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6-15   2514

[기획주제4] 요양보호사와 간병노동자

아프거나 늙으면 만나야 할 사람!

 ‘요양보호사와 간병노동자’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장 

 

 

100만 요양보호사 출생의 비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아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생노병사의 과정에서 인간답게 살고, 존엄성을 잃지 않으면서 죽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마냥 건강할 것 같은 부모님이 갑자기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되거나, 자신이 질병과 사고로 고통 받고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러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제안은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런 상황은 실제 느끼는 것보다 우리 가까이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노인인구가 7%를 넘어서면서부터 고령화 사회를 넘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2008년 7월에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하요양보험)이고, 그 제도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요양보호사들이다.  

 

정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만 따면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요란하게 선전하였고 많은 중고령 여성들이 앞을 다투어 비싼 돈을 들여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땄다. 그 결과 5년 만에 요양보호사는 110만 여명이 배출되었으나 취업자는 26만 여명 뿐이고, 그중 20만 여명은 시급 단시간 노동자인 재가요양보호사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100만 명이 넘는 요양보호사는 보건복지부의 분홍빛 선전에 속아서 자격증을 땄지만, 넘치는 자격증속에서 요양보호사는 대부분 비인간적인 노동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요양 대상자인 돌봄을 받는 노인 또한 질 낮은 요양서비스를 받고 있다.

 

요양보호사 생존의 비밀

 

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돌봄 노동 영역에 ‘요양보호사’라는 공식 직업군이 생겼으나 좋은 일자리는커녕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 군이 대량 양산되었다. 그들의 노동조건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 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열악하다. 시설에서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는 12시간 근무도 모자라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기도 하고 월급은 평균 120만원 내외로 받고 있다. 

 

대상자 집으로 가서 요양서비스를 하는 재가요양보호사는 더 심각하다. 월 평균 50만원 내외의 임금을 받으며 그나마 언제든지 실업상태가 될 수 있다. 과잉공급된 시설로 인해, 대상자로부터 요양업무가 아닌 온갖 업무를 요구받고 있으며, 결핵이나 옴 등 전염병에 수시로 감염되고 있고, 성희롱까지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근로기준법 적용과 산재 인정은 남의 나라 얘기다. 오죽하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요양보호사 노동조건 관련해서 정책 권고를 하였겠는가?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돌봄에 대한 노동가치가 무시받는 사회분위기에 편승하여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이렇게 몸과 마음이 골병들어 가고 있는데 어떻게 좋은 돌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중고령 여성노동자라는 이유로 사회의 관심밖에서 정말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돈벌이 경쟁에 눈이 먼 공급자(시설운영자)들은 노인들에게 제대로 된 요양서비스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양심의 고통까지 떠 안아야 한다. 정부가 요양제도를 만들 때 요양시설 개설권을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시장에 전적으로 맡기고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요양서비스를 제대로 받아야 될 노인들 또한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할 수 없는 극단적인 ‘을’의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대접을 받아도 호소할 데가 별로 없다. 씹을 수 있는 노인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갈아서 빨리 먹여야 하고, 감염위험이 있더라도 기저귀 재활용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우리 부모가 겪고 있거나, 혹은 우리에게도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요양보호사가 건강하고 노동인권이 지켜져야 우리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  

 

간병노동자의 탄생과 투쟁의 역사

 

간병노동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가족을 대신하여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간병비를 받고 병원에서 간병을 하였다. 우리나라는 입원을 해도 환자간병은 보호자들이 다시 와서 해야 하는 이상한 나라이기 때문에 생긴 특수 직업이다. 이른바 간병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라고 하여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어도 병원직원도 아니고,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근로기준법 적용이나 산재가입도 꿈도 꾸지 못하는 유령노동자로 취급받고 있다.

 

그러나 병원에서 이들이 없으면 큰일난다! 큰병원 일수록, 중환자 일수록 더욱더 필요하다. 그래서 서울대학교병원에서도 1980년대부터 병원장이 무료간병소개소의 소장을 겸임할 정도로 병원간병인의 중요성이 인정되었던 역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병원에서는 무료소개소를 폐쇄하였고 그 결과 수 백명의 간병노동자가 사실상 해고 되었다. 이것으로 인해 2003년 서울대병원 간병노동자 투쟁이 시작되었다. 

 

서울대병원 간병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고, 간병제도화를 요구하면서 8개월간의 힘들고, 모진 투쟁을 진행하였다. 그때 투쟁했던 간병노동자 중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농성중에  ‘나 한사람이 죽어서라도 간병노동자의 실태를 알리겠다’ 는 유서를 품에 넣고 다녔던 사실도 나중에 밝혀졌다. 그 당시 이 투쟁이 알려지면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도 방송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기도 하였다. 결국 그 투쟁은 서울대병원 정규직 노조와 많은 연대단위가 함께 하면서 승리하였고, 이것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간병노동자들도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간병노동자 노동권 및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간병제도화 논의를 촉발시키기도 하였다. 

 

간병노동자들은 병원에서 24시간 주 6일 동안 연속근무를 하며 24시간 일하고 받는 돈은 6∼7만원 내외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의 1/3정도이다. 24시간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이들은 간염 등 온갖 병원감염에 전염이 되어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집에서 일주일치 주먹밥을 얼려 와서  하나씩 녹여 먹으면서 일하고 있다. 간병노동자 대부분은 만성 수면부족, 안구건조증과 골병에 시달리고 있으나 산재는 신청할 수 조차 없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20만 여명 정도가 되고 있으며, 대부분 유료소개소를 통해서 일자리를 주선받고 있다. 일부 소개소들은 00협회라는 이름을 붙여서 협회비 등의 중간착취까지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간병노동자, 환자, 보호자 모두에게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2003년부터 계속되는 문제제기로 인해 현재 보건복지부는 간병제도화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간병제도화에 대한 노동, 시민단체의 요구는 ‘간병서비스를 보건의료제도내에 포함시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간병인력을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지 환자도 안심하고 입원할 수 있고, 가족의 부담도 덜 수 있으며 간병노동자도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돌봄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사회복지제도가 미비한 한국의 현실에서 요양보험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제도다. 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대상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정문제 때문에 대상자를 확대하지 않고 있는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요양보험 서비스를 받는 노인은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대상보다 훨씬 많은 30만 여명이 해당하는 이용자가 있지만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급속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 현실과 보편적 서비스로서 요양보험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현재 요양보험제도는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

 

우선,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이 요양공급 구조의 문제다. 처음 제도를 만들때부터 공공성 확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전면 시장에 맡겼기 때문에, 발생한‘서비스 제공 및 전달체계의 공공성이 미 활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로 인 발생한 지역별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와 불법과 편법운영 등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이윤을 남기기 위해 공급구조 사슬의 맨 아래쪽에 있는 요양보호사와 노인들에게 극단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시급을 다투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인 요양보호사들도 움직이고 있다. 돌봄노동을 하는 요양보호사, 간병사, 장애인활동보조인 등 성인돌봄 노동자들이 모여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산하에 돌봄지부노조를 만든 것이다. 이들은 억울하고 힘들어 하는 동료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1인 시위도 하고, 집회도 하면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그들의 노동권과 요양공공성을 요구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 

 

극단적인 저임금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요양보호사에게 직접 교부금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인력 기준 강화등이 포함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법도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위반에 대한 처벌을 통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도 주장하고 있다. 수년간 참아왔던 그녀(그)들의 분노는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양과 간병은 사람을 돌보는 소중한 일이다. 그 일을 하는 돌봄노동자를 우리가 함께 돌보지 않으면, 좋은 요양도 안전한 간병도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의 돌봄이 있었기에 생존이 가능했고, 늙고 병들어 갈 때도 그러할 것이라는 것을 이렇게 깨달았으면 한다. 내가 좋은 돌봄을 받기를 원하는 만큼 돌봄노동자에게도 좋은 노동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사람을 돌보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일에 함께 나서자!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돌봄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위한 공동행동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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