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11-01-06   3511

“수급비 가지고는 생활이 안 돼 죽음을 선택한다”

수급자를 자살로 내 몬 비현실적 최저생계비
대통령은 ‘복지 포퓰리즘’ 논쟁 이전에 사회안전망부터 돌아봐야


새해 벽두부터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인 60대 노부부가 생활고를 비관한 끝에 동반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발견된 유서에는 “수급비 가지고는 생활이 안 돼 죽음을 선택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들 부부는 40만원의 수급비 중에서 지하방 월세 30만원을 제외한 10만원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해오다 우울증과 생활고를 끝내 견디지 못하고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부부를 자살로 내 몬 것은 비현실적으로 낮은 최저생계비 수준 등 부실한 사회안전망에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비롯한 사회안전망의 확립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사회안전망 부실의 전형을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에 따르면 남편 정씨는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 후 택시를 운전했는데 2년 전 사기를 당해 수억 원의 빚을 졌고, 결국 이 빚을 갚기 위해 택시를 팔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부인 김씨도 양쪽 무릎관절 수술 후 늘어나는 병원비와 빚으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퇴직공무원인 정씨가 사기를 당하고 부인의 병원비에 가세가 기우는 동안 사회적 지원은 전무 했으며 겨우 수급자 수준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았는데, 정작 보호받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비 40만원도 최저생활을 유지하기에는 너무나도 낮은 수준이었던 것이다. 고작 40만원의 수급비로는 빚을 갚고 약값을 대기는커녕 최소한의 생계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너무 낮은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여 왔고, 작년에는 3년만의 최저생계비 실계측해를 맞아 ‘최저생계비로 한 달나기’ 등의 캠페인을 통해서 그 문제점을 알린 바 있다. 체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 역시 1인가구  기준으로 한 달 주거비 87,000원, 한 끼 식비 2,100원으로 책정되어 있는 현행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에 공감하고 이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난 연말 예산날치기 파동으로 소관 상임위에서는 법안 상정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날치기에 동참한 국회의원들이 편안한 연말연시를 맞았던 그 시각, 하월곡동의 차가운 지하 단칸방에서 쥐꼬리만한 수급비에 의존해서 겨우 생활하던 정씨 부부는 생활고에 허덕이다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특별연설을 통해 “한정된 국가 재정으로 무차별적 시혜를 베풀고 환심을 사려는 복지 포퓰리즘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보편적 복지’를 국가 재정을 망치는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촘촘한 복지와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한다”고 밝혔다. 보편적 복지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인식도 문제이지만, 그 이전에 “꼭 필요한 사람에게”조차 제대로 된 도움을 주고 있는지 대통령은 자문해보길 바란다.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조차 부실한 현 상황에서 복지와 민생에 쓰일 예산을 삭감․날치기하고 4대강 사업에 쏟아 부으면서 “사상최대의 복지예산” 운운 하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자화자찬을 넘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참여연대는 유명을 달리한 노부부의 영전에 삼가조의를 표하며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비롯한 사회안전망의 확립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사회안전망이 견고해야 공정사회도 친서민도 선진사회도 가능하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하길 바란다.

논평원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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