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복지국가 2009-07-01   1501

[복지학교 후기①]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인간의 심장은 뜨겁다. 하지만 금방 그 열기가 식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희망복지학교 첫날,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란 인권영화를 한편 접하게 되었다.
용산학살로도 불리어지는 용산참사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었다. 성장일변도의 개발정책에 저항하다 무참히 목숨을 잃은 우리 사회에 힘없는 약자들의 이야기. 보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경험한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용산에 재개발이 시행되게 되었고 원래 살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보상금만 손에 쥔 채 쫓겨나게 되버린 것이다. 이에 국가 공권력과 자본을 상대로 저항하던 이들은 망루에 올라가 살길 좀 만들어 달라고 소리친 죄로 정부의 폭력진압에 직면케 되고 종국에는 화재사고로 번지며 목숨을 잃게 된 안타까운 이야기다.


영상 속에서 내가 알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이 땅에 없었다. ‘왜?’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국민들을 그렇게 폭력적으로 내쫒아 가며 재개발이란 것을 해야만 하는가? 이는 개발과 성장이란 귀신에 눈이 먼 정부와 이를 이용하는 자본가들의 욕심때문일 것이란 결론밖에 내려지지 않았다.

애초에 이 나라에 개발과 성장이란 개념부터가 잘못 정의되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리라 생각한다. 무엇을 위한 개발과 성장인지 지나가는 아무나 한명만 붙잡고 물어봐도 국민, 혹은 사람이란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 성장과 개발엔 사람이 없다. 더 자세히 말하면 돈 없는 사람은 성장과 개발이란 담론에서 고려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는 국가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없애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다원화 된 사회의 여러 가지 담론들을 조정하고 조화시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 아닌가? 우리는 그러라고 우리의 힘을 위임시켜 준 것이고…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소수의 ‘있는’ 사람들의 권익을 대변해주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어 안타깝다. 한 나라 안에서 또 다른 나라가 존재하는 것을 느끼며 살게끔 하는 것이다.


 
용산참사가 벌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적절치 못한 공권력 투입과 무리한 진압 등에 분노하며 분연히 일어서는 듯 했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 봄, 여름이 오기까지 아무것도 해결 된 것이 없다. 인간의 심장은 뜨겁다. 하지만 금방 그 열기가 식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눈 속임용으로 경찰 청장이 바뀌긴 했으나, 공권력의 태도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이 그야말로 개죽음을 당했는데, 그 돌아가신 분들에게 정부여당은 폭도라는 말로 또 한번 흠집을 냈고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이념 공방도 좋고, 정책에 있어 방향성이 다를 수 있다.

그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것은 다원화된 사회의 산물이므로 이해하고 넘어가자고 치자. 그래도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기본적 가치라는 것이 있는 것 아닌가? 국민의 생명보다 더 우선하는 정치적 가치가 도대체 무엇인가?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미안하다라는 진심된 사과 하나가 없을 수 있는가? 목에 깁스라도 한 듯 시종일관 목 뻣뻣한 태도로 일관하는 국가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으며, 기대해야 하는가?


인간의 심장은 뜨겁다. 하지만 금방 그 열기가 식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임병호(한신대 4학년, 2기 복지학교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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