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대선, 시민이 요구하는 돌봄 정책 제안
우리나라는 가속화되는 저출산과 고령화, 가족구조 변화 등 사회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아동·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돌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이후 돌봄 공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돌봄 시설이 모두 문을 닫아 노인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에서는 코호트 격리로 집단 감염, 사망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동 돌봄 시설 또한 줄어들어 긴급돌봄과 가정내 돌봄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부분 민간주도로 이루어졌던 돌봄서비스가 감염병 상황을 거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돌봄의 사각지대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돌봄서비스를 민간에 맡겨두고, 제대로 된 돌봄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연령, 장애, 질병 등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모든 시민은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평등끝장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이하 불평등끝장넷)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돌봄을 제공받고, 인권이 존중받는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돌봄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20대 대선 후보들에게 제대로 된 돌봄 정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퍼포먼스로 시민들의 요구를 표현했습니다.
“아동, 노인, 학부모, 노동자가 요구한다. 안전하고, 좋은 돌봄 실현하라”
2021.12. 08(수) 10시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2022 대선넷 시민이 요구하는 돌봄 정책 제안 <사진=참여연대>
* 아래는 기자회견에나 나온 주요 발언입니다.
이주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동국대 교수)
코로나19를 거치며 돌봄 공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민간 중심 사회서비스 공급 인프라는 한계에 봉착했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사회서비스원과 지역사회통합돌봄은 정부의 정책 추진의지 및 역량 부족으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서 하루빨리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대선 국면에서 보다 전면적으로 이슈화 및 정책공약/의제화가 되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대선의제로 ▲사회서비스 분야 국공립 시설과 서비스 대폭 확충(공공요양 기본공급률제 도입, 영유아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50% 확대, 지자체 책임 온종일돌봄체계 구축) ▲생활돌봄 기본권의 법제도적 보장(지역사회통합돌봄 전국적 시행, 인프라 확충 위한 사회서비스기본법(가칭) 제정)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확장의 주력 기관으로 사회서비스원 역할 재정립(사회서비스원 국공립 우선위탁, 돌봄노동자 직접고용) 을 제안했다.
정부가 제시한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34만개 로드맵은 수치는 근접하나 상당수가 저임금 불안정노동 종사자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화, 주 15시간 이상의 최저 노동시간 보장, 최저임금 및 4대 보험 가입 등을 준수한 양질의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창출은 ‘돌봄 국가책임제’를 실현해 돌봄 경제 활성화를 달성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돌봄의 사회화로 인해 일가정양립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용이해지는 동시에 사회서비스 분야 공공일자리는 여성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건강하고 근로능력을 갖춘 노인과 장애인은 노동시장 참여가 가능해지는 동시에 부양비 감소의 효과가 있다. 나아가 서비스 분야에 과잉된 영세 자영업자들이 같은 서비스업 내의 다른 분야로 이동해야 한다면 결국 OECD 통계의 서비스업 15개 세부분야 중 한국의 고용 규모가 가장 작은 ‘보건·복지’ 분야이며(유럽 복지국가의 60% 수준), 이는 돌봄의 공공성 강화가 시급한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생산적 복지 및 포용복지를 잇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바로 돌봄 국가책임제의 실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희순 (학부모)
9살 아이를 키우며 일도 하고 있는 워킹맘으로서 아이가 성장해감에 따라 우리 가족이 매번 맞닥뜨려야 했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지난 9년간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려움의 연속이었으며, 그 어려움은 겨울방학이 다가오면서 또 다시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출산 후 회사에 복귀하기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했으나 대기순번이 줄기는커녕 자꾸만 뒤로 밀렸다. 아이돌봄서비스도 신청해봤지만 단 한번도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자녀가 1명인 맞벌이부모는 우선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는 낳으라면서 국공립어린이집의 수는 턱없이 부족해 누가 더 돌봄이 필요한지 따지고 경쟁하게 하는 나라가 정상인가.
1년을 더 기다려서야 어렵사리 민간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또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어머니~ 저희는 괜찮은데 오후에 아이가 혼자 남아있어서 걱정이네요~”라는 말을 재차 들어야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듬해 종일반을 제대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옮길 수 있었기에 일과 육아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그런 민간어린이집을 찾고 또 입소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다를 바 없었다. 양질의 국공립어린이집에 맘편히 아이를 맡기고 아이도 맘편히 놀며 부모를 기다릴 수 있는게 기본이어야 하지 않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또다른 돌봄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단 1, 2학년만 신청가능하다. 지금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1, 2학년 학급수는 11개이며 학생 수는 약 300명에 달하지만 돌봄교실은 단 한 학급에 불과하다. 돌봄교실에 당첨되지 못하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교 주변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다. 코로나를 이유로 수업시간은 단축되고, 방과후수업도 취소되고, 방과 후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학교 내 방역을 위해 아이들은 오히려 더 위험한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뭄에 단비 같았던 지역돌봄센터 개소 소식으로 이번 겨울방학은 어떻게든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당연히 필요한 돌봄이 개인의 운에 따라 또는 사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고, 돌봄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첫만남축하금’을 얼마를 주든 저출산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국공립어린이집을 대폭 확대하고 초등학교 돌봄도 대상과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 좁은 교실에서 3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는 지역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선 후보들 또한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박양주 (한국노총 전국사회서비스노동조합 사무국장)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돌봄의 수요가 가장 많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분야는 노인이다. 노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며 맞춤형 노인돌봄을 하기 위해선 지역사회 커뮤니티 케어가 기반되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 재가서비스는 공급체계에 있어 공공기관 운영이 전무하며, 낮은 임금과 가사 중심 일자리로 젋은인력 유입이 안되는 열악한 노동시장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노인돌봄서비스 종사자 일부는 갑작스러운 일자리 중단을 경험하거나, 심한 경우 시설이 폐쇄되거나 기관 폐업으로 실업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일을 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나아진 것도 아니다. 코로나 9 장기화에 따른 요양보호사의 업무강도는 높아지고 정부의 보상과 지원에 대한 대책은 현장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 사회서비스의 공급구조가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도 현장에서는 멀게만 느껴진다. 재가서비스나 요양시설을 공공에서 진작부터 늘렸다면 코로나 19의 위기에서 노인에 대한 돌봄공백이 이리도 크진 않았을 것이다. 2017년 대선 이후 추진된 사회서비스원법도 올해야 통과되었는데 이마저도 매우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때면 현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노인의 돌봄은 여전히 사람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책이, 제도가 돌봄노동자의 현장의 소리를 외면한다면 이 문제가 언제 해결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는 주요정당과 후보들이 알맹이 없는 정책이 아니라, 진정한 돌봄의 문제를 중요한 아젠다로 다루기를 희망한다.
김완수 (장애인활동지원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사무국장)
우리의 일상과 삶이 멈춤 없이 유지되기 위해 우리의 가족이고 이웃이며 본인이기도 한 장애인, 어르신, 그리고 어린이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노동을 제공하는 돌봄노동자들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보육노동자에게 유아와 어린이를 맡기고, 누군가는 요양보호사와 간병노동자에게 늙거나 병든 자신이나 가족을 맡기고, 누군가는 독립된 삶을 위해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스스로를 맡긴다.
돌봄노동자는 돌봄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잘 드러나지 않으며, 돌봄노동자의 노동은 누군가의 노동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부차적인 노동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돌봄노동자는 돌봄이용자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돌봄노동자도 다른 누군가와 같이 돌봄노동을 제공함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돌봄노동자들은 전염병에 취약한 돌봄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될 것을 걱정해 전염병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24시간 내내 노력하고 있다. 돌봄이용자의 인권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돌봄노동자의 인권과 인간다운 삶은 외면되거나 부차적으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
돌봄을 받는 국민과 돌봄을 제공하는 국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돌봄노동자들에게 제대로된 처우와 안정된 고용환경이 제공되는 것이다. 국가는 돌봄노동자의 희생만을 요구하지 말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 줄 것을 촉구한다. 방법은 이미 있다. 민간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돌봄시설들을 공영화하고, 국공립 돌봄시설을 늘려야 한다. 전국 어디에 살더라도 양질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원 직영 종합재가센터를 확충하고, 여기에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야한다. 장애와 상관없는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월 활동지원시간을 대폭 늘리고, 장애인활동지원사도 시급제가 아닌 상용직 월급제로 고용해야 한다.
대선후보들에게 요구한다. 돌봄없이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돌봄노동자와 그 가족의 희생을 요구하는 민간중심의 질낮은 돌봄체계로는 시민에게 양질의 돌봄을 보장할 수 없다. 돌봄을 받는 사람과 그 가족,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 모두가 권리를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요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자회견문
“아동, 노인, 학부모, 노동자가 요구한다.
안전하고 좋은 돌봄 실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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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에 제출됩니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반드시
공공의료 확충 공약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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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도 이 서명을 널리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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