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3-01-02   1254

[기고] 여러분, 애쓰셨어요

여러분, 애쓰셨어요

 

세대로 쪼개져 서로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선자는 부디 노동자·전교조·장애인 등을 배척하지 말고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기 바란다.

 

잿빛 하늘을 바라보며 집을 나서는 마음들이 허하시지요? 하늘을, 강물을 응시하는 시선들이 텅 비어 있네요. 추운 바람에 몸도 마음도 더욱 시립니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지요,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애쓰셨습니다.

 

이 선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지켜보고, 함께 변화를 위해 노력한 것은 참 잘한 일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가 거꾸로 가지 않도록, 민주주의가 퇴행하지 않도록 지켜내고자 하는 염원들이 모이고 모여 점점 커져가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셨을 겁니다. 언론을 권력에 줄서게 만들고, 노동자 대통령 후보를 공권력이 함부로 대하는 시대, 집권자가 국가를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동원하고 이용하는 시대를 끝내고자 하는 바람이었지요.

 

투표 못 하신 분들도 애쓰셨어요. 일터에 나가느라, 아픈 아이 때문에 등등 여러 이유로 여력이 없으셨을 겁니다. 얼마나 안타까운 마음이었겠어요. 한 시대의 강을 건너는 게 그리 녹록한 일이겠습니다. 투표를 했든 안 했든, 모두들 부조리가 가득한 한국 사회를 살아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투표 안 하신 분들도 애쓰셨어요. 어느 한쪽을 응원하지 않았더라도 한국 사회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우려의 마음으로 이번 선거를 지켜보셨겠지요. 혹여 관심이 없으셨다고 하더라도 전적으로 어느 한 사람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민들이 사회의 일에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더 요구했어야 하지요. 대통령 후보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토론에 나서도록 만들지 못하고,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도 언론의 책임, 제도를 만드는 자들의 책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대로, 성별로 쪼개져서 서로를 비난할 필요는 없답니다.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시대에 죄를 지은 사람은 없습니다.

 

열심히 하셨어요. 여러분은 타인에 대한 애정으로 분노하고 연대하실 수 있는 분들입니다. 지금은 분노하고, 원망하고, 답답해하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얼마간은 화를 내고, 술을 마시고, 누군가를 욕하고, 동굴 속에 침잠하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다독이면서 함께하시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잘 알 테니까요. 무엇이 되었든 우리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해요.

 

우리가 지켜야 할 사람들,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사람들, 지금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고 견뎌야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답니다. 그게 사실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지요. 경쟁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어쩌면 더 엄혹한 세월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를 우리 자신을 지켜야지요. 힘든 세월을 함께 견디고, 서로가 서로를 지켜야 하는 것은 어느 후보를 지지하셨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더 엄혹한 세월, 서로를 지켜야

새 대통령 당선자께는 축하를 보냅니다. 저는 당선자가 속한 정당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유신 세력과 5공 세력, 그리고 엘리트로 거듭난 그들의 후손이 경제적 부와 함께 정치권력까지 대물림하려는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당선자께서 복지를 통해 빈곤과 계층의 대물림의 고리를 끊겠다고 했을 때 그 진정성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의심은 의심에 그치겠지요? 빈곤의 대물림 고리를 끊고 교육 평등, 노동시장 평등을 이룩해서 중산층 70% 복원이라는 약속을 지켜주길 바랍니다.

 

저는 토론에서 당선자가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같이 가는 것이라고 얘기할 때, ‘지난 5년 동안 뭘 준비했는지 도대체 모르겠네’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꾸준히 경제민주화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 사회 미래 패러다임의 변화를 준비하신 것이길 바랍니다.

 

저는 토론 도중 당선자께서 전교조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 불온세력이라 말씀하실 때도 당선자가 말씀하시는 사회통합은 어쩌면 철저한 배제, 혹은 숙청과 함께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하는 의구심을 가져보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뒤로는 숙청하고, 보복하고, 앞에서만 통합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색깔이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며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들도록 노력하시리라 기대합니다. 시대 교체를 하신다고 하셨지요? 좋은 말입니다. 부디 철탑에 올라가 있는 노동자들, 전교조 선생님들, 장애인들, 배척하지 마시고 새로운 시대 함께 여시길 바랍니다. 온 세상에 내리는 눈처럼 그렇게.

 

주은선ㅣ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 본 기고문은 시사인 276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 보러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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