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졸속 무상보육 정책, 정부·여당 책임 크다

졸속 무상보육 정책, 정부·여당 책임 크다

재벌가 손자 운운하는 보육 선별 지원 주장, 본질 흐리기에 불과해

기획재정부의 역할은 정치논쟁 촉발이 아닌 대책마련임을 명심해야

 

정부와 여당의 무상보육정책 혼선으로 학부모와 보육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0~2세 보육료 지원을 선별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새누리당은 “예비비 등 국고로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이런 가운데 정부는 0~2세와 달리 만 3~5세 보육비 지원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정부의 보육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총선을 앞두고 적절한 전달체계의 구축이나 수요예측과 지방재원 확보 없이 무상보육을 졸속으로 추진한 정부와 여당에게 있음이 명백하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 이찬진 변호사)는 재벌가 손자 지원 운운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기재부의 태도를 규탄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해 무상보육 정책 혼란을 바로 잡을 것을 촉구한다

 

기획재정부가 무산시키려는 0~2세 전 계층에 대한 무상보육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간 지지부진 하던 무상보육정책이 급작스럽게 추진된 배경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정부가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맞불로 무상보육을 내놓으면서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은 0~2세 무상보육을 주장하며, 수요예측이나 지방정부와 협의 없이 보육예산을 주도적으로 통과시켰고, 정부는 올해 초 보육의 국가 책임을 강조하며 0~2세 보육료 지원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무상보육정책에 대해 지난 3월, 6월 지방정부가 잇따라 국고지원을 촉구하며 지방정부 재원 부족을 경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수수방관하던 기획재정부는 지금 와 재정 부담을 이유로 “0~2세 보육료 지원을 선별로 전환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시행 4개월여 만에 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기재부의 이러한 태도는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공약을 뒤엎는 것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 행정기관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기재부는 “재벌가 손자까지 보육료를 전면 지원하는 것은 공정한 사회에 맞지 않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보편적 복지 탓으로 돌리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기재부의 이런 태도는 복지정책의 필요성이나 긍정적 요소는 간과한 채 무조건 정치권의 복지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그간의 입장과 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가 손자도 자전거 탈 수 있는 4대강 사업에는 60조원을 쏟아 붓고 부자감세를 통해 막대한 세수를 축내더니 이제 와서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인 보육 정책에 대해서는 재벌가 손자 운운하며 보편적인 보육서비스 제공은 못하겠다는 것은 복지확대를 반대하는 정치적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0~2세 무상보육 졸속 시행은 총선을 겨냥한 정부와 집권여당의 합작품이었던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양 당사자가 저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집권여당은 조속한 시일 내로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해 보육정책에 대한 불신과 혼란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보편적 보육, 진정한 무상보육이란 보육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양질의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비용지원과 민간공급 중심의 정부의 보육정책은 민간, 가정보육과 국공립시설간의 서비스 질의 차이를 발생시키고 있고, 또한 가수요 유발로 정작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맞벌이 부모들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보편적 보육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 만큼 정부와 집권여당은 부모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보육료를 통제하고, 보육서비스의 질과 함께 접근성 제고,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등과 같은 보육서비스의 공공성 제고에 힘써야 한다. 현재의 상황은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 학부모와 보육현장의 혼란을 불식시키는 것이지 때 아닌 선별주의·보편주의 논란이 아님을 기재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20709_논평원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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