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06-10   778

[동향 2]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에 따른 사회복지정책 전망

44년만의 진보정당 원내진출이 가지는 의미

4ㆍ15총선 결과가 공표된 직후, 각종 방송과 언론은 ‘44년만의 진보정당 원내진출’이라는 제하에 말 그대로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실제로 평균 13%의 정당지지율을 기록하며 8명의 비례대표를 원내에 진출시킨 것이나 창당이후 처음으로 지역구 2곳에서 당선자를 낸 것이나 한국정치사에 남을 만한 일대사건이기는 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놀라운 일이라거나 예상치 못한 뜻밖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외환위기이후 심화되기 시작한 빈부격차는 소위 참여정부 1년간 더욱 격화되어 생활고를 비관한 동반자살이 속출하기에 이르렀으며, 신용불량자는 400만명에 육박하게 되었고, 상장기업의 1/4분기 순이익이 작년대비 100% 증가하여 사상최대를 기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은 계속되고 있어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압박감은 외환위기당시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제적ㆍ사회적 위기상황에서 참여정부는 철저한 정치적 무능력으로 일관하였을 뿐이고, 기존정당은 너나없이 차떼기를 비롯한 부정부패의 온상임이 지난 1년간 명백하여졌으므로, 말 그대로 희망을 잃은 서민들로서는 이제껏 애써 외면해오던 민주노동당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은 1960년 사회대중당, 한국사회당의 원내진출 이후 44년만의 일이며, 1988년 3월 민중의 당, 한겨레민주당 창당으로 촉발된 진보정당건설운동 16년만의 일이다. 1988년 이후 진보세력은 대선과 총선에 꾸준히 후보를 내왔으나 선거결과 지지율이 법정기준에 미달하여 해산되는 것을 거듭하다가 2000년 창당된 민주노동당이 헌정사상최초로 정당투표제가 도입된 2002년 지방선거에서 8.13%의 지지율을 기록함으로써 비로소 유력한 정치세력으로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는 그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자체는 확정된 사실이었으나 문제는 그 규모였다. 이제 당선자 10명은 한국정치에서 진보정당이 실제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의 성패가 단순한 한 정당의 성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한국사회에서의 진보정당의 위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민주노동당의 사회복지공약에 대한 평가

민주노동당은 노무현정권의 개혁이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개혁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결국 민주노동당의 핵심공약은 부유세로 대표되는 조세개혁을 통해 예산을 확보한 후, 이를 기반으로 사회복지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사항으로 들어가 볼 때, 민주노동당의 사회복지공약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민주노동당은 3대 목표중의 하나로 ‘조세혁명! 복지혁명! 완전고용실현!’을 내세우면서 15개 공약을 제시하고 있고, 그 중 절반 가량이 사회복지관련 공약이다1).

10대 공약 중에는 출산 육아 휴가 확대, 무상의료 추진, 무상교육 및 국공립대 통합, 보건ㆍ의료ㆍ교육ㆍ노후 걱정 없는 세상만들기 등 4개 공약이 사회복지와 관련된 것이다.

또한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회복지공약으로는 (1) 빈곤층의 기초생활보장 현실화, (2) 자활지원법 제정, (3) 무기여 기초연금제 도입, (4) 장기요양노인을 위한 요양보호서비스 도입, (5) 학교사회복지제도 도입, 학생에 대한 과다학습시간 제한제도 도입, (6) 탈북자에 대한 재정지원 및 취업지원 강화, (7)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이 있으며, 참여연대에 보낸 답변서에 제시된 10대 사회복지공약으로는 위의 7가지 사회복지핵심공약 중 (6)과 (7)이 빠지고 대신에 무상의료제도 도입, 국민연금의 공공적 운용, 장애인의 노동권보장 및 장애인교육법 제정, 아동수당제도의 도입, 시설복지개선, 지역복지센터의 건립이 추가된다.

이제까지 제시된 민주노동당의 사회복지공약을 종합하면, 최저임금 및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고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여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차상위층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지역복지센터 및 자활지원센터 등의 건립과 각종 도우미제도를 신설하여 근로빈곤층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무상의료ㆍ무상교육 등 의료 및 교육에 있어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는데 일차적인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이에 소요되는 재정은 향후 5년간 세제개혁을 통해 65조 669억원, 국방예산감축을 통해 42조 1,318억원을 조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이 다른 기성정당에 비해 획기적인 사회복지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점도 놀랍기는 하지만, 민주노동당 사회복지공약의 혁신성은 사회복지예산규모의 급진적 확대와 재원조달의 방식에 대한 구체적 고민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편에서 민주노동당의 공약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받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며, 다른 한편에서 민주노동당이 일관된 민생의제 중심의 정책활동을 해왔다고 자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의 상황이 기존정당이 제시하는 바와 같은 달콤하지만 추상적인, 그래서 그 정책실현의 의지가 의심되는 그런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현재의 사회적ㆍ경제적 위기상황은 성장일변도의 경제정책과 불균형성장의 귀결로서 사회안전망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며, 현재와 같은 미온적 태도로는, 다시 말해 열린우리당이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은 ‘경제성장이 진전되고 사회인프라 축적이 어느 정도 진전되면 투자우선순위의 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고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현재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실현의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다만 민주노동당의 사회복지공약에 대해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민주노동당이 다양한 사회복지공약 중에 어떤 것의 실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은 사회복지를 아주 거시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회복지정책이 경제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교육 및 주거, 고용, 교통, 재해대책과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비난받을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슬로건이 말뿐인 주장에 그치지 않으려면 민주노동당의 공약을 통해 민주노동당이 어떠한 사회복지정책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설사 민주노동당이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연평균 44조의 재원이 추가로 확보되고 그 대부분을 사회복지예산으로 돌린다고 하더라도― 민주노동당이 추계한 바에 따르면, 핵심공약실현에 소요되는 총 비용 41조 8,735억원 중 사회복지비용 36조 6,622억원2)― 민주노동당이 제안하는 모든 정책을 실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의 내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부유세의 도입에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따를 뿐만 아니라 탈루소득 파악 및 부가가치세 탈루세액 징수에는 여러 가지 법적ㆍ단계적 장치가 필요한 만큼 세제개혁이 단시간내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고, 국방예산감축에 대해서도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사회복지정책실현의 우선순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구체적인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에게 주어진 의석은 10석에 불과하며, 주어진 시간은 4년―지방선거를 고려한다면, 그나마 2년으로 줄어든다―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 사회복지분야에 가져올 변화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단순한 10석의 신생정당의 등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이념적ㆍ정책적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또한 원내로 인입되는 사회적 이해관계를 다양화하고 국회 내의 의사결정구조에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정당체제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1983년 독일 녹색당이 17석의 의석으로 원내에 진입했지만, 원내 모든 정당들이 환경문제를 중심의제로 선정하게 만들었던 것에서 실례를 찾을 수 있다3).

그렇게 보면, 민주노동당이 사회복지정책실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민주노동당이 총선에서 제기한 사회복지공약을 실제적인 의제로 제기할 경우 기존 정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에 대응할 수밖에 없고, 빈부격차의 심화와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전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지금의 상황에서 기존 정당이라고 해서 이제까지처럼 사회복지정책의 현실화를 미루기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복지분야에서 민주노동당이 제기할 핵심 아젠다를 한시바삐 수립하고, 그 구체적인 정책설계에 대해서도 이제부터 고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기존정당이 민주노동당이 제안하는 아젠다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정책을 왜곡시키는 기술적 변화를 모색할 수도 있고,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의 충돌로 말미암아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노동당은 최고위원선거로 분주하고, 정책보좌관도 결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책연구소는 9월에나 본격적으로 도입이 논의될 전망이며, 현재 민주노동당 내에서 사회복지정책을 책임지고 실현해나갈 주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민주노동당은 앞으로도 시민단체와 더불어 활발한 원외활동을 하면서 일반서민의 의견과 이해를 수렴하는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이제까지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의 의사소통이 그다지 원활하지 않았고, 결합수준 또한 취약했음을 고려할 때, 시민사회운동에 있어 원내정당이 된 민주노동당의 입지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쉽게 단언할 수도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잘 해나가야만 한다. 향후 1-2년간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진보정치운동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는 민주노동당의 사회복지정책실현에 대한 의지에 기대를 걸고, 사회복지전공자로서 가능한 한 조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마른땅의 물 한 방울이 앞날의 푸르름을 위한 빗방울일지, 땡볕에 말라버릴 그저 한 방울일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나, 그저 기다리기엔 우리의 목마름이 너무도 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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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주노동당 17대 핵심공약’, 민주노동당 17대 총선거 공약자료집 제1권, pp.4-8.

2) ‘민주노동당 핵심공약 소요 재정 추계’, 민주노동당 17대 총선거 공약자료집 제1권, p.17.

3) 서복경, ‘4ㆍ15 총선에 대한 평가’, 한국정치연구회 주최 ‘총선평가토론회(2004.4.17.)’ 발제문.

류혜정/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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