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7-07-04   893

<안국동窓> 눈물의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눈물의 대통령’이다. 왜냐하면 그는 “수구세력의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한 배우의 피맺힌 절규 앞에 흘렸던 민주화 세력의 눈물이 만들어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 유세장에서 흘린 그의 ‘눈물’이 이러한 국민적 염원에 대한 대답이자 다짐이라 믿었고, 결국 그 ‘눈물’이 그를 대통령으로 세웠다. 고백하건대 나도 딱 한번 그로 인해 눈물이 핑 돈 적이 있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아 죽는 국민이 있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라고 그가 공언했을 때가 바로 그때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보건의료 분야 핵심 공약이던, 건강보험 보장성 80%로 확대와 공공의료 30% 확충은 본격적으로 시작도 해보지 못한 채 임기 종료를 맞고 있다. 정부 주요 관계자조차 “보건의료 부문에 관한 한 참여정부는 한 일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참여정부는 보건의료 부문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려 놓았다.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성 외국인 병원 허용, 의료 상업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의 추진, 보건의료 분야 대규모 투기성 자본을 만들기 위한 채권발행 추진, 그리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의료를 상품화하여 마침내 ‘맹장수술비 1000만원 시대’를 열게 될 것이고, 깊어진 건강과 의료의 양극화는 많은 서민들의 눈에 눈물이 맺히게 할 것이다. 이른바 ‘미국적 가치’를 이 땅에 구현하는 것만이 우리나라의 살 길이라 믿는, 이미 ‘영혼의 고향이 미국이 되어 버린 전문가들’이 만들어 내려고 하는 ‘미국식 의료’는 미국의 서민들에게 그러하듯 우리 서민들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7월1일부터 최저생계비 이하의 극빈층에게 본인부담금을 물리고, 이용할 수 있는 병·의원을 하나로 제한하며, 가난한 이들에게 필수적인 파스에 대한 혜택 제한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의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고 있는 300만명의 차상위 계층 문제를 해결하고, 각종 비급여, 진료거부, 보증금 요구 등에 시달리고 있는 빈곤층을 보듬어 안기는커녕, 이들을 비도덕적인 이들로 매도하고 각종 서류와 전화로 가난한 이들을 위협하여 의료 이용을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강경기조는 지난 30여년간 가난한 이들을 똑같은 국민으로 품어 안으려던 의료급여 정책의 원칙을 포기하는 일이기에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다. 더욱이 100곳이 넘는 국내 거의 모든 인권단체와 빈민단체들이 반대성명을 내고 국가인권위원회마저 ‘차별적’이라는 의견을 냈음에도 강행을 고집한다는 점에선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말하건대 지금 정부가 강행하려는 의료급여 정책은 ‘낭비도 줄이지 못하면서 가난한 이들을 아프게만 하는 정책’이다. 더욱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속에 마지막 ‘건강안전망’마저 훼손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정책의 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낸 의견대로 충분한 검토와 합리적 절차를 통해 진정 의료급여 제도가 취약계층의 건강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재설계하여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니 이 시점에서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아 죽는 국민이 있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라던 그 호기에 찬 약속을 지켜 달라. 그러지 않는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화세력의 간절한 ‘염원의 눈물’에서 시작하여 가난한 이들의 ‘고통의 눈물’로 끝을 맺은 ‘눈물의 대통령’으로 오랫동안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 이 칼럼은 한겨레 7월 3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신영전 (한양대 교수,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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