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보건복지부 2017년 업무보고에 대한 논평

보건복지부 2017년 업무보고에 대한 논평

보건복지부는 보건산업부가 아니다.

원격의료, 빅데이터, 줄기세포류 치료제 지원은 박근혜-최순실표 창조경제의 재탕이다.

노동자들에게 보험료 부담 떠넘기는 부과체계 개편이 아니라 국고지원 확대와 건강보험흑자 20조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어제(2017년 1월 9일) 보건복지부가 2017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탄핵받은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4년간 추진했던 각종 의료 민영화·영리화 정책을 전면 철회하거나 보류하는 것이 온당했다. 또한 국민들의 보건, 복지 전반에 대한 제대로 된 1년 계획을 내놓았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올해 국정기조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과 최순실표 ‘창조경제’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작년 기재부가 벌인 건강보험 국고지원 축소 만행과 막대한 건강보험 흑자를 국민 의료비 절감에 어떻게 쓸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이런 수준이라면 사실상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보건산업부로 부르는 게 나을 정도다.

 

무엇보다 작년 연두 업무계획은 모조리 노골적 의료 산업화로 잡아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전철 때문인지, 이번에는 의료 산업화 과제를 복지 과제로 둔갑시켜서 포장하고 있다. 개인정보인 빅데이터산업 활성화를 ‘IT기반 복지사각지대 발굴’이니 ‘첨단 의료’에 포함시키고, 줄기세포류 첨단재생의료 규제완화는 ‘고령화, 신종전염병’ 대응으로 포장했다. 또한 ‘흡연율 감소’ 및 ‘취약지 ICT 의료 확대’로 원격의료 추진을 포함시켰다. 물론 노골적인 의료 산업화 정책도 있다. ‘의료기기산업특별법’ ‘정밀의료지원센터’ 등은 여전히 의료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저급한 생각의 민낯을 드러내 보건복지부를 기획재정부나 산업자원부로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의료 산업화 과제들을 꼼꼼히 챙기면서도, 실제 보건복지부의 주 업무인 복지 확대 및 의료비 절감책 등은 외면했다는 점이다. 우선 박근혜 정부 4년을 거치면서 사상 유례 없는 20조 원 이상의 건강보험 흑자를 두고도 어떠한 사용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또한 이 흑자를 핑계로 작년 건강보험의 국고지원액이 전년대비 2,211억이나 삭감되는 데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그나마 밝힌 보장성 강화안도 기존의 선별적 수준으로 고작 9만 명(뇌성마비 7만 명, 뇌전증 2만 명 등)정도만 혜택을 보는 것으로 생색내기용으로도 턱없는 숫자이다. 결국 지난 4년처럼,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줄여나가고 건강보험 혜택은 상대적 축소를 획책하며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은 증대하겠다는 긴축정책을 여전히 강화하겠다고 계획한 셈이다.

 

또한 필수의료 확충 및 취약지 의료인력 지원이란 명분을 언급하면서도 당장 실행 가능한 공공병원 확충과 국공립대학의 국가 장학생은 외면했다. 도리어 고작 취약지 소아청소년과 1개소, 분만 취약지 산부인과 2개소 개설이 유일한 공공의료 확대 계획이고, 당장 국립대 의과대학, 간호대학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양성 가능한 국가 장학생이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가 불분명하고 친박 정치인(이정현 새누리당 전대표)의 지역공약에 지나지 않는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에서, 최순실-박근혜 딸랑이 부처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계획이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사태를 겪고도 공공의료 확대에는 전혀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

 

지금 보건복지부는 장, 차관이 모두 박근혜-최순실 의료게이트 관련으로 적폐 청산 대상에 올라 있다. 또한 메르스 사태 책임을 물어 감사원이 요구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징계를 작년 12월 26일까지 무려 1년간이나 유보하는 등 삼성에 대한 특혜와 봐주기를 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여기에 각종 청와대 불법시술 논란, 줄기세포 관리 등등 박근혜 정부 부패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것이 보건복지부다. 지난 4년간의 박근혜 정부 적폐의 중요한 축이 보건의료 부문의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의료 돈벌이 계획이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퇴출되는 이 시점에도 이런 부패게이트 및 적폐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는 2017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은 국민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보건복지부는 차기 정부까지 아무것도 하지마라, 그것이 더 국민 복지와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위로 보인다.

 

2017년 1월 11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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