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6-15   3139

[기획주제2]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노동조건 실태 및 개선방향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노동조건 실태 및 개선방향

 

임상혁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서론

 

국가의 운영시스템이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공무원은 국가의 통치이념을 관철시키는 ‘지배시스템 실행자’에서 국민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로 역할이 바뀌어 가고 있다. 국가 운영시스템이 거버넌스(공공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정부가 시민사회, 그리고 여러 형태의 공·사조직들과 연결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작동시킨다는 개념)로의 변환은 실제로 개념의 도입만 있었을 뿐 기반 구축은 미흡하여 공무원의 업무량은 증가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 하에서의 과당경쟁과 성과주의는 전시행정을 촉발시켰고 이는 다시 중하위 공무원들의 업무부하로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복지확대는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최우선 대선 공약으로 다룰 정도로 사회적 요구가 높았고, 실제로 사회복지업무는 지난 5년 동안 두배 이상 늘었으며, 사회복지공무원이 담당하는 업무의 종류도 293개로 세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무원의 인원은 단지 4.4%만 증가되어 사회복지업무 관련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이라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공무원은 지금까지 자신의 건강문제를 개인적 수준에서만 바라볼 뿐 이를 확대 해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개인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노동 환경과 노동 조건에 대한 관심은 매우 미미했다. 이런 과정 중 4명의 사회복지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는 긴급하게 이들 공무원의 직무스트레스와 정신건강에 관하여 조사를 하였다.

 

조사 내용과 방법

 

사회복지 공무원의 건강실태 설문조사를 2013년 4월 8일~22일에 걸쳐 실시하였다. 1만2천개의 설문지를 배포하였고, 5,966부를 회수하여 회수율은 49.7%이었다. 지면조사지를 통한 자기기입 방식을 이용하였고, SAS 통계를 통해 분석하였다. 

주요 조사내용은 ① 휴식 및 노동환경 ② 업무내용 및 업무량 변화 ③ 소진 ④ 우울 ⑤ 직무스트레스 ⑥ 자살충동 ⑦ 감정노동(폭언/폭행/성희롱 등) ⑧ 건강 일반 및 질병 ⑨ 개선대책이었다.

 

결과 

 

응답자의 성별은 남성이 1806명으로 30%, 여성이 4147명으로 70%이었고, 비혼 2180명으로 36%, 기혼 3751명으로 63%이었다. 직렬분포는 사회복지직이 4349명으로 73.33%를 차지하여 가장 많고, 행정직이 1323명으로 22.31% 기타직이 259명으로 4.37%이었고, 근무년수는 5년 미만 근무 34.16%, 5년 이상 15년 미만 근무는 35.59%, 15년 이상 근무자가 30.24%를 차지하여 근무년수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20대는 18.5%, 30대 43.06%, 40대 이상 38.41%로 연령분포가 이삼십대의 젊은 층이 다소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회복지공무원의 1일 평균노동시간은  9.76시간이었고 주간 노동시간은 51.8시간으로 조사되어 사회복지공무원은 상당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민간서비스 노동자의 주간 노동시간(2010)은 45.3시간, 사무금융 노동자 주간 노동시간(2011)은 49.2시간, 00청 공무원의 주간노동시간(2012)은 46.0시간으로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이 들보다도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최근 1년간 업무량은 약 53% 증가하였으나, 공무원의 인력 증가는 없다고 하였으며, 현업무를 소화하려면 71.3%의 인력 증가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의 질 역시 좋지 않았다. 급여 신청 등등의 민원 처리 업무의 비중이 54%로 가장 많았고, 전문적인 업무인 찾아가는 서비스나 사례 관리 19%로 낮았다. 사회복지공무원은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이들 업무의 비중이 36% 정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이른바 ‘라면상무’, ‘빵회장’사건으로 알려진 감정노동도 사회복지공무원은 감정노동이 심하다고 알려진 유통판매 노동자, 전화상담 노동자, 간호사 등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고객으로부터의 자극이나 위협 속에서도 감정을 억누르며 흐트러지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야 하는 감정노동은 낮은 직무만족과 높은 직무스트레스, 정신적 소진(burn out) 등을 유발하며, 적응장애,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공황장애, 자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음주, 흡연, 약물, 도박 중독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회복지공무원의 직무스트레스는 직무요구, 조직체계, 관계갈등 항목이 나쁜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사회복지공무원은 업무량이 많으며, 사회복지공무원이 속한 조직은 비민주적 조직이라 할 수 있으며, 상사와의 또는 직원간의 인간관계도 좋지 않다는 의미이다. 특히 직무요구는 한국 노동자의 상위 1%에 해당된다. 표 2, 표 3에서 보듯이 직열로는 사회복지직이 직무스트레스가 높았으며, 노동시간이 길수록 직무스트레스가 높았다.

소진(burn out)이란 주어진 업무를 헌신적으로 수행하였으나 기대했던 성과나 보상 없이 인간적 회의감과 좌절감을 겪는 상태로 즉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요인들에 대해 오랜 기간 경험하는 신체적, 정신적 탈진상태를 말한다. 유럽의 Copenhagen Burnout Inventory문항을 이용하여 일반적 소진, 업무관련 소진, 민원관련 소진을 파악하였다. 이 모두 유럽연합의 평균보다 20점 이상 높았으며, 같은 설문으로 조사한 한국의 법원공무원, 금융 노동자, 민간서비스 노동자들 보다 높았다.

 

소진으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결과로 결근과 이직, 건강상의 문제로 우울증이 있다. 1년동안 하루라도 결근한 사회복지공무원의 결근율은 42%로 업무스트레스가 높다고 알려진 00청 공무원 29.5%보다 높았으며, 2011년 노동부에서 조사한 일반 취업자의 결근율 8%보다 약 5배 이상 높았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사회복지공무원의 우울 수준은 일반 인구보다 또 우울 수준이 높다고 알려진 다른 업종의 노동자보다 높았다. 사회복지 공무원의 37.9%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우울, 고도 우울로 조사되었다. 

최근 1년 사이 자살충동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사회복지공무원 27.5%가 ‘있다’에 응답하였다. 즉 응답자의 약 1/4이 최근 1년 사이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의미이다. 국민건강영양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여성)의 자살충동 경험은 16.4%(2009)로 사회복지공무원의 자살충동은 일반인구보다 2배 가량 높다. 자살충동의 이유를 묻는 설문에서는  사회복지공무원의 62%가 직장 내의 문제로 응답하여, 가족 또는 개인 문제로 인한 자살충동 38%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우울수준은 사회복지직이 높았으며, 노동시간이 길수록 높았다.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경우, 소진이 심한 경우에도 우울수준이 높았다. 그리고 우울 수준이 높은 군이 결근율과 결근 기간이 높았으며, 자살충동도 높았다.

즉 사회복지공무원은 많은 업무량과 장시간 노동, 비민주적 조직체계와 인간관계 갈등 그리고 감정노동으로 인해 소진되며, 이로 인해 우울증이 생기고, 결근을 많이 하며, 결국 자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결론 및 대안

사회복지공무원의 연이은 자살 소식을 듣고 급작스레 수행된 조사로 설문 기획에서 분석까지 한달이 채 걸리지 않은 조사이었다. 설문을 만들 때 사회복지공무원의 노동 실태를 알지 못했으며, 심층적인 질적 인터뷰 역시 수행할 수 없었다. 따라서 대안 제시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인력의 충원, 업무량 감소, 민주적 조직운영, 심리상담 실시 등의 상투적 대안 외에 사회복지공무원이 속한 지자체 별로 구체적이고 상세한 대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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