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의료민영화 법안 전면 폐기해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중인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8132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1.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안 제34조) : 반대

원격진료는 아무리 첨단기술이 발달하였다고는 하나 대면진료와 달리 촉진·청진 등 진찰에 제약이 따르므로 근본적으로 대면진료에 비하여 의료의 질이 떨어짐. 그러므로 원격진료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료인간의 의료지식이나 기술지원을 넘어 의료인-환자간의 직접진료로까지 확대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음.

설사 원격진료가 도서, 산간벽지 등 의료취약지에 한하여 보완적으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연구에 따르면 의료취약계층의 인권침해의 문제(낮은 의료서비스의 질, 시험적용이라는 느낌 등)가 존재함. 따라서 원격진료는 시행하더라도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도로 시행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원격진료가 필요 없을 만큼의 충분한 진료 인프라 구축이 올바른 방향임.

걸어서 수 분 거리에 병·의원이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별도로 고가의 원격의료장비를 갖추고, 장비를 운용하는 의료인이 상주해야만 하는 원격진료는 대면진료보다 비용대비 효과성도 떨어짐.

일부에서 주장하는 원격진료를 통한 일부대형병원의 환자쏠림 방지효과 또한 현실을 호도하는 것임. 즉, 일부 대형병원의 유명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지금도 몇 개월씩 대기하고 겨우 3~5분의 진료를 받는 게 고작인데 과연 원격진료를 허용한다고 해서 환자쏠림을 방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임.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인 상황에서 환자들이 구태여 의료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원격진료를 선호할 이유가 없으며 대형병원과 유명전문의의 입장에서도 대면 진료보다 오히려 진찰시간이 더 긴 원격진료를 선호할 이유가 없음.

오히려 원격진료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면 일부대형병원과의 ‘원격진료 지정센터’ 등의 광고효과를 노리는 지역병의원 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의료의 질이나 접근도 향상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의료비 상승 기전으로만 작동할 것임.

전반적으로 정부의 원격의료 전면허용은 국민의 의료서비스 질 제고, 접근도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제기되었다기보다 대형병원과 대기업 중심의 산업육성 특혜정책을 환자들의 의료접근성 강화라는 내용으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함. 


2.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 등(안 제49조) : 반대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을 통한 무분별한 영리추구를 금지하기 위하여 의료법 제49조, 동법 시행령 20조 및 시행규칙 제60조에서는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동법 시행령 제20조에서는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을 포함한 의료업을 수행함에 있어 영리를 추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 이는 의료법인에 대해 세제지원 등 국가, 사회적 혜택을 지원하고, 사회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였기 때문임.

개정안 제49조 1항 7호에서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으로 “다른 의료기관의 경영을 지원하기 위하여 의료기관의 구매, 재무, 직원교육, 임금체계ㆍ후생관리 및 경영진단ㆍ평가를 수행하는 사업”을 신설하였는데, 이는 경영지원형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임. 비영리 법인 병원은 그 수익을 외부로 유출할 수 없으나 MSO를 허용하게 되면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수익을 이월할 수 있는 법적장치가 보장되는 셈임. 이것은 병원의 무분별한 영리추구행위를 허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만 가중시킬 것임.

그러므로 MSO를 부대사업으로 허용하는 안은 폐기되어야 하며, 최소한 경영적 도움을 받기위한 목적으로 MSO를 허용해야만 한다면 그 전제조건으로 MSO의 수익을 사적으로 분배하지 못하도록 하고, 무분별한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함. 미국만 하더라도 비영리법인의 MSO는 사업의 이익을 100% 병원으로 되돌리도록 규정하고 있고, MSO의 사적 이익분배를 허용하지 않고 있음.


3. 의료법인 합병절차 마련(안 제51조) : 반대

현재까지는 의료법인이 파산할 경우 청산하고 남은 재산을 국고로 귀속함. 그러나 의료법인의 합병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인을 국가, 사회적 자산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사적, 영리적 소유물로 이해하는 방식임. 이는 의료법인 병원에 대한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음.

따라서 의료법인 간 합병은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파산할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대안임. 이를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의료이용을 보장해야 함.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의 등장이 소상인과 구멍가게의 몰락을 가져왔듯이, 대자본에 의한 의료법인의 합병은 소형병원의 몰락을 가져올 것임. 이는 종국에는 의료의 접근성 저하 및 병원의 대형화로 인한 수가인상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 보장성 약화로 이어질 것임.

또한 의료법인 합병허용은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가속화시키고, 불법 파산과 지역거점병원의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는 임의 폐쇄로 인한 의료소외 지역의 발생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임.

결론적으로 이번 의료법개정안 중 위에 열거한 조문들은 의료부문의 공공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사유화와 영리화를 가속화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임. 이러한 조치들은 의료비의 상승과 이에 따른 재정부담 증가 및 의료소외 지역의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면적인 제고가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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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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