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7-05-07   556

<안국동窓> 연금개혁, 용돈연금으로 가선 안된다

4년을 끌어온 연금개혁이 정부의 무리한 밀어붙이기식 추진과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휘말려 또다시 무산됐다.

국민연금의 급여율이나 보험료에 대한 조정 없이, 당장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60%에게 8만9000원을 지급하는 기형적인 연금제도가 시행 될 판이다. 게다가 국회에서 법 처리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른 바 ‘용돈연금’ 안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합의되어, 향후의 연금논의 또한 잘못된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 우려된다. 사립학교법 재개정 합의 무산으로 비록 법안처리는 안됐지만, ‘용돈연금’안은 의석수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두 당이 합의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차후 이어질 연금개혁 논의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했던 안은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기존의 60%에서 40%로 대폭 줄이고, 기초노령연금의 급여율을 오는 2028년까지 10%가 되도록 하며, 지급대상은 전체노인의 60%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안은 당리당략에 따라 급조된 정치적 산물에 불과하며, 내용 또한 연금개혁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후 연금개혁 논의의 시발점이 되어선 안 된다.

첫째, 급여수준을 60%에서 40%로 대폭 삭감하는 것은 연금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일례로 월 200만원을 버는 사람이 내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해 20년간 보험료를 낼 경우 현행 제도 아래에선 월 18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월 57만원의 연금을 받지만, 합의안대로 하면 연금액이 43만원으로 줄어든다.

기초노령연금을 받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상당수 연금 수령자는 1인 최저생계비(43만원)도 안 되는 연금을 받게 된다.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을 하는 이유다. 수 십 년간 높은 보험료를 내고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다면 어느 누가 연금제도를 신뢰하겠는가.

둘째, 두 당의 합의안은 기초노령연금 급여율이 10%로 확대되더라도 그 대상이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60%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전체 노인을 위한 보편적인 급여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또한 전체노인의 60%에게만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받는 것이 불명예의 상징이 될 수 있으며, 60%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근거도 불명확하다. 기초노령연금이 보편적인 기초소득 보장제도가 아니라 저소득층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또 하나의 공공부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2028년에 이르면 퇴직연금제가 정착되고, 개인연금제가 활성화돼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가 구축되므로 공적연금을 줄여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퇴직연금은 일부 정규직 근로자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 제도라고 할 수 없으며, 비정규직 근로자와 자영업 종사자 증가라는 한국사회의 노동시장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개인연금 역시 본인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가입 여부와 급여수준이 결정되는 사적연금에 불과하다.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의 근간은 국가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공적연금제도에 있다.

전체 노령인구의 대부분을 포괄하는 기초연금제도의 도입 없이 소득비례 부분 연금을 대폭 줄여 공적연금을 최저생계비 이하로 떨어뜨리면서 보충적 제도에 불과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활성화를 말하는 것은 노령인구 1000만 시대에 닥칠 노후빈곤 증대와 그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부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연금제도는 국가가 국민에게 적정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노후빈곤을 예방하고, 노인 부양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적부담을 완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제도의 존립 목적을 상실한 개혁은 아무 의미가 없다.

차후 연금개혁 논의가 용돈연금이 아닌 연금의 사각지대 해소와 적정수준의 노후 소득보장에서 시작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 칼럼은 5월 4일자 내일신문 오피니언란에 실린 글입니다.

변금선(사회복지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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