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아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세계 백신 불평등 문제로 감염병 위기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도에서는 하루 35만 명이 감염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고 사람들은 병원 문 앞에서 치료제와 산소공급을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비참한 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백신은 돈 많은 선진국 중심으로 접종이 시작되었고 제약회사와의 계약 때문에 남는 백신을 팔지도, 나눠주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집단 면역이 필요한 때입니다. 백신 특허권을 유예하고 공평한 백신 공급에 나서야 합니다.
2021. 04. 29. 목요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 코로나19 백신 특허권 유예 촉구 기자회견 <사진=무상의료운동본부>
이번 백신은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겨우 개발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대 제약기업들과 미국과 유럽 등 부유국 정부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만들어 낸 지적재산권과 특허제도라는 배타적 독점권을 이용해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얻고 있는 대신 가난한 나라들은 하루 수 십만 명이 감염되고 사망하는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세계는 더욱 불평등해지고 있지만, 초기에 공평한 백신 사용을 약속했던 부유한 국가들은 자국 우선주의 행태를 보이며 백신 공급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와 가장 근접한 북한을 포함한 다수의 가난한 나라에서는 지금 단 한 명의 사람도 백신을 접종 받지 못하고 있으며, 부유한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2022년이 되어서야 일정량의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백신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건강 불평등은 경제 불평등에도 장기적 영향을 미쳐 부유국과 가난한 나라 간 심각한 경제 양극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불평등과 불합리를 팬데믹 상황에서라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기 위해 중저소득국가들은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의 특허 등 특정 조항을 일시적으로 유예하자는 제안(이하 ‘트립스 유예안’)을 제출하여 시급하고 긴급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백신과 같은 의료기술에 적용되는 독점권을 일시 유예함으로써 세계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신속하고 공평하게 접근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된 것입니다. 일시적이라도 트립스 유예안이 발효된다면 세계 백신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총동원하여 전체 백신 생산량을 늘리고, 인류애를 통한 신속하고 공평한 백신 배분의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지난 4월 5일 장혜영 의원 등 14명의 국회의원이 트립스 유예안에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도 지지하여 국제사회의 요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였습니다. 이미 트립스 유예안은 WTO 회원국 ⅔ 이상과 국제기구, 전 세계 수백 개의 풀뿌리 시민사회단체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0명의 영국의회 의원, 342명의 유럽의회 의원과 유럽연합 회원국 의회의원이 지지하였습니다. 미국에서도 버니샌더스 상원의원 등 60여명 민주당 의원들이 바이든 행정부에 트립스 유예안 지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정부는 여러 국제회의에서 백신의 공평한 접근을 지지한다고 발언했지만 트립스 협정 유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는 5월 5일과 6일 양일간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를 앞두고, 국회가 이 결의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한국정부가 전 지구적 연대와 협력의 자세로 트립스 유예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주요내용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지적재산권 침해물품의 국제거래를 엄격히 금지하여 지적재산의 독점적 지위와 이윤을 철저히 보호하는데에만 치중하는 트립스 협정이 저개발·저소득 국가들이 자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살리기 위한 의약품에 대한 보편적 접근까지 과도하게 막는다는 한계를 이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극명하게 노출했다고 설명하며, 변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지금 우리 시대의 절대 명제라 지적하였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특허권을 유예하자는 제안때문에 미국과 영국에서는 주요 제약사들이 유예안를 막기 위한 로비가 판을 치고 있다고 하며, 자본의 논리 앞에서 이윤과 생명이 맞바꾸어지는 반 인륜적 비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트립스 유예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하며, 정부도 말로만 백신이 전인류의 공공재라고 선언할 것이 아니라 WTO에서 트립스 협정 유예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정의당이 국회와 정부, 나아가 WTO에서 유예안이 관철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김선 시민건강연구소 건강정책연구센터장은 “현재의 백신 부족과 접종 지연, 그로 인한 추가적인 코로나19 확진과 사망은, 특허 독점권을 포기하지 않는 제약산업과 그를 비호하는 일부 고소득국가들이 만들어 낸, 피할 수 있었던, 인위적인 재난” 이라며, “죽도록 내버려 둬도 좋은 생명은 없으며, 인도주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도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의료진조차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동안, 이스라엘은 ‘세계 첫 인구집단 면역’을 선언하고, 미국은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인도는 최근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대유행과 자국민 우선접종을 위한 백신 수출 중단으로 코백스(COVAX)를 포함해 전 세계 백신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고,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세계 최대 백신 제조업체인 인도 제약사도 SK바이오사이언스도 미국의 원재료 수출 중단으로 백신의 생산일정에도 차질을 야기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한국 정부가 발표한 백신 추가 확보로 전체 인구의 1.9배,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접종목표 3,600만명의 2.75배에 해당한 백신을 확보했다고 하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의미없는 추가계약을 하지 말라고 했던 권고와 상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허권 일시 유예안은 백신 생산에 관련된 특허 독점권을 일시중단하고,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해, 전 세계 백신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자는 제안이라 설명했습니다. 세계무역기구에서 특허권 일시 유예안이 처음 제안된 것이 작년 10월 초이며, 현재의 백신 부족과 접종 지연, 그로 인한 추가적인 코로나19 확진과 사망은, 특허 독점권을 포기하지 않는 제약산업과 그를 비호하는 일부 고소득국가들이 만들어 낸, 피할 수 있었던, 인위적인 재난이라 주장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국제사회는 특허권 일시 유예안을 통과시켜야 하며, 한국 정부와 국회도 뒷북치지 말고 특허권 일시 유예안에 찬성의견을 분명하게 밝혀라고 요구했습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금의 판데믹이라는 감염병 확산 위험은 인류가 함께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인류의 실패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이 그 어떤 백신과 치료제도 공급받지 못해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인류의 죄악이라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라면 공적자금으로 개발된 백신이 지적재산권이라는 장벽, 주요 국가들의 자국 중심주의, 제약사들의 이윤추구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접근이 원천 차단되거나 수급이 부족한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WHO총회와 유엔 총회에서 “백신과 치료제는 인류를 위한 공공재”임을 강조하며 전세계 공평한 보급이 필요하다 역설할 때 우리는 한국의 국격과 국제적 역할을 확인하고 환영한 바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물론 국회도 말에 그치지 말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였습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부유국들이 특허권 유예가 새로운 혁신이 저해할 수 있고, 특허권을 수용하는 강제실시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백신개발은 특허권이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12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덕분에 인기없는 백신 분야에 70개 회사들이 개발에 뛰어들었음을 설명하며, 오히려 제약사들은 팬데믹 상황에 금융시장과 판매금액을 각각 수십조의 이익을 챙겨가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특허를 강제수용하는 강제실시의 경우 수입과 수출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백신 생산시설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허권 유예 제안은 백신이 없어서 감염병위험에 놓여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문제에 비롯된 현실적인 제안이라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국회가 이번 유예안에 지지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김흥수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성위원장은 백신 접종의 4분의 3 이상은 전 세계 GDP의 60%를 차지하는 고소득 10개국에서만 이뤄지고 있으며, 고소득 국가의 경우 4명 중 1명이 백신을 접종한 반면 선진국이 아닌 경우 그 수는 500명당 1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부유한 나라 정부들은 트립스 유예가 아닌 기존의 강제실시권과 코백스 퍼실리티 제도를 통해 백신 불평등은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과 같이 백신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거대 제약사들이 생산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립스 유예를 통해 백신 및 치료제 기술과 노하우가 공유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백신 공급량은 확대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무역기구에서 트립스 유예안이 합의되지 않는 사이, 수십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 얀센,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다국적 제약사들은 백신 특허권으로 발생한 이익으로 작년 한 해만 주주 배당금으로 약 260억 달러를 지급했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코로나19 보건위기는 일국에서 백신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백신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자본력을 동원한 선진국들의 사재기가 진행됨에 따라 악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백신 제국주의’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돈이 아닌 인간중심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은 인권이며, 평등한 백신 접종권 보장을 위한 트립스 유예안 합의는 인간중심 회복으로 나아가는 시작이라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회는 시민들의 건강권을 담보로 한 백신정치를 중단하고, 보편적 인권으로서 한국 시민 나아가 세계 시민들의 백신 접종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선진국 눈치를 보지 말고, 트립스 유예안 지지 결의안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조은 정보공유연대 운영위원은 팬데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몇몇 부유국들이 자국 우선을 내세우며 백신분배라는 과제에 우리 세계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목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오늘날 특허제도는 소수 제약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치중되어 있어 공정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기술을 가진 강대국들이 ‘특허권’을 요구할수록, 기술 혁신의 비용은 높아지고 가난한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은 꼭 필요한 의약품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는 현실을 꼬집으며 의약품 특허의 효과와 결과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고 지적 하였습니다.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하고 도하선언을 이끌어낸지 20년이 지난 지금, 팬데믹 상황에 우리는 의료기술 독점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모두가 혜택을 누릴수 있는 지식연구개발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WTO 일반이사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이번 특허권 면제안에 반드시 지지를 표명해야 하며 모두가 평등하게 의료자원을 누릴 수 있도록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 개요
제목 :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접근만이 모두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
일시 및 장소 : 2021. 04. 29.(목) 10:00 / 국회정문 앞
주최 :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운수노조, 사회진보연대, 시민건강연구소,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정보공유연대 IPLEFT, 지식연구소 공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3.0, 참여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민중건강운동
사 회 :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발언1 :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발언2 : 김선 (시민건강연구소 건강정책연구센터장/ 민중건강운동 동남아시아태평양 코디네이터)
발언3 :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발언4 :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
발언5 : 김흥수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공공성위원장)
발언6 : 김조은 (정보공유연대 운영위원)
기자회견문 낭독 : 전진한(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박민숙(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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