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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2
  • 2022.04.01
  • 309

[기획1] 더 많은 연대와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강화 

제갈현숙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위원

 

국민연금은 소득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노령기 모든 시민들의 빈곤을 예방하기 위한 보편적이고, 장기적이며, 사회연대에 충실한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이다. 1988년 1월부터 시행된 국민연금은 33세가 되었지만, 명목소득대체율의 준거가 되는 40년을 스스로 아직 채우지 못했다. 즉, 국민연금제도는 여전히 성장기에 있으며, 이에 그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연금법 제1조에서 ‘이 법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비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연금에 대한 이해의 기반이 동일하지 않은 인식의 차이로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제도의 본질을 변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국민연금에 대해 언론들은 ‘덜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기금 고갈’, ‘청년세대 부담 과중’ 등과 같이 현세대 노령층과 미래세대 청년층 사이를 갈라쳐 왔다. 마치 현세대 노령층이 적은 보험료를 내고, 많은 급여를 받아서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어 미래세대는 빚을 갚아야만 하는 것처럼 묘사해 온 것이다. 이러한 반복적인 프레임의 재생산은 세대 간 연대를 기반에 둔 제도의 기본 속성은 철저하게 외면한 채, 국민연금의 공적연금으로서의 핵심적 위치를 축소시키기 위한 시도들로 이해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축소는 사회적 부양능력을 조직적으로 위축시켜 민간보험회사와 금융시장으로의 자본 확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의 책임에서 사회적 부양”으로 발전돼 왔던 공적노후소득보장 제도를 축소시켜 시장으로 시민들을 떠밀어 시장의 위험을 온전히 개인 각자가 책임져야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더욱이 새 정부의 연금개혁에 대한 의지는 세대공평을 내세워 재정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최우선 선결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은 공적연금에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재정안정화와 세대공평을 위한 쟁점들이 국민연금 본연의 제도적 취지를 위축시켜 왔다고 본다. 이에 국민연금제도의 근원적 모순과 재정안정화 조치들이 어떻게 국민연금을 축소시켜 왔는지 살펴보고, 공적연금의 가치로서 국민연금의 중심적 역할에 대해 모색하고자 한다. 

 

국민연금의 제도적 근원 모순: 제도는 부과방식으로, 재정은 적립방식으로

잘 알려진 바대로, 국민연금은 1973년 「국민복지법」의 이름으로 법안이 마련되었지만 오일쇼크로 시행되지 못하다가, 1986년 개정되어 「국민연금법」으로 국회를 통과되면서 1988년 시행되었다. 국민복지법은 1970년대 초반 중화학공업화 선언을 뒷받침할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서 연금기금의 적립금을 국민투자기금 형태로 전용하겠다는 발상에서 제정되었다. 그리고 국민연금법은 1980년대 중반 주택난 해소를 위해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뒷받침할 자금으로서 국민연금기금의 일부를 공공부문 투자활용 방안으로 고안되면서 논의가 급진전 되었다. 즉 국가는 공적연금 법안을 제정하면서 두 번이나 노후소득보장이란 사회보장 본연의 목적보다는 재정동원을 위한 수단으로 제도를 활용하려고 했다. 그 결과 수지상등이 성립되지 않는 적립방식 형태의 연금안이 마련된 것이다. 

 

오늘날 “덜 내고, 더 받는” 연금재정 문제의 기원은 국가가 재정동원을 목적으로 제도를 설계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재원을 많이 동원하기 위해서는 될수록 많은 가입자(자본과 노동 양측 모두)로부터 저항 없이 보험료를 적립해야만 했다. 이를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낮은 보험료율과 재정운용의 적립방식이 채택된 것이다. 이에 첫해 국민연금 보험료율 3%라는 낮은 수준이었지만, 소득대체율은 70%가 제시된 것이다. 즉, ‘저부담, 고급여’란 프레임은 국가의 의도에 의해 고안된 것이지, 가입자의 결정사항이 아니었다.

 

1988년 당시 시대적 배경을 보면, 그때까지 국가는 오늘날과 같은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 및 의료보장제도를 마련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들의 복지는 각자가 해결해야만 했다. 그러나 전쟁이후 한국사회의 경제성장을 이뤄낸 세대들에게 국민연금은 어떻게 보면 사회적 기여에 대한 뒤늦은 보상이기도 했다. 이러한 보상은 사회가 지속되는 이상 부과방식에 근거해서 제도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정동원을 우선으로 했던 국가는 기묘한 재정운용방식을 고안해 낸다.

 

198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민연금제도의 기본구상과 경제사회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재정운용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본 제도에서는 원칙적으로 적립방식에 입각하고 있다.… 본 제도에서는 제도시행 초기인 현 경제여건으로 보아 10%의 갹출료부담은 가중하므로 그보다 낮은 2.5%의 갹출요율로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10%까지 인상하도록 계획하는 ‘수정적립방식’에 가까운 형태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10%의 갹출요율은 제도가 성숙되고 노년층 즉 수급자의 비중이 커질수록 계속 유지되기 어려운 것이므로 수정적립방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현재의 연금역사가 오래된 선진 제국과 같이 부과방식으로 이행하게 될 것이다.” 제도의 설계를 담당했던 국책연구기관이 제시하고 있는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에 대한 인식은 일반적인 사회보험의 이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공적연금의 본연적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부과방식으로 제도가 출발되어야 했지만, 기금적립을 통한 재정운용의 경제적 목적을 위해 일정기간 적립방식의 제도 운영이 필요했던 것이다. 

 

부과방식과 정립방식 사이의 이념적 논쟁은 존재하지만, 두 가지 방식은 노후소득보장 방식에서 공존하고 있다. 부과방식은 의무를 기반으로 보험재정의 수입과 지출이 합리적으로 계산되어야 하므로 국가에 의해서만 조직되고 강제될 수 있다. 이는 보험가입자와 수급자에 대한 규모파악이 불확실할 경우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과방식에서 연금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현재 소득에서 피보험자의 기여금을 통해 지급된다. 그러므로 적립금이 존재하지 않거나, 소득과 지출 사이의 단기변동을 보상할 수 있을 정도만 존재하면 된다. 독일의 경우 이러한 부과방식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적립금 명목의 재정은 없다. 

 

반면, 적립방식에 대한 노후소득보장은 피보험자의 생애노동기간 내내 자본금을 축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보험시스템은 사적으로, 국가적으로도 조직될 수도 있다. 사적제도일 경우 공적기관에 의해 처리되지 않고, 사법에 기반을 둔 비강제 시스템에서 적립된다1). 개별보험사는 장기적으로 피보험자 수(규모)와 보험료 수입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적립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국가는 강제보험에 따르는 보험원리를 가지기 때문에 적립방식을 채택할 이유가 없고, 주로 사보험 시장의 원리로 사용된다. 

 

레즈다(Rejda)는 사회보험에서 적립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 일정 기간만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영속성으로 신규 가입자는 계속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만약 재정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궁극적인 책임이 국가에게 귀속되므로 보험료 인상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하기 때문으로 본다2). 무엇보다는 부과방식은 자동적으로 연대적 재분배 구성요소와 연결되는 반면, 적립방식은 재분배요소를 절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부과방식이 공적연금의 원리가 되었다. 

부과방식과 적립방식의 원리를 종합해 보면, 국민연금의 제도적 취지와 급여산식 측면에서는 부과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세대 내, 세대 간 분배를 적용하고 있고, 가입자 개인의 기여총액과 관련 없이 명목소득대체율을 사망에 이르기까지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수정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의 이행’이라는 재정운용의 특성으로, 수지상등을 고려하면서 적립방식 원리를 내세워 적립금 소진을 두고 제도 자체의 파산까지 염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만약 적립금 소진으로 제도가 파산된다면, 오늘날 독일과 같은 국가의 노령연금은 이미 사라졌어야 했다. 즉 부과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공적연금에서 적립금이 갖는 의미는 준비금으로서 특정 경기변동에 대비할 재정으로의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도의 운영과 연금기금의 운영상에 부과의 원리와 적립의 원리가 모두 투영되면서, 사실상 제도운영의 중심성이 재정안정화에 서서히 맞춰져 오게 되었다. 

 

그 결과 국민연금제도 운영의 목표가 마치 재정안정화에 있는 것처럼 본말이 전도되고 말았다. 다만, 이제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고령사회는 새로운 변수로 부각되었다. 퇴직 후, 소득단절 시기에 살아가야 할 세월이 20세기 노년층보다 현재의 노년층이 길어졌다는 점에서, 보충되어야 할 재정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는 추가된 과제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금적립 규모와는 결코 직접적인 상관성이 없다. 

 

인구구조 변화 앞에서 적립방식이나 부과방식은 별 차이 없다! 

바르(Barr)는 인구의 고령화 추세에 대처하여 적립방식이 부과방식보다 재정적 안정성 측면에서 비교우위성을 갖는다는 주장에 대해 구성의 모순(fallacy of composition)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3). 구성의 모순은 어떤 것이 개인에게 진실이므로 전체에 대해서도 반드시 진실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금제도는 개인차원에서는 자신의 소득을 시기적으로 재분배하는 역할로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적연금은 적금처럼 자신이 적립한 계정에서만 지출되지 않는다. 전체 가입자의 기여를 기반으로 전체 수급자에게 사회적으로 약속한 소득을 보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특히 수명이 연장될수록 더 많은 급여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생산력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또한 공적연금이 작동되는 방식을 국민경제의 차원에서 보면 매년 연금생활자의 소비는 그 해 노동계층이 생산한 생산물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매년도 생산된 총생산물을 그 해, 노동계층과 연금수급계층 사이에 나누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적립방식이건 부과방식이건 현재 연금수급자가 받는 연금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관계없이 과거 또는 현재의 일하는 사람이 소비하지 않는 부분에 해당된다. 과거의 노동자가 소비하지 않은 부분이 현재의 연금 수급자에게 이전되는 것이 적립방식이라면, 현재의 노동자가 소비하지 않은 부분이 현재의 연금 수급자에게 이전되는 것이 부과방식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 재정방식 모두가 인구구조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의 차이에는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인구구조변화=노동인구의 감소=피부양률 증가’라는 고령화 시기, 마치 적립방식이 더 유리한 것처럼 주장되기도 한다. 이는 전형적인 구성의 모순으로 볼 수 있다. 요는 더 많은 재정을 적립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피부양률 증가에 따른 재원마련이 다변화되어야 하고, 이는 단기적인 조세방식과 장기적인 사회보험 방식이 적절하게 역할 배분을 할 때, 비로소 적정 수준의 사회적 부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본말이 전도된 재정계산, 앙상해진 국민연금의 소득보장 

1997년 말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발족되어 제도적으로 장기적인 재정안정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재정수지의 계산과 재정전망, 제도개선, 기금운용계획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 수립을 포괄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의 제안을 바탕으로 1998년 국민연금 적립배율은 20.7배의 높은 적립배율 규모에서 제1차 재정안정화를 위한 개혁이 추진되었다. 제도 시행 10년차에 여전히 지출보다 수입이 많았고, 기금 적립규모는 20배 이상이었지만, 미래의 수지균형을 위해 마치 사보험처럼 재정안정화 조치가 단행되기 시작하였다. 1998년 12월, 보험료율 인상, 급여수준 인하, 수급개시 연령은 2013년부터 매 5년마다 1세씩 상향해서 2033년 65세로 상향, 그리고 5년마다 재정계산을 실시하여 장기재정을 전망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험료율 등을 조절하고 기금운용 계획을 수립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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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제도개혁 이후부터 총 4차례 재정계산이 추진되어 왔고, 장기추계를 통해 꾸준히 기금의 수지적자가 발생하는 년도와 기금고갈의 시점을 매번 추계해 왔다. 이러한 장기 재정추계를 바탕으로 수지적자와 기금소진의 시점을 늦추기 위해서 국민연금 급여의 보장성은 70%에서 40%까지 축소, 보험료율 3%에서 9% 인상, 연금수급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상향되었다. 매번 재정계산시기 마다 기금소진의 문제를 제도의 중심으로 두고 고려할지 여부는 공적연금 제도에 대한 관점의 차이만큼 논쟁적이었다. 국민연금기금의 수지상등원칙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기금의 적립규모가 중요하기 때문에 기금의 고갈이 제도의 운명과 같이 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반면 공적연금 취지대로 부가방식으로 제도가 연착륙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기금의 소진보다는 보장성 강화와 이를 전제로 한 재정방안의 모색을 중시했다. 이 두 가지 관점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 4차 재정계산 이후 문재인 정부 초기 경사노위에서 제출된 4가지 안이 합의 없이 무산된 이후,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반은 악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적연금의 중심으로서 국민연금개혁의 위상

신정부는 MZ세대에게 연금 부담이 과중하게 지워지지 않도록 세대 공평한 연금 부담 및 국민연금 수급 부담 구조를 균형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가입자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장기적 재정안정화 및 총체적 다층연금개혁 등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세대간 공평한 연금 부담과 가입자의 노후소득 보장 및 재정안정화를 동시에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의 두 배 이상 수준인 20%내외로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재정운용원리의 적합성 여부를 떠나서, 지난 20여 년간 유지돼 왔던 보험료를 한순간에 이렇게 올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보험료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들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가입자들의 합의는 인상요인에 대한 정합성이 갖춰질 때에 비로소 가능해 진다. 더욱이 고령화 심화로 증가되는 부양비용에 대해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담해서 마련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원칙은 향후 한국 사회의 중대한 재분배 원칙과도 직결되므로 가입자들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대 간 연대를 기반에 둔 국민연금 제도개선을 위해 후세대의 부담만을 부각시킨다면, 오히려 공적연금에 대한 미래세대의 불신 심화와 노령세대에 대한 사회적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위험한 이데올로기가 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가입자들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 부정적으로 작동된다. 33년 전과 비교할 때, 오늘날 우리 사회는 미래세대를 위해서 출산부터 대학교육까지 충분하지 않지만, 다양한 사회적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이러한 지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해 그 어떤 세대나 계층도 공평을 내세워 과도한 재분배라는 논리를 들이대지 않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의 길을 걸으며 사회보험과 조세를 통해 보이지 않는 사회적 합의를 진행해 온 결과이다. 그러나 유독 국민연금제도에 대해서만큼은 세대 간 분열 논리로 재정에 대한 공격이 일관되게 지속되어 왔다. 이는 초저출산 현상과 직결되면서 미래 노동력에 대한 지원은 투자로 인식하는 반면, 이미 노동시장에서 퇴직한 세대에 대해서는 비용으로만 인식하려는 자본의 관점이 투영된 결과로 본다. 

 

신자유주의 체제전환으로 경쟁이 심화되었고, 이전 세대가 겪었던 삶의 환경과 매우 다른 환경에 청년들이 처해 있다. 이러한 차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으로 비롯된 문제이지, ‘더 많은 걸 누린 세대 VS 적은 걸 두고 경쟁하는 세대’로 세대 간 모순으로 규정짓게 되면, 복지국가가 대응해 왔던 사회문제와 생애문제의 보편성은 상실된다. 세대 간 모순은 결국 체제의 변화로 귀결된 현상이지, 그 자체가 원인이 될 수 없다. 

 

또한 미래 연금에서 반드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생산가능 인구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장하게 될 총생산량이다. 33년 전의 한국의 경제 규모에서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예상하며 국민연금이 변화되어 오지 못했다. 더욱이 2020년 기준 OECD 29개국의 GDP 대비 연금지출 총액의 평균비율은 9%인 반면, 한국은 3.3%(기초연금+국민연금+특수직역연금 포함, 이중 국민연금 단 1.4%)로 여전히 적게 지출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볼 때, 30년 후인 2050년에 이르러야 비로소 현재 OECD 평균에 이르게 된다. 

 

요약해보면,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으로 부과체계 원리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900조가 넘는 적립금은 현세대 노인의 추가된 고령화 비용을 담당할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이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기금의 소진과 제도의 파멸을 연계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재정안정화의 목표가 더 많은 기금적립과 기금소진 시기의 지연으로도 볼 필요가 없다.

 

변화된 노동현장에 걸맞은 부과방식과 부과체계의 다변화를 통해 불안정 고용층 노동자 및 젠더적으로 불평등한 요인을 완화해서, 가입 및 급여의 사각지대를 보완한다면, 모두에게 적정수준의 노후소득보장은 여전히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될 수 있다. 기초연금보다 국민연금이 더 중요한 이유는 장기제도를 통한 사회적 기여 확보는 단기재정인 조세를 통한 재정보다 더 많은 여력과 수급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적정 소득보장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초연금의 역할과 국민연금의 역할은 상호보완적이되, 정책적 목표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이유는 노령으로 소득단절이 발생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위험에 대해 19세기 말 이후부터 선택됐던 제도이다. 제도의 목적은 재정안정화나 세대공평(세대 간 형평성) 추구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밖에 없는 노령기의 소득단절의 위험에 대해 “개인의 책임에서 사회적 부양”으로 책임의 주체를 사회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경제적, 사회적 측면 모두에서 사회적 부양을 위한 기반은 충분하고, 누구에게나 노령기에 약속된 국민연금이 제공되는 사회에 대해서 젊은이든, 노인이든 가리지 않고 같은 입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 같은 입장을 확인해 왔고, 계속적으로 그런 사회가 되도록 하면 된다. 생각보다 한국 사회에는 많은 자원과 사회연대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1) https://www.bpb.de/politik/innenpolitik/rentenpolitik/291894/umlage-versuskapitaldeckungsverfahren

2) George E. Rejda. 1984. Social Insurance and Economic Security. Prentice-Hall, Inc., Englewood Cliffs, NJ. p. 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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