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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복지국가
  • 2011.07.13
  • 1653
  • 첨부 2
오마이 뉴스,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여성단체엽합, 전교조,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공동기획

 

'비루한' 서른둘...나도 '목숨'을 내놓아야 하나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청년③] 학원강사에 마루타 알바...실존과 생존 사이

 

복지는 공짜다? 보수진영이 유포한 논리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꼴지 복지'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복지는 공짜가 아닙니다. <오마이뉴스>는 총 8부로 나눠 한국의 복지 상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 기획에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여성단체연합, 전교조, 참여연대, 청년유니온(가나다 순) 등 6개 단체가 함께 합니다. 자신의 사례를 기사로 올려주시거나, 댓글을 달아주시면 편집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나는 모대학의 철학과를 졸업하고 3년째 학원 파트강사를 하며 전전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사회에서 국사를 거쳐 논술까지, 가르치는 대상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무난하게 중고딩을 지나 놀랍게도 22살의 사수생까지다. 거친 학원만 여섯 곳, 경기도 성남에서 서울 찍고 인천까지···. 그렇게 돈만 주면,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나는 했다. 물론 지금 내가 파트강사에 머물고 있다고, 나도 EBS 나오는 스타강사 한 번 되고 싶다고, 징징대려는 건 아니다. 아니, 그 반대의 얘기를 하려 한다.

 

내 소원은 이 지긋지긋한 학원을 떠나는 것이다. (도대체 이놈의 학원, 초등학교 6학년인 13살 때부터 다녔으니 32살인 지금까지면 군대 2년 빼고 18년이나 다닌 거다! 18년!) 그럼 떠나면 되는 거 아닌가?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데는 당신이 마음을 조금 열어줘야 겨우 수긍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내 꿈은, 아니 그런 추상적인 얘기 말고, 그냥 내가 하고픈 일은, 글을 쓰는 거다. 그래서 첫 직장은 모 방송국의 취재기자였다. 하지만 권위적인 조직문화에 질려서, 내 시간을 갖고 글을 쓸 수 없어서 반년 만에 관뒀다.

 

그리고 살기 위해 찾은 곳이 학원이다. 학원은 물론 글쓰기와 관련이 전혀 없는 곳이다. (그건 논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곳은 주 2~3일 정도씩 파트강사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주 2~3일을 일하면 요즘 젊은이들의 표준임금이라는 88만 원 정도의 금액을 벌 수 있다. 나는 3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2~3일을 학원에서 일하고 남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했다. 혼자서 글을 쓰고, 매체에 글도 보내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인터넷교육 사이트에서 철학 동영상 강의도 듣고, 중간 중간 잉여롭게 사색에 잠기기도 하며.

 

물론 입시경쟁교육의 피해자가 입시경쟁교육의 가해자가 되었다는 자괴감내지는 도덕적 열등감을 크게 느꼈지만, 그건 글을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서 글을 써 먹고 살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이렇게 조금만, 조금만 버티면 되는 거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유폐된 이곳에서 마주한 잔인한 진실
 
하지만 '결혼 안 한다', '돈 안 모은다'는 부모님 성화를 이기지 못해 32살의 늙은 나이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뛰쳐나오고, 지금 난 잔인한 진실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겪어내고 있다. 그동안 월 80여만 원씩 벌어 모은 돈으로 겨우 보증금 500만 원짜리 골방을 하나 얻었지만, 월세 45만 원과 각종 공과금은, 끼니마다 먹어야 하는 쌀밥과 반찬은 월 80여만 원으로는 절대 해결 불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중학생들에게 주2회 사회를 가르치며 받는 68만 원으로 도저히 생활이 안 돼, 최근 급한 맘에 논술 첨삭 알바를 하나 물었다. 또 서울대병원 기관지연구팀에서 두 달에 한 번씩 불려가 실험용 검사를 받는(피와 가래 등을 제공한다), 일명 마루타 알바도 구했다. 운이 좋아 글 쓸 지면도 하나 받아, 한 달에 한 번씩 꿈에 그리던 원고료도 받는다. 하지만 이걸 다 합쳐도 여전히 내 월수입은 88만 원 안팎이다.
 
요사이 나는 반찬 살 돈조차 없는 궁핍한 상태에 빠져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리 나흘 동안 맨밥을 고추장에 비벼 먹어야 했다. 세끼를 다 먹으면 토할 것 같아서 아점과 저녁만 먹었다. 그 며칠 사이 밥을 조금 먹어서인지 맘고생 때문인지, 안 그래도 없는 살에서 3kg 정도가 더 빠졌다(물론 돈이 없는 게 좋은 점도 있어,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담배 같은 건 자동으로 끊게 됐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집을 나와 얻은 가벼운 병들, 그러니까 아토피와 결막염과 치통 따위의 잔병들을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막염은 한 달 정도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끼는 것으로 대충 자가 치료했고, 치통도 내버려뒀더니 어느 정도 좋아졌는데, 이놈의 아토피는 어느새 몸통의 앞판을 가득 채우는 거로 모자라 옆구리를 타고 뒤판으로 전이하고 있다. 아마 매일 라면이나 햄 등의 싸고 간단한 음식을 먹어서 생긴 병 같은데, 이건 한 달이 흐르고 두 달이 지나는 사이, 더 심해지기만 할 뿐 당최 나아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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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냉장고 안. 설정이 아니다. 소주, 고추장, 당근, 파프리카가 전부다.

 

설마 여기까지 얘기했는데, 병원을 왜 안 가고 병을 키우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진 않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그 정도면 부모님 도움을 받지 그러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맞는 얘기다. 우리 아버지는 현역 공무원에 딴 건 몰라도 검소함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실 분. 그럼에도 집에 손을 벌릴 수 없는 건, 그분들께 손을 내미는 순간, 내가 이 엄혹한 사회에서, 이 비루한 일상에서, 유일하게 약간의 자부심과 성취감 따위를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한단 걸 알기 때문이다.
 

죽음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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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생파탄 이명박 정권 심판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문구를 우산에 붙이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보통 청년들은 자기 실존을 포기할 것인가 자기 생존을 포기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이건 삶과 죽음의 기로 따위가 아니다. 죽음과 죽음의 기로인 것이다. 요 며칠 고추장에 밥 비벼 먹으며 '남는 밥과 김치가 있으면 달라'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세상을 뜬 시나리오작가 고(故) 최고은 씨에 대해 생각했다.

 
나보다 나이가 딱 한 살 더 많던 그녀는 실존을 포기하지 못해 생존을 헌납했다. 나는 지금 실존도 생존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하고 우물대고만 있다(그 사이 아프고 못 먹어 약해지고 있다). 나도 일 년, 아니 약 반년 뒤에 그녀처럼 될까?

 
물론 나는 학교와 군대에서 숱하게 폭력을 겪으며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일찍부터 깨달은 못난 인간이다. 해서, 아마도 '진짜' 목숨보다는 '실질적인' 목숨을 포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치만 그 뒤의 삶은, 분명 살아있다 말하기 힘든 것일 게다.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하지 못하는 삶을, 입시경쟁교육의 피해자가 완연한 가해자가 되어 주5일 학원을 들락날락하는 생활을, 차마 살아있다 할 순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청년 복지는 딱 한 가지다. 청년들을 살려라! 자기재능 버리고 토익 책이나 붙잡고 있게 하지 마라. 자기재능 용기 있게 부여잡은 이들이 '남는 밥과 김치 좀 달라'는 구걸을 남기고 죽어버리게 하지 마라.

 
다 큰 성인인 그들에게 최소한의 주거공간을, 돈 없어도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보건 권리를, 그리고 가난해서 꿈꿀 수도 없단 말 못하게 기본소득을, 줘라. 돈 없어서 안 된다고? 4대강 죽이는 돈으로 강도 살리고 청년들도 살리면 되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영훈은 청년유니온 회원입니다.

 

오마이이뉴스 원문기사 보기(201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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