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속한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은 물건너가는 것인가?

2006년 국공립 신설예산 400→100개소로 대폭 축소

민간시설 중심의 정책으로, 보육 공공성 확보는 포기한 것

2007년 보육료 자율화 방침, 보육의 양극화와 비용상승 부채질하는 방안

최근 발표된 여성부 2006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정부 계획이 대폭 축소되어 100개소의 신설예산만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보육료 지원확대와 더불어 2008년까지 국공립시설을 시설기준 10% 수준으로로 확충하겠다는 기존 방침이 철회된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한 국공립시설 확충 없이 보육 환경과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과제가 달성될 수 있는 것인지에도 분명히 답해야 한다.

한편, 지난 4일 한덕수 부총리는 국감 과정에서 2007년부터 보육료를 일부 자율화하는 것에 대한 부처간 협의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침은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만을 상승시키고, 보육의 양극화를 낳을 것이 분명한 방안으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2006년 여성부의 보육예산은 증가율이 다른 분야의 예산보다는 높고 소득수준별 보육료 차등지원의 범위와 수준을 높이고 만5세아 무상보육의 대상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보육료 지원을 넓혀나가고 보육서비스를 공공화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국공립 보육시설 신설 예산이 2005년 400개소에서 2006년 100개소로 대폭 축소되고 말았다. 국민임대아파트단지의 보육시설을 무상으로 임대받는다 하더라도 애초의 목표치에는 한참 미달되고 있으며, BTL 방식의 도입은 그 실효성이 의심되는 시점에서 국공립 보육시설 신설 예산의 축소는 정부의 보육정책이 공공성 확보가 아니라 민간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지원체계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과 같다. 아동과 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육료에 대한 지원 뿐 아니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국공립시설에만 유독 대기자가 줄을 서는 이유를 정부는 왜 알지 못하는가.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실패는 장기적으로 민간시설의 보육비용 인상요구에 직면하게 되어 정부 재정지출과 사회적 비용의 상승을 유발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서비스의 질 확보와 비용억제 모두를 불가능하게 하는 ‘실패한 정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던 여성가족부가 올해 신설 개소 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예산만을 확보한 이유는 무엇인지, 경제부처는 국공립시설 확충 실패가 장기적으로 재정지출의 확대를 낳을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보육예산 중에서 보육료지원 예산은 대폭 확대되었으나, 인건비 지원은 7.8%밖에 증액되지 않았다. 이는 현재 인건비의 자연 상승분만 반영된 것으로, 신설되는 시설의 인건비 지원은 고려되지 못하여 크게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국공립시설 신설 예산의 축소와 함께 정부의 보육정책 목표에 변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해명이 필요하며, 인건비 지원방식 등 기존 보육비용 지원방식의 변화를 고려한 것인지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보육료 지원방식과 관련하여 여러 이견이 있는 바, 모호한 발표로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그동안 소득수준별 보육료 지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정부의 보육료 지원을 받지 않되 보육료를 자율화하는 예외시설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고급화된 시설을 허용하고, 여기에 다니는 아동에 대해서는 보육료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장의 자율성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이러한 논리는 결국 보육시설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고, 예외시설과 경쟁하는 일반 보육시설들이 보육비 인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지난 4일 한덕수 부총리가 국감에서 2007년부터 예외시설을 허용하는 보육료 부분자율화에 대해 부처간 협의를 진행하여 일정한 합의를 하였다고 밝혔고, 국공립시설 확충을 통한 보육의 보편성과 공공성 확보와는 정면으로 모순되는 보육료 자율화 방침이 동시에 추진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방침은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한덕수 부총리의 발언처럼 관련 부처들이 보육료 자율화 방침이 가져올 폐해를 접어두고 이러한 방침에 합의했다면 그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의 사회서비스는 재정지출에 있어서 공적 방식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을 중심으로 공급되어 여러가지 폐해를 겪어 왔다. 사립학교의 전횡과 문제점을 충분히 경험하였고, 영리를 추구하는 의료기관이 파국적 상황을 초래하며 비용 인상을 요구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한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아동에게 제공되는 보육서비스 영역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그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한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이 나아가서는 안된다. 보육정책의 방향은 시장활성화나 다양성의 추구가 아니라 ‘공공성과 보편성의 확보’이다. 여성가족부의 역할은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하여 국공립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것이고, 경제부처가 할 일은 자율화 추진이 아니라 보육의 공공성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보육정책을 당장에 바로잡아야 한다.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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