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22-02-14   581

[사회보장 분야 대선과제 시리즈 칼럼⑦] 코로나19의 시대, 불안한 노동을 구하라

[사회보장 분야 대선과제 시리즈 칼럼⑦] 노동위기 극복 정책

코로나19의 시대, 불안한 노동을 구하라

 

김성욱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감염병 위기 속에서 소득보장, 공공의료, 돌봄의 국가책임 등 사회보장 강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눈앞에 다가온 대선, 시민들이 감염병 위기 속에서도 정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대선후보들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를 희망합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시리즈 기고를 통해 이번 대선 꼭 제시되어야 할 사회보장 정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일곱 번째 주제는 ‘노동위기 극복 정책’입니다. [기자말]

 

자본의 시대를 살아가며 노동에 관심 갖게 되는 가장 원초적 이유는 아마 그것이 나와 내 가족의 생존, 소위 ‘먹고사니즘’과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생물학적 재난의 장기화에 따른 노동위기가 심상치 않다. 잊을만하면 다시 찾아오는 생존의 위기다. 고용상 위기는 고스란히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졌지만 소득효과는 계층별로 상이했다. 통계청의 2021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소득 1분위 가구(하위 20%)의 적자비율(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큰 가구비율)은 약 30%에 달했다. 소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최고 소득계층을 제외한 전 소득계층에서 감소했으나, 저소득가구일수록 감소폭이 크고 1분위만 유일하게 평균소비성향 100%가 넘었다. 세금을 제하더라도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특고․프리랜서 생활안정지원, 영세사업자 무급휴직자 고용안정지원, 긴급고용안정지원,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등의 고용안전망 확충을 발표했다. 그 어느 정부보다 적극적인 고용보호 조치들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이전 정부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정책들이긴 하다. 문제는 일시적 불황으로 휴직이나 휴업․해고되는 고용보험 가입자의 경우 소규모 지원이나마 받을 수 있지만, 고용보험 상 고용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파견․용역․사내하청 노동자나 고용보험 미가입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및 자영업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50인 이상 사업장의 무급휴직자는 말 그대로 소득이 제로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비정규직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나 특수고용․프리랜서․일용직․영세자영업자 간 소득불평등은 재난 이후 더욱 확산하고 있다. 

 

20211118_노동자 생계불안 부추기는 고용보험법 정부 개정안 철회하라!

2021.11.18(목) 오전 9시, 재난시기 고용보험 보장성을 약화하는 정부 규탄 긴급기자회견 (출처=참여연대)

 

다만 최근 우리나라 노동정책사에 의미 있는 두 가지 정책이 등장했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전국민고용보험과 5월 마지막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올해 1월 본격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소위 한국형 실업부조)가 그것이다. 취업자 전원을 고용보험에 적용하되,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계층 등에 대해서는 실업부조로 보호한다는 일종의 노동 및 소득보장 로드맵인 것이다. 그러나 전국민 고용보험은 로드맵 발표 이후 시기, 대상, 수준, 조건, 재원 등 구체적 방안이 잠시 논의되다 멈춘 상태이고 이재명, 심상정 두 대선 후보들의 긍정적 인식 정도가 확인되는 수준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낮은 수준의 보장에 비해 높은 수준의 노동의무, 지나치게 엄격한 자산조사 등 위기대응의 실효성이 의문시되면서 기존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의 소극적 확대 버전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함께 벌써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형국이다. 관계기관의 주민등록 등초본 등 정보협조 의무까지 상세히 적시된 데 비해, 정작 제도의 핵심인 취업지원서비스 제공 주체와 방식, 예산 부수 사항인 직업상담사 인력보강 및 처우개선, 심지어 부칙 내 타법률 개정 등 기초적인 조항마저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경험이 있는 저소득 구직자와 일부 폐자영업자, 취업 이력이 없는 청년, 장기 경력단절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비정규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 등 상당수의 저임금․불안정노동계층이 법적 보호 대상에서 배제되었다. 급여가 낮고 취업지원이 목적인 제도적 특성상 소득안정의 기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랜 기간 예산낭비와 무리한 실적주의가 비판받아 온 취업지원 및 연계의 민간위탁 문제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상과 기능이 중복되는 기존 근로장려금이나 자활지원사업과의 관련성도 모호하다. 그리고 제도가 너무 복잡하다.

 

이번 코로나19의 위기가 끝나면 노동의 위기도 종식될까? 안타깝게도 1980년대 이후 달성한 세계 최고 수준의 공장자동화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경제위기로 가공할 노동의 위기를 경험해 온 우리는, 다시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장은 이미 발 빠르게 기존 행정언어로는 규정하기 힘든 플랫폼 형태의 노동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데이터 기반 자동화 설비의 확산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 시장, 그리고 대선 후보들 누구도 현 시기 노동위기의 해법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는 수차례의 위기를 통해 재난이 어려운 이에게 먼저 그리고 혹독하게 다가간다는 사실을,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위기의 규모에 상응하는 대책이 수반되어야 함을 알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여러 정책대응은 그간 경제위기 때마다 노동에만 전적으로 책임을 부과해 온 잔인하고 미숙했던 과거와 단절하고 가까운 미래에 더 크게 닥칠 위험으로부터 노동을 구할 뼈아픈 연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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