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1-03   1598

[동향 1] 돌봄서비스 사회화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책과제


돌봄서비스 사회화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책과제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 들어가며


  최근 돌봄서비스 정책의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7년 노인돌봄, 장애인활동보조, 산모신생아돌봄, 아이돌봄, 지역사회서비스혁신사업 등에 돌봄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 제공이 전격 도입, 실시되고 있으며, 2008년 7월부터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어 노인돌봄에 있어서 혁신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또한 보육서비스에 있어서도 지원 확대 규모가 증가해 왔다.

  그러나 돌봄서비스가 단순히 양적으로 확대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서비스가 공급되고 제공되는 방식에서도 질적인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그 핵심은 사회서비스 제공에 시장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는 ‘돌봄공백’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여 사회연대적 재원을 조성하여 지원하는돌봄의 사회화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그 지원방식을 서비스공급자 지원에서 서비스수요자 지원방식으로 변화시켰고, 서비스수요자가 경쟁하는 서비스 공급자의 서비스 상품을 선택하여 구매하는 방식의 서비스 시장을 도입하고 있다. 즉, 이전처럼 국가가 서비스제공을 독점적으로 위탁한 기관에게 포괄적인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다원화된 주체들이 서비스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공기회가 개방된 상태에서, 서로 경쟁하는 서비스기관들 중 서비스이용자가 서비스기관을 선택하고, 서비스제공기관은 서비스 제공(판매) 실적에 따라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서비스시장 도입을 통한 새로운 사회서비스 제공방식의 변화는 서비스의 책임성과 이용자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전세계적인 서비스 근대화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 향후 기존의 사회서비스 전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동일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추동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아직은 작지만 거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제공방식의 변화에 직면하여, 사회서비스 제공방식으로 시장기제를 도입하여 서비스제공기관들의 경쟁과 이용자의 선택을 강조하는 서비스 시장 도입이 가지는 정책적 의미와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적 돌봄서비스 영역의 성장이 가져오는 긍정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두가지 큰 과제가 놓여져 있다. 하나는 돌봄서비스 시장화와 관련된 것이다. 돌봄서비스의 제도화 과정에서 재원조달은 사회연대적으로 조성하되, 서비스 이용자의 선택권 보장과 다수 서비스 제공자의 경쟁을 통하여 서비스 질 제고를 도모하겠다는 가정하에 돌봄서비스 시장 형성을 전제하고 있는데, 시장화가 관료화, 경직적 대응이라는 정부실패에 대한 대안으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서비스 인프라의 편포 등 서비스자원 할당의 비형평성 문제,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이용자 선택권 제한, 서비스질 및 가격 차별화에 따른 계층화 문제 등의 시장실패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과제로 등장할 것이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돌봄서비스 시장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공공성을 확보할 것인가가 첫 번째 정책과제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돌봄노동 일자리를 어떻게 괜챦은 일자리로 자리매김시킬 것인가 하는 과제이다. 돌봄노동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보상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것은 돌봄노동 제공자의 삶의 질은 보장하지만, 사회적인 돌봄서비스 비용의 고부담을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돌봄서비스 제공자(노동자)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창출, 재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고, 돌봄서비스 일자리를 우리 사회의 일자리 지형에서 어떻게 자리매김시킬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판단이 필요하다.

  돌봄서비스와 관련한 상기 두가지 과제 모두 돌봄서비스와 관련한 국가의 규제자(regulator) 및 관리자(governor)로서의 역할과 관련된 것이다. 국가가 돌봄서비스 시장에 어떻게 개입하여 공공성을 확보하는 한편, 돌봄노동 일자리의 질을 괜챦은 수준으로 보장할 것인가 하는 것의 문제이다.


2. 돌봄서비스의 공공성


  공공성 확보라는 정책방향에 대해, 명확한 반대의견을 표명할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공공성에 대한 합의된 견해는 부재했다. 공공성은 각자의 입장에서 상이하게 이해되고, 사용되어 왔다.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공공성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로 정의된다. 또한 영어사전에서 공공(public)을 찾아보면, 국가(정부)가 직접 관련되어 수행하는 일을 일컫기도 하고, 파생단어로 공공이익(public interest)은 사적 이익(private interest)과 구분되는 공공, 공동의 이익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공공성의 정의에 대한 두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하나는 국가(혹은 국가대행 공공기관)가 직접 수행하는 것이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사적 이익과 구분되는 공공의 이익을 담보하는 것을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돌봄서비스에서 공공성은, 첫 번째 정의인 국가가 직접 수행한다는 정의에 따르면, 국가가 직접 돌봄서비스의 비용을 조달하고, 직접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가복지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함께 복지공급주체를 다원화하는 복지혼합(welfare mix)이 보편화되면서, 공공성의 정의의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국가가 서비스재원을 전적으로 조달하고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한정하기에는 공공성의 정의가 너무 편협하고, 그러한 좁은 의미의 공공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돌봄서비스 영역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복지혼합의 보편화 경향을 감안하여, 공공성 개념을 보다 변화하는 사회에 유연하게 확대 적용하기 위하여 두 번째 정의 개념인 공공의 이익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공공성 개념은 보다 확대된 개념으로 재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공공성은 돌봄서비스가 공익을 위해 조직되고 제공되는 구조적 조건을 확보하였는가의 의미로 정의될 수 있다.

  공적재원조달은 서비스 이용의 보편성 및 급여수준을 결정하긴 하지만, 서비스 제공주체의 다원화 및 혼합은 국가정책의 규제 및 관리에 의해 공공부문이 달리 결정된다. 공적재원조달이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에 대한 정부개입을 통하여 서비스 수급권리를 보장한 것이라면, 서비스제공의 다원화는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에 대응하여 서비스 이용자에게 서비스 선택 및 결정범위의 확대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의 실패에 대한 개입만 과도하게 강조하면 정부의 실패가 발생하게 되고, 정부의 실패에 대한 개입만 과도하게 강조하면 다시 시장의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 및 관리가 그 조화를 이뤄내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3. 돌봄서비스 정책과제


1) 돌봄서비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 강화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서비스의 확대는 서비스 욕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기제로 채택하고 있는 시장메카니즘은 여러 가지 시장실패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건전한 경쟁을 넘은 과잉시장은 서비스제공기관의 주체(ownership)에 관계없이 죽음의 정글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것으로만 모든 감각이 발달하고 행태가 이루어지게 된다.

  돌봄서비스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함수는 질 좋은 서비스를 비용효율적으로 제공하여 제한된 자원내에서 서비스대상의 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서비스 공급 전략은 다양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서비스제공기관의 다원화 및 의도적 중복에 의거한 시장화이다.

  시장화는 서비스 질의 제고라는 ‘공익’에 기여할 때 그 정당성이 확보된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의 실패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인프라의 충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 선택의 가능성이 제약될 가능성이 크며, 특히 이 선택적 제약은 지역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서비스이용자가 본인의 서비스 내용을 결정하고 서비스 제공기관을 선택하는 데 있어 충분한 서비스제공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필수적인 모니터링 및 정보공유체계의 구축이 아직 정책과제로 남아 있다. 만약 정확한 정보의 충분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한 시장의 실패는 재연될 것이고 이는 정부의 실패를 수정하기 위한 것보다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와 같이 빈약한 자원으로 제기되는 자원을 완전히 가동해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말까하는 상황에서 서비스공급의 의도적 중복과 경쟁이라는 정책선택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서비스 공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아직은 우려가 크다.
  서비스 시장은 서비스이용자를 일방적 수혜자의 지위에서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함으로써 수요자중심의 전달체계를 가능케 하고, 수요자와 공급자간의 힘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장점을 가진다. 시장이 건전하게 작동하면, 서비스공급자는 서비스 수요자의 욕구에 보다 민감하고 반응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이는 서비스 질의 제고를 가져올 것이고, 우리는 사회적비용을 증가시키지 않고도 좋은 질의 서비스를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과당경쟁이 아닌 제한된 시장, 관리된 시장(regulated market, managed market, quasi-market)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국가는 보다 안전한고 보증할만한 서비스들 중에서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초기 선별작업과 단계적인 질관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 작업 등 규제자로서의 역할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석재은, 2008).


  2) 돌봄노동의 좋은일자리로서의 자리매김


  돌봄서비스 시장화는 서비스 대상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하는 소위 ‘클라이언트 마케팅’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시장화에 따른 돌봄서비스 기관의 수요예측의 불안정성에 따른 경영불안정성의 위험을 궁극적으로 떠안는 것은 제공기관이 아니라 일선 돌봄노동자들이다. 일선의 돌봄제공 노동자의 고용형태가 비정규 계약직으로 운영되고 서비스수요에 따라 일의 양이 정해지는 방식으로 운영되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이에 따라 고용의 불안정성 및 소득의 불안정성으로 전가하게 되는 구조이다. 이는 가장 사회적으로 취약한 일선 돌봄서비스 근로자의 삶의 조건을 열악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돌봄서비스 일자리의 저열화는 선진국의 경험에서 보듯이 장기적으로 돌봄서비스 노동자의 부족을 가져올 것이며, 우리 사회의 미래 대안경제로서의 서비스경제의 희망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국가가 돌봄노동자의 적정임금을 반영하여 서비스가격을 설정하였다 하더라도, 실질 운영주체인 제공기관과의 개별계약하에서 돌봄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돌봄노동자에게 보장되는 근로조건이나 보상은 정부가 당초 서비스 가격 설정에서 보다 훨씬 나쁠 수 있다. 정부가 모든 돌봄노동자의 임금을 고시하고 이의 준수를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바에는 말이다. 운영기관 입장에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돌봄노동자의 임금비용을 절감하는 길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리민간은 물론이고 비영리민간 조직의 경우에도 돌봄노동자의 근로조건 및 적정 임금보상은 가장 우선순위가 뒤처지는 과제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돌봄노동자의 인권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여 돌봄노동자의 근로조건, 사회보험적용, 임금 등에 대한 구체적 표준을 제공하고 규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또한 돌봄노동자의 전문성과 재량권이 발휘될 수 있는 돌봄서비스 제공환경의 개선이다. 이를 위하여 돌봄노동의 안정적 고용이 첫번째 과제가 되어야 하고, 돌봄노동자에 대한 전문적 교육, 수퍼비전과 관리가 계속 이루어질 수 있는 서비스제공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석재은, 2008).    


  3) 돌봄서비스 통합적 관리체계의 지역단위 구축 필요


  다양한 돌봄서비스의 제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돌봄서비스 정책의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수행을 위하여, 지역단위 서비스관리체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지역단위 통합적 서비스 관리체계는 서비스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며, 감독한다. 이와 같은 통합적인 돌봄서비스를 관리하는 공공성격의 관리체계는 돌봄서비스 시장의 실패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돌봄서비스 정책의 목적함수인 제한된 자원내에서 서비스수요자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 체계의 작동에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고 생각된다(석재은, 2008). 


  마지막으로 최근 미국의 한 정통경제학자의 실증적 연구에 기반한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경고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교수는 행동주의 심리학을 적용하여 정통경제학이 가정하고 있는 경제주체로서의 ‘인간의 합리성’에 대해 실증자료에 기반하여 도전하고 있다(댄 애리얼리, 2008). 그에 따르면, 인간은 예측가능하게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자유시장에 맡기면 모든 것이 최적으로 배분되고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존의 자유시장 가정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시장이 잘하는 것과 시장이 제대로 못하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시장규칙이 적용되는 분야도 있고 사회규범이 적용되는 분야도 있는데, 사회규범이 적용되던 분야도 시장규칙에 한번 노출되고 나면 사회규범은 힘을 잃고 만다고 경고한다. 사회적 돌봄서비스 분야야 말로 이러한 그의 경고에 바로 들어맞는 분야가 아닐 수 없다.      


<참고자료>
석재은 (2008) “돌봄서비스의 사회화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책과제” 『돌봄의 사회화와 사회서비스 정책,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은 없는가? 세미나 자료집』 한국여성단체연합, 프리드리히에버트 재단. 2008. 11. 21.
석재은 (2008)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으로서 바우처,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사회복지연구회 2008년도 추계학술대회 발표자료집』. 2008. 12. 5.
댄 애리얼리 저, 장석훈 역 (2008)  『상식밖의 경제학』.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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