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3-01   841

[복지톡] 사회적 거리두기와 멀어진 어르신의 삶

박영숙 사회복지사(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인터뷰 및 정리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180도 변화시켰습니다. 복지관은 문을 닫고 노인들은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죠. 누구도 관심 갖지 않고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노인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야만 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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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는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일하는 박영숙 사회복지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소개를 할 때 직책으로 소개하는데, 저는 그냥 사회복지사예요. 관장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슈퍼바이저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장애인 분야에서 26년동안 일을 하셨고 지금은 분야를 바꾸어 노인 복지관에서 11년째 일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분야를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왜 분야를 바꿨냐고 많이들 물어 보시는데, 우리나라는 장애인복지와 노인복지가 나뉘어 있어요. 그러다보니 장애가 있으면서 노인이거나, 노인이면서 장애가 있는 분들은 복지가 너무 열악하죠. 장애가 있는 노인은 노인복지관에서 회원으로 받지 않더라고요. 취약한 분들을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분야를 옮기게 됐어요.

복지관, 단순히 노인이 가는 곳이라고만 생각했지 복지관이 노인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노인들의 여가를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것이 노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노인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왜 중요한지, 노인종합복지관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요? 더 나아가 영등포 노인종합복지관은 어떤 곳인가요?

우리나라에서 보조금을 받는 모든 복지 기관, 시설은 법적 근거에 의해 설치되거든요. 법적 근거가 없으면 설치를 못하죠. 노인종합복지관은 노인복지법상의 여가시설로 분류돼요. 노인종합복지관이 80년대에 처음 생겼는데, 이 때의 노인분들은 전쟁끝나고 자녀들 먹여살리기 위해 일만 하시느라 제대로 여가를 보내지 못하셨어요. 그런 분들의 노년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거죠. 지금은 많이 적어졌지만 초기에는 본인 이름 석자도 쓰지 못해 통장도 만들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복지관은 한글교실, 산수교실을 운영 했고, 지금은 알파벳을 몰라 KTX에서 좌석을 찾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영어를 가르치기도 해요. 교육 이외에 상담도 하고 사례관리도 하고 있어요. 복지관 앞에 “종합”이라는 단어가 붙는 이유는 노인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해서 그래요. 사례관리란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접근하는 거예요. 이외에 여가나 평생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만성질환관리도 해요. 복지관에는 사회복지사 외에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가 있어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워크를 발휘해 노년기의 삶을 지원하고 특히 노인들의 인지기능이 나빠지는 걸 관리하죠.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운동이나 혈당 관리도 하고 있어요. 또, 어르신들은 국민연금 세대가 아닌 분들이 계셔서 기초연금으로만 생활해야 해요. 그래서 복지관에서는 사회참여활동(일자리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사실 어르신들이 사회 참여를 해야 인지기능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거든요. 사회 참여는 인지 기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쳐요. 일자리 사업은 그런 측면에서도 중요하죠.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노인맞춤돌봄사업도 복지관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1인가구 노인 뿐만 아니라 취약 노인 등(배우자가 치매나 질환, 조손가정,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노인 등)복지관을 이용하기 어려우신 분들, 못오시는 분들께는 생활지원사가 가정을 방문하여 지원하고 있어요. 본인 스스로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무료급식이나 밑반찬 , 도시락지원사업도 해요. 노인복지관은 이처럼 내가 내 몸을 챙기지 못할 때 보호, 예방,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지 2년이 넘었어요. 코로나 이전과 이후 복지관의 분위기도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느껴지는 차이가 있을까요? 복지관이 코로나19로 운영되지 못할 때 노인분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매우 제한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죠. 우리나라 노인분들이 노년기에 갈 곳이 마땅하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 까지 겹치니까 그동안 주요 공간인 복지관을 다닐 수 없게 되셨죠. 2020년 1월 30일부터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은 임시 제한적 운영에 들어갔어요. 노인의 생존과 안전에 관련된 식사지원, 돌봄, 사회참여활동(제한된 일자리)등의 필수적인 프로그램은 중단할 순 없으니 제한적 운영을 한 거예요. 복지기관에 강사가 와서 수업을 듣는 형식의 대집단 프로그램은 못한다고 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잖아요. 어르신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인 우울감과 고립감이 올라갔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처음에 어르신들은 ‘3개월만 기다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셨대요. 그런데 이게 6개월이 되고 1년이 되고, 벌써 2년이 훌쩍 넘었죠. 어르신들은 지금 상황을 두고 총소리만 안 나지 전쟁이라고 하세요. 굉장히 우울해하고 계세요. 지금 복지관에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에게 전 직원이 전화상담을 하고 있어요. 어르신분들은 익숙한 사람과 통화하다 보면 연상을 하게 돼요. “그래도 내가 복지관과 연결되어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유선상으로 전달을 해주는 거예요. 

어르신들은 코로나로 우울감이 높아지고 신체기능,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있어요. 사람은 본인이 하던 일을 계속 해야 건강하거든요. 어르신들이 복지관이 문을 닫으니 하루종일 티비만 보면서 자다 깨다 하시는 거예요. 균형 잡힌 라이프사이클이 돌아갈 수 없는 거죠. 사람도 못 만나고 하다못해 자식도 이웃도 만나지 못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결국 고립을 만든 거예요. 취약한 집단은 친밀감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거든요. 교도소보다 더 답답한 상황이죠. 

그래서 외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하셨다구요. 

프로그램 진행 전 조사를 해보니 어르신들을 4가지 정도의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었어요. 같은 나이의 어르신이라도 개인의 학력, 경제력, 경험/경력, 건강기능력에 따라서 느끼는 우울감이 천차만별이에요. 경제력이 되는 분들은 자기 차를 몰고 친구들과 강화도에서 회를 드시고 오세요. 복지관을 오지 않아도 잘 지내는 분들인 거죠. 경제력은 조금 없어도 신체가 건강한 분들은 모여서 산에 가거나 공원에서 운동을 해요. 학력이나 경력이 있는 분들은 디지털역량이되셔서 이런분들과는 온라인 강의나 유투브 강의, 줌미팅을 진행하고있어요. 그런데 가장 취약한 돈도 없고 건강도 좋지 않은 어르신들은 방에만 있을 수밖에 없어요.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자녀들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수급자인 부모님의 수급비를 뺏어가는 사례도 있어요.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노인의 삶의 다양성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본인이 내년까지 살지 말지도 모르는데 그냥 복지관 열면 안 되냐고 하세요.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죠. 그래서 대규모로 모일수는 없으니 지역에서 소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역의 소상공인이 하는 카페를 이용하기도 하고, 곳곳의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해서 수다방도 열고, 반찬 만들기 프로그램, 종이접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어요. 함께 시를 쓰기도 하고, 소규모로 근린공원에서 운동하기도 하죠.

디지털 하니 생각난 질문인데요. 요즘은 어디를 가나 QR코드 체크인을 하잖아요. 휴대폰이 없이는 절대 생활하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코로나로 벌어진 정보격차를 실감하시나요? 요즘 핫한 이슈인 키오스크의 경우 노인분들이 매장을 이용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하던데, 소외감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렇죠. 디지털 역량이 되시는 분이나 스마트폰이 있는 분 아니면 큐알코드를 모르세요. 스마트폰은 있지만 사용할줄 몰라 일자리 합격 소식을 문자로 보내도 확인을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래서 디지털 역량을 사전에 구분 해서 문자로 보내고 다시 전화해 안내하는 등 여러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요즘 논란의 중심인 키오스크같은 경우도 복지관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어르신들이 경험해보고 동네가서 실습해보시도록 지원해드려요.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나라는 노인 자살률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었잖아요. 팬데믹 이전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OECD 평균인 17.2명을 훌쩍 넘는 46.6명이라고 해요(2019년 기준).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특징이 있을까요?

한국의 문화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자식에게 받은 폭력이나 방임 이런 걸 어디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위기, 자식들에게 짐이 될 바엔 죽는게 낫다는 분들도 있고요. 가장 친밀한 사람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했을 때 계속 살아가는 것을 힘들어 하세요. 

코로나19로 사회복지사의 역할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노인들의 고립감과 우울감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사회복지제도와 정책이 많아지고 있고 민관이 협력해서 해결하려는 분위기예요. 이제는 복지의 형태가 한 분 한 분의 생활밀착형 복지로 변화가 필요해요. 이제 사회복지관련일을 하려면 노인 혹은 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삶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가치가 내재되어 있어야 해요. 그동안 우리는 대형 복지기관에서 일을 했잖아요. 복지관이 있고, 그 곳에 어르신들이 오는 방식이었죠. 이제는 우리가 어르신이 살고 계시는 곳으로 삶을 마중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역사회에 나가보니 생각보다 주변엔 주거가 온전치 않은 사람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여인숙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같은. 여인숙은 주거가 아니거든요. 주민등록주소가 등록이 되어있지 않으니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는 거예요. 노숙 어르신들은 국민재난지원금도 못 받으신 것 처럼요.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해요. 우리가 너무 큰 것에만 관심을 뒀다는 생각이 들죠. 생활복지랑 작은복지가 중요한데 말이에요. 

그 누구도 나이듦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요. 노인종합복지관에서 11년째 일을 하다 보니 내 노년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어르신들은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서 자식들과 살기 바빴지 먼 미래를 크게 보고 살지 않았어요. 노년기를 준비하는 작업 없이 노인이 되어버린 거죠. 그래서 노년에 우울감이 오는 거예요. 복지관에서는 노년의 삶은 무엇인가,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해요. 미래를 준비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국가나 지역에게 바라는 제도 개선 방향이 있을까요?

지역에 살고계신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니, 아직 노인이라는 단어가 불편하다고들 하세요. 장애인이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듯이 대상화된 용어가 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해요. 복지관 이름을 커뮤니티케어센터나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 아동, 청소년, 노인 누구나 올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노인이라는 용어를 해체하고 싶어요.

국가에서 시행하는 맞춤돌봄이나 커뮤니티케어는 모두 관리예요. 그 안에 자연친화적인 공동체적 관계는 없어요. 노인돌봄이나 커뮤니티케어의 목표는 어르신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해요. 그리고 환경이 친고령화여야 되는데 아주 작게는 골목에서라도, 도로가에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의자나 그늘막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어르신의 모습이 예쁘게 그려지도록 아름다운 쉴 수 있는 공간이요. 돌봄이라는 것이 그저 ‘관리’하는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서로의 삶을 소통하는 것이 필요해요. 모든 제도는 인간친화적이고 관계친화적이어야 합니다. 돈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복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언제나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아동혐오, 노인혐오, 장애인혐오 등 약자혐오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혐오하는 사람에게 한 마디 한다면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개개인의 문제도 분명 있겠지만, 사실 가장 나쁜 것은 자극적인 언론보도예요. 이제껏 너무 자극적인 용어로 기사를 써온 것이 우리나라의 혐오를 만들어 냈다고 봐요. 연구도 혐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혐오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삶에 집중해야 해요. 어떤 사건이든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다 이해가 가거든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정신장애를 가진 분이 지원주택에서 자립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항상 문을 열어놓은 거예요. 위층에 사는 분이 불안해서 문을 닫으세요. 라고 이야기를 했대요. 그렇게 계속 갈등이 이어지다 보니 어느 날 이 정신장애인분이 화가 난 거예요. 왜 자꾸 문을 닫으라고 하냐며 뛰쳐나왔어요. 위층에 살던 분은 집안에 준비해 뒀던 각목을 들고나와 대치 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고요.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 사정이 있었던 거죠. 정신장애인 분은 수급비가 적으니 건전지를 아끼려고 문을 열어놓은 거예요. 서로 간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니 언론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으로 그 사람을 보는 거죠. 만약 누군가 문을 열어놓으셨는데 춥지 않으세요? 라고 물어봤다면 관계는 달라졌을 거예요. 고정관념이 깊게 박혀 있어, 저 사람에게 피해를 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니까 뭐든 못하게하는 거예요. 맥락을 들어보면 이건 정신장애인 분의 살기 위한 행동이잖아요.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삶을 살아오며 느꼈던 억울함이 엉켜 분노로 표출되는 부분이 많아요. 대형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나가 그분들의 엉킨 삶을 풀어드려야 해요. 자극적인 언론보도는 확대재생산이 되니까 그런 식으로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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