽음을 애도하며, 홈리스에 대한 복지와 인권보장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립 동부병원이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기 하루 전인 오늘(12/3)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숙인 등’에 대한 의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속히 나설 것을 요구했습니다.

 

노숙인복지법 시행규칙과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노숙인 등’은 일부 공공병원들로 지정된 ‘노숙인 진료시설’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지역의 경우 ‘노숙인 진료시설’ 중 병원급 의료기관은 총 9개소로 이중 정신과병원 및 분원을 제외한 일반 병원은 6개소에 불과합니다. 이들 중 5개 병원은 일찍이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던차, 내일부터 시립동부병원마저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노숙인 등’의 의료시설 이용은 사실상 막히는 결과가 초래되었습니다. 서울시의 신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거리 노숙 중 시립동부병원에서 수술 후 입원치료를 받다 11.24. 전담병원 지정 예비조치로 퇴원 당하게 된 안** 님 

“수술 치료를 받고 나서 입원한 채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재활치료를 다 마치지도 못하고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는 바람에 갑자기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로 치료가 계속 필요한 상황인데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을 알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게 서울시가 나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진한 정책국장 

“저도 저희 병원이 홈리스가 진료받을 수 없는 병원이라는 것을 사실 몰랐습니다. 의료법상 모든 의료기관은 환자를 거부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오직 홈리스에 대해서만 이런 차별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리 의료인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내 홈리스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6개 병원인데, 이는 서울시가 가용 가능한 2차기관급 공공병원이 6개가 전부이기 때문이며 몇 안 되는 공공병원에서만 홈리스 진료를 맡겨놓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합니다. 민간병원이 코로나19 대응에 적극 관여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역할해야 하며, 무엇보다 공공병상을 확충할 재정방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홈리스행동 박사라 상임활동가

“부산에서 노숙한 지 2개월 된 거리홈리스가 중증 피부암으로 부산에서 치료가 불가하여 의사의 진료의뢰로 서울에 왔지만 서울시는 부산시민이어서 치료할 수 없어 부산으로 되돌려 보냈다" 지자체별로 분절된 노숙인 의료지원체계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또한 지난 8월, 일부 노숙인시설 실무자들을 만나 진행한 의료피해사례 수집 경험을 소개하며 “한 거리홈리스는  다쳐서 출혈이 있고 안면이 퉁퉁 부어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는데 엑스레이도 찍지 못하고 응급조치만 한 채 병원을 나와야 했고, 열이 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는데, 결국 시설 내에서 다른 홈리스들과 함께 잠자고 지내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했”던 사례, “119구급대가 여기저기 공공병원에 연락을 해 보았지만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해 7군데 이상 전화해서 애원한 후에 겨우겨우 민간병원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코로나19 이후 축소된 홈리스 의료지원 사례들을 전했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는 반헌법적이고 위법한 제도”라며 세 가지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첫째, 다른 의료급여에서는 의료급여기관을 지정하는 제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홈리스 집단만 의료급여기관을 특정 진료시설로 지정한 것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침해”라 하였습니다. 둘째, “노숙인의 의료급여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는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어 있지 않고, 의료급여법 시행규칙에 따른 것으로, 헌법의 법률유보 원칙과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며,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는 노숙인 복지법을 제정하기 전의 노숙인 의료지원 제도를 답습한 정책으로서 현행 의료급여제도 체계에도 부합하지 않은 차별적인 정책”으로 “서울시는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을 확대하고, 복지부는 의료급여법 시행규칙에서 노숙인 의료급여기관을 제한하고 있는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기자회견문

홈리스에 대한 의료공백 초래하는 진료시설 지정제도 폐지하라

 

내일(12월 4일)부터 서울특별시립 동부병원이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된다. 이미 11월 24일부터 병상 소개(疏開) 조치가 시작돼 입원했던 환자들은 전부 퇴원조치 되었고 병실은 비워진 상태다. 서울시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수의 확진자 발생으로 추가적인 병상 확보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을 하고자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을 확대하여 운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언급과 같이 전담병원 추가 지정은 확대일로의 확진자 발생 상황 상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시립동부병원의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은 거리와 시설 등지에서 살아가는 홈리스들에게 의료공백이라는 의도치 않은 문제를 낳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노숙인복지법> 상 ‘노숙인 등’이 갈 수 있는 병원은 6개소의 일부 공공병원에 불과하다. 그 중 4개소는 일찍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고 지난 8월, 2차 대 유행 시 적십자병원도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던 차에 내일부터 시립동부병원마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물론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다 하더라도 일부 병원은 외래 내지 입원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각 병원의 방침, 의료진 등 진료 여력, 코로나19 발생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어서 ‘노숙인 등’이 진료 받을 길은 사실상 막힌 상태다. 이와 같은 사태를 초래한 원흉은 ‘노숙인 진료시설’을 지정해 ‘노숙인 등’은 특정 의료기관 만을 이용하도록 한 <노숙인복지법 시행규칙>과 복지부의 지침에 있다. 하지만 진료공백이 뻔히 예상됨에도 ‘노숙인 등’ 지원의 책임자로서 어떤 조치도 없이 방관한 서울시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서울시는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 권한이 지자체에 있음에도 신규 지정을 위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서울시는 “천재지변, 재난, 기타 불가피한 상황의 경우 일반 의료기관에서 진료 가능”하도록 하는 사업 방침(노숙인 등 의료지원 사업 운영계획)도 두고 있어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한 진료 확대 역시 가능하다. 이렇듯, 서울시는 제도적 근거가 있음에도 진료시설들이 폐쇄되는 현실 앞에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보고만 있는 답답한 상황이다.

 

물론 이와 같은 진료공백의 원인 제공은 복지부에 있다. 복지부는 <노숙인복지법 시행규칙>을 통해 노숙인 등이 특정 의료기관 만을 이용하도록 하는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를 강제하여 차별과 치료받을 권리의 축소를 제도로서 구축하였다. 이는 ‘노숙인 등’과 마찬가지로 의료급여법 상 ‘타법에 의한 의료급여 수급자’인 이재민, 새터민 등 그 어느 집단에도 시도된바 없는 복지의 탈을 쓴 차별이다. 게다가 복지부는 ‘노숙인1종 의료급여’의 자격조건을 “노숙인 해당기간이 지속적으로 3개월 이상”이며 “건강보험 미가입 또는 6개월 이상 체납자”로 정함으로 진입장벽까지 높이 쳐 둔 상태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노숙인1종 의료급여수급자의 수는 2015년 903명에서 지속 감소하여 2018년 기준 502명에 불과하며, 그 분포 역시 전국 6개 광역단체에 그쳐 차마 제도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누군가의 질병을 고치기 위해, 누군가는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 명백한 의료공백이 예고되고, 대처할 만한 제도와 권한이 존재함에도 방관하는 행정이라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조차 없다. 생명이 달린 일이다. 서울시는 즉각 관할 내 모든 의료기관을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하고, 모든 홈리스들이 지체 없이 적절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라.

 

2020년 12월 3일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에 따른 ‘노숙인 등’ 의료 공백 대책 요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생명을 좌우하는 치료받을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당장 내일부터 시립동부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서울시가 하루 속히 서울시 내 모든 의료기관을 ‘노숙인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진료시설로 지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2020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앞으로도 ‘노숙인 등’이 차별받지 않고, 적정 진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며, 서울시와 정부의 노숙인 등 복지행정을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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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서울 지역에서만 300명 이상의 홈리스가 사망하고 있습니다. 이 겨울 추위에 지지않고 힘차게 넘어갈 수 있도록 '2020 홈리스 추모제 기획단 www.homelessaction.or.kr 에서 월동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모금액은 홈리스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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