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12-01   4109

[기획5]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자세

기획5 :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자세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곧 경험하게 될 실제적 재난

기후위기와 사회복지 현장이라는 글 주제를 받고, 머리를 싸고 고민을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감각은 마치 미세먼지에 대한 감각과 비슷하다. 미세먼지는 생활에 불편을 주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지만 당장 어찌하지 못하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가 있는 실내에서 생활한다. 그러면 된다. 불편하지만 미세먼지가 있는 삶에 적응하면서 살고 있는 환경처럼 말이다.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고, 매년 계절의 변화나 자연재해가 피부로 느껴질만큼 빠르게 악화되고 있지만, 서서히 끓어오르는 솥에 갇힌 개구리처럼 우리는 그 뜨거움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고, 인류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여름, 우리는 장장 54일간 이어진 사상 최대의 장마와 홍수를 경험했다. 2017년에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2019년에는 고성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으며, 올해에는 전남과 경남 지역이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인간이 내뿜은 탄소는 지구는 갈수록 뜨겁게 만들고 있다. 대기는 불안정하고, 곳곳에 큰 비를 뿌리거나 오랜 기간 가뭄을 만들어 큰 산불이 나타난다. 미국, 호주, 그리스와 터키,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 뉴스를 접하고 있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한국사무소는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현 상태를 계속 고수한다면 8년 뒤인 2030년에는 한반도 국토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그림 5-1> 참조). 인천공항과 부산 해운대, 광안리는 물론이고 서해안 인접 지역인 충남, 전남 지역이 물에 잠기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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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가 바닷물에 침수된다면 고지대로 이사를 가서 살면 될까. 빙하가 녹고, 수온이 높아지면 반대로 사람들이 마실 담수가 부족해진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9년에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UN, 2019). 가뭄 일수는 매해 늘고, 비가 내리는 기간은 6~8월에 집중되어 있어 물 부족은 이미 농업 현장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다. 바닷물은 염도가 낮아지고 수온이 높아지면서 바다 생물들의 집단 폐사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위기에서 가장 무서운 현상으로 식량난을 꼽았다. 그는 금융위기든 코로나19든 그래도 먹고는 살았지만, 기후위기에는 마트에 가도 먹을 게 없어진다는 것을 상상해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생존을 위한 자원, 에너지, 식량 등을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나라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키면서 기후 위기는 ‘언젠가는 지나가는 위험’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조천호, 2019). 

우리는 눈앞의 코로나와 싸우고 있지만, 불평등과 빈곤이라는 거대한 2차 파도 앞에서 공동체의 균열 또한 쓰라리게 경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기후위기의 시대에도 가장 취약한 곳부터 위기가 시작될 것이다. 수년째 가뭄으로 물 부족을 경험하고 있는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의 1위 공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인근 농지의 물 공급을 막았다. 대만의 사례는 기후위기 시대에 공동체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우리는 반도체를 먹고 살 수 있을까?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택에 사는 전국 96만 가구의 사람들(국토부, 2021)은 혹서기와 혹한기를 견디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먹거리는 비싸지고, 빈부의 차에 따라 영양 불균형은 더 커질 수 있다. 전기, 가스 공급, 항공 운송, 수도, 수상 운송, 화학물질과 제품, 연탄, 석유정제품, 목재, 자동차, 고무, 플라스틱, 하수와 폐수 처리 등 탄소유발계수가 높은 산업에서는 일자리가 줄고,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다(김종진, 2021).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회는 있다

기후위기는 자연재해도, 식량위기도, 산업구조에도 재난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위기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의 인식과 한국의 인식 차이 결과(한국갤럽, 2021)에 따르면,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34개국 평균(85%)보다 한국이 더 높은(94%)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54%)는 비관론과 개인보다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더필요하다(86%)는 인식은 평균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개인보다는 기업이나 정부가 대대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영역으로 기후위기라는 난제를 미뤄둔 건 아닐까?

<적을수록 풍요롭다>의 저자 제이슨 히켈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성장하면서도 번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계적인 불평등 구조에 개입하고, 이를 위해 ‘비상 브레이크’를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제조업 분야에는 기계의 수명을 연장하고, ‘수리할 권리’를 제도로 도입할 것,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사람들의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것, 꼭 필요하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이용권 개념을 도입할 것, 매년 생산 식품의 50퍼센트가 폐기되는 점을 지적하며 식품 폐기에 대한 규제 도입, 마지막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산업(소고기, 군수, 개인전용기, 일회용 플라스틱, SUV, 올림픽과 월드컵의 새 경기장, 비행 마일리지 등)에 대한 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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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다. 다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일터에서, 삶의 현장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실천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사회복지 현장에서 보다 관심을 갖고 추진할 과제들이 있다. 

먼저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의 물꼬를 터야 한다. 이번 기획주제 글을 쓰면서 나 또한 다양한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친구들에게 고민을 얘기했다. 다들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은 알겠는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나 채식을 늘리는 것처럼 너무 미시적인 실천만 얘기되고 있어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 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자원봉사 부문에서는 환경 분야로 확대가 많이 되고 있지 않아. (기후변화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는데, 해야겠고,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은 열려 있는데 실천방법이 아직은 단조로운 것 같아. 청소년 교육을 중점으로 하고 있어.”

“우리는 거주시설이라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그린리모델링 같은 정책도 있는데, 거주시설에도 적용하고 있어?) 그런 게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 우린 진짜 관심 많고, 노력하고 있어.”

“기후위기로 예측하지 못한 자연재해가 많아지고, 취약계층의 삶이 더 어려워지고 있어.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관련 논의와 사업이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거든. 자연재해에 어떻게 대비할지, 홍수를 예방하고, 물 부족 상황에서도 경작할 수 있는 작물에 대한 교육이라든지.”

“코로나 영향으로 일회용품을 정말 많이 쓰게 됐잖아. 도시락 배달도 다 일회용기로 바꾸고. 이런 걸 다시 다회용기로 바꾸고 하는 것부터가 작은 실천이 아닐까?”

“혹서기에 선풍기나 혹한기에 전기장판 지원하는 것 정도가 지금 하고 있는 실천인데, 주민들의 주거환경이 좋아지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

 

너무 거대한 주제라서 할 이야기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니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답을 찾기 위해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모든 당사자, 특히 정보의 접근성이 취약한 사람들부터 먼저 찾아가서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무지와 불안을 모두 꺼내 놓고 해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첫 번째 행동이 되겠다.

 

둘째,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행동의 실천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을 위해 K-SDGs를 수립하고 실행 중이다. K-SDGs는 빈곤층 감소와 사회안전망 강화, 식량안보와 지속 가능한 농업, 건강하고 행복한 삶 보장, 양질의 교육, 좋은 일자리 확대, 건강하고 안전한 물관리, 기후변화 대응, 모든 종류의 불평등 해소,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지속 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성 평등 보장 등 17개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에 준하는 실천 방향을 수정하고 조정해야 한다. 개개인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거나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보다 사회적인 움직임으로 실천이 확대되어야 한다. 필요한 자원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친환경 제품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현장의 경영지표도 수정하는 것, 지역사회복지 계획을 수립할 때, 기후 재난에 취약한 주민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마련하는 것, 지역에 따라 탄소유발계수가 높은 산업이 집중된 곳에서는 실업에 대비한 정의로운 전환 계획 수립에 복지현장 또한 관심 갖고 바로 참여하는 일, 보수교육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교육내용을 포함하는 일, 지역 주민들과 기후위기를 주제로 공론장을 여는 일 등은 모두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다. 또 현장에서 직접 실천할 수는 없지만, 정책에 요구할 수 있는 일들도 무궁무진하다. 

사회복지 시설을 비롯하여 공공부문의 시설, 주거 취약 건물에 그린리모델링을 요구해야 하고, 취약층의 안전한 먹거리와 안전한 주거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찾아보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해야 하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지난 11월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폐막했다.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안을 포함하여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에 합의했다. 기후악당으로 지목당한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고, 메탄 서약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고, 성장을 지속해 온 우리나라는 이번 합의로 산업재편에 따른 일자리 변화, 에너지 소비 행태의 변화, 전기와 수도요금의 변화 등 우리 사회 구성원의 삶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거대한 변화에는 늘 취약한 사람들의 삶이 가장 위태롭다.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정책에서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흐름에서든 거대한 변화가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다.


참고문헌

국토부(2021), 2020 주거실태조사.

그린피스(2020),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뮬레이션. https://climate.or.kr/

김종진(2021), 기후위기와 노동의 대응, 정의로운 전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다큐인사이트(2021), 기후변화 특별기획 4부작 <붉은지구>, KBS.

서형석(2021), 『기후 위기, 마지막 경고』, 문예춘추사.

제이슨 히켈(2021), 『적을수록 풍요롭다 :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 창비.

조천호(2019), 『파란하늘 빨간지구』,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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